영화 ‘자산어보’는 세상의 끝 흑산도로 유배 간 정약전과 어릴 때부터 바다를 가까이 하며 그 속의 생물에 대해 훤히 꿰뚫고 있는 청년 어부 창대 이야기다.
바다 속 생물들에 매료돼 알고 싶던 약전. 혼자 글공부하며 흑산도를 벗어나 출세를 꿈꾸던 창대. 약전은 둘의 의기에 “내가 아는 지식과 너의 물고기 지식을 바꾸자”는 제안을 한다. 성리학을 하며 백성을 위한 도움을 주고 싶던 약전의 ‘자산어보’의 탄생 비화다.
세상 살아가는데 공부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공부하는 게 직업이든 학창시절에는 깨닫지 못하고 나이가 들어서야 알게 됐다. ‘집을 팔아서라도 지금 당장해야 하는 일’이 공부다.
그럼 그렇지, 공부를 해야 해. 이 나이 되도록 여전히 많은 공부가 더 필요하고, 그 공부를 어떻게 하면 좀 더 쉽고 광범위하고 깊게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한다.
기자라는 직업이 그렇다. 깊이는 몰라도 어느 정도까지는 알고 덤벼야 하는데 멋모르고 덤볐다가 취재원에게나 독자들 앞에 창피를 당하는 낭패가 한두번이 아니다.
한 예로 가스누출 사고 취재 때 ‘환상 배관망’이라는 걸 알았다. 환상, 현실과 거리가 있는 공상속의 이상인줄 알았는데 가스 배관이 양방향 공급이 가능하도록 설치하는 것을 그렇게 부르고 있었다.
감히 바랄 바가 아니지만 시대를 앞서 살아간 언론인을 닮고 싶다. 지식과 혜안, 연륜을 가지고 진실을 전하고 곡학아세 하지 않으며 명문장에 역사의 사초같은 글을 남긴 이들처럼 되고 싶다.
세상은 정말 빠르게 변해가고 있다. 지금은 코로나19로 인해 최악의 시절이다. 백신이 공급되고 집단 면역력이 형성된다고 우리가 다시 안정을 되찾을 수 있을까. 경제가 살아나고 평범한 일상을 되찾을 거라 생각지만 과연 그럴까 의문이다.
코로나19를 통해 우리는 사람이 가장 큰 리스크가 되고, 기업들은 감염의 리스크를 제거하기 위해 공장자동화, 물류자동화와 동시에 사무직의 업무자동화를 가속화하고 있다.
‘프로페셔널 스튜던트’(Professional Student)라는 책이 있다. 여기 실린 내용을 보면 로봇과 인공지능, 자동화에 의한 일자리 대체는 일찍이 우리가 예견한 방향이지만 그 속도가 빨라도 너무 빨라졌고, 이것이 개인에게는 팬데믹보다 ‘더 크고 심각한 위기’가 될 거라는 주장이다.
이런 세상의 변화가 결코 약자인 개인에게 유리할 수 없다. 스스로 살아갈 시대적 조건을 통찰하고 진짜 실력자가 되라고 제안한다. ‘프로페셔널 스튜던트’는 ‘직업이 학생’인 사람이다.
유사한 말로 ‘평생학습’이란 말이 있다. 학교나 기업 안의 정규 교육말고 일반사람이 정보나 교육격차를 스스로 해소하기 위해 평생동안 공부하는 것 말이다.
지금이사 마음만 먹으면 사회생활하면서 얼마든지 고등학교 아니라, 대학도 전세계 어디에 있는 유수한 대학의 수업을 공부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과거처럼 시간 없어, 돈 없어서는 핑계가 될 수 없다. 치열하게 사회생활 하면서도 변화에 빨리 대응하려면 수시로 공부해야 한다.
과거가 아니라 현재가 중요하고, 그러려면 현실에 맞는 것을 배워야 한다. 교육기관이나 교육가족들도 변해야 하지만 개인도 공부해야 생존할 수 있다.
영천시도 지난 3월말 ‘평생학습도시’로 선정되는 결실을 맺었다. 주민밀착형 평생학습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그동안 오랜 시간 노력을 해온 결과다. 평생학습도시란 언제, 어디서, 누구나 원하는 공부를 평생동안 할 수 있는 기반이 갖춰진 도시다.
우리 지역도 평생학습관을 필두로 각 읍면동별로 인문학 강연에서부터 그림 그리기, 서예, 노래교실, 외국어 회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의 주민 맞춤형 강좌들을 선보이고 있다.
평생학습이란 스스로 배움에 대한 갈증을 느껴 본인만의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공부를 하고자 하는 능동적인 자세가 우선돼야 한다.
이에 지자체는 학습의 기반을 조성해 주민들에게 다양한 배움의 장을 열어주고 이를 통해 삶의 질 향상은 물론 지역 발전도 도모할 수가 있을 것이다.
준비된 상황에서 맞는 위기는 결코 위험하지 않다. 위기를 이기는 차원이 아니라 오히려 그것을 기회 삼아 한층 도약할 수도 있다. 준비된 진짜 실력자가 되려면 공부해야 한다. 배움에 끝이 어디 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