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에게 삶은 힘들고 어려운 여정이라 세상살이를 ‘고행의 바다’라고 이르는지 모른다. 사람에 따라 복된 삶을 사는 이도 있지만 사각지대에서 죽지 못해 생을 연명해 가는 이도 있다. 지자체의 살림을 거기다 비교하면 논리가 딱 맞진 않지만 경제가 집중돼 있는 수도권의 부를 보면서 지방소멸을 걱정하는 지자체를 비교하면 그런 생각이 들고, 글로벌 지구촌의 모습도 나라별로 별반 다르지 않다. 그리고 범위를 좁히면 우리 지역 안에서도 마찬가지다. 지난 4월 28일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이 평생 모은 문화재와 미술품을 사회에 환원한다는 발표가 나온 뒤, 전국의 많은 지방자치단체들이 너도나도 ‘이건희 미술관을 우리 지역에 지어달라’며 경쟁을 벌이고 있다. 전남 여수의 한 초등학교는 어린 학생들을 시켜 대통령과 문화관광부 장관에게 편지를 쓰게 하고, 경남 진주시의 무슨 고등학교는 학생회장과 부회장이 종이학 2천마리를 접고, 직접 그린 엽서를 전달했다고 한다. 우리와 가까운 대구는 삼성그룹의 모태임을 상기시키며 이건희 미술관과 조각공원, 야외공연장, 음악분수, 잔디광장 등을 갖춘 국립 이건희 헤리티지센터를 짓는다는 구상까지 내놓았다. 여기에 삼성그룹 창업주인 고 이병철 회장 출생지인 경남 의령에도 유치위원회가 구성돼 현수막 300여개까지 달며 유치에 나섰다. 부산 해운대구가 미술관이 오면 현 청사를 무상으로 제공한다고 하고, 세종시는 ‘국가균형발전의 상징 도시’라며 명함을 내밀었고, 호암미술관과 에버랜드가 있는 경기도 용인, 삼성전자의 본사와 이건희 회장 묘소가 있는 수원, 이 회장의 자택이 자리한 서울 용산구에 이어 명분도 없는 충남 서천과 인천까지 유치 경쟁에 가세한 모양세다. 전국 방방곡곡에 혈연, 지연, 학연은 물론 그 지역의 땅 매입한 인연까지 들먹이며 유치전에 뛰어 들었다.  이런 현상을 보면서 한사람의 삶만큼 지자체의 생존도 얼마나 치열한가 라는 사실을 본다. 억대를 넘어 조 단위의 가치가 있다는 이건희 콜렉션을 가진 미술관이 유치되면 사실 전국적인 명소가 되는 것은 한 순간이고, 그렇게만 되면 아마 지역 경제에도 엄청난 상승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본다. 수도권 쏠림 현상 속에 인구는 갈수록 쫄아들고 소멸의 위기를 맞는 지방 소도시에는 단비를 넘어 돈폭탄이 될지도 모르니 얼마나 간절하며 경쟁 속에 군침을 흘리겠는가. 다만 어린 초등학생들이 편지를 쓰고 입시 준비에 한창 바쁠 고등학생들을 종이학씩이나 접게 만든 지자체들의 유치 경쟁을 지나치다고 평가하는 게 맞는지 살고자 하는 지자체들의 생존 본능으로 읽어야 하는지 모르겠다. 아무런 유치 명분이 없는 우리야 굿이나 보는 처지지만 저 중에 많은 지자체는 언젠가 패배의 쓰라림을 맛 볼일만 남았으니 그 뒷감당이 어떨지 궁금하다. 그러나 그렇게라도 살려고 나서는 발버둥이 눈물겹다 못해 처절하고 경이롭다. 지역에서도 가끔 보는 일이지만 자기가 사는 지역의 발전이 곧 먹고사는 일과 연관되고 삶의 질 향상과 연결되는 일이니 그럴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충청권 세종시에 행정부를 이전하고 지방에 공공기관을 옮기는 혁신도시를 건설한 노무현정부의 균형발전 정책 이후에는 정부가 후속 대책을 내놓지 않아 동력은 멈췄고, 지방쇠락 현상이 갈수록 심하다. 이런 정부를 놓고 우리를 비롯한 지방 사람들은 폐정에 악정이란 말까지 거침없이 쏟아낸다. 그렇게 부르짖어도 지방의 피폐는 갈수록 심하고 지방 사람들은 점차 수도권 사람들의 노예처럼 돼가는 듯하다. 지방행정도 권력운용에만 눈이 멀어 변방과의 상생을 방치하면 안 된다. 지속가능한 지역 발전을 위한 로드맵 제시는 필수요, 강자와 약자, 부자와 빈자, 시내와 농촌지역이 균형과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사람처럼 점점 쇠락해가는 읍면 지역을 살리는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어디 없이 휘청거리는 시골에 생기를 불어넣을 방법 찾기와 지역 곳곳에서 부르짖는 아우성을 귀담아 들어야 하겠다.
즐겨찾기+ 최종편집: 2025-05-01 21:20:29 회원가입 전체기사보기 원격
트위터페이스북밴드카카오톡네이버블로그URL복사
동정
이 사람
데스크 칼럼
가장 많이 본 뉴스
상호: 경북동부신문 / 주소: 경상북도 영천시 최무선로 280 /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경북, 다-01264 / 등록일 : 2003-06-10
발행인: 김형산 / 편집인: 양보운 / 청소년보호책임자 : 양보운 / 편집국장: 최병식 / 논설주간 조충래
mail: d3388100@hanmail.net / Tel: 054-338-8100 / Fax : 054-338-8130
본지는 신문 윤리강령 및 그 실요강을 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