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은 3월의 대선부터 6월의 지방선거까지 온통 정치의 해가 될 전망이다. 지역에서도 수면아래 추상적인 모습만 보이던 후보자들이 추석을 전후해 조금씩 실체를 드러내고 구체화 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 ‘정치를 한다’는 것은 대통령이 되고, 국회의원이 된다는 말이었다.
지방자치제도가 시작되면서 ‘정치를 한다’는 말의 의미가 단체장, 또는 지방의원까지 확대됐다. 정치인은 곧 선출직 공직자다.
정치는 쉬워 보이지만 쉽지 않다. 앉아서 텔레비전이나 신문의 뉴스를 보며 정치 잘하네, 못하네 평가하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 해보면 쉬운 일이 아니다.
우리가 축구를 보는 눈은 프리미어리그 수준이지만, 실력은 동네 축구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과 같다. 축구도 그럴진데, 하물며 정치다. 뭐든 기초가 튼튼하고 오래 해야 잘하는 법이다.
일반적으로 어느 정당에 당원 가입만 해도 자동으로 동기부여와 정치 학습은 시작된다. 큰틀의 경제분야부터 복지, 국방을 넘어 남북관계 등 정치 전반에 관해 관심을 가지게 되고 공부도 하게된다.
성장이 중요한지 분배가 중요한지, 보편적 복지가 옳은지 선택적 복지가 옳은지, 남북이 평화롭게 공존하고 발전하는 방안은 무엇인지 관심을 기울이고 토론도 한다.
어떻게 해야 ‘내 편’이 선거에서 이겨서 집권할 수 있는지, 어떻게 해야 내가 선택한 당이 민심을 얻을 수 있는지 고민하게 된다.
행여 술자리에서 나와 뜻을 달리하는 사람을 만난다면 자칫 큰 싸움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그래서 술자리에서는 가급적 정치 이야기는 하지말자고 말한다.
지난 호 우리 신문은 추석맞이 ‘영천시장, 누가될 것인가’를 다루는 기사를 취재해 실었다. 대선이 앞을 가로막고 있는 상황에 아직 기간도 제법 남아 구체적인 그림을 확인하지 못했지만 이미 뜻을 굳힌 예비 후보자도 몇몇 있었다.
정치는 누구나 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아무나 성공할 수는 없다. 선례를 들지 않더라도 나쁜 정치인은 지역민들의 삶을 피폐시키고 발전마저 저해한다.
정치하는 사람은 시대정신을 바르게 읽고 청렴해야 하며, 균형감각도 가져야 한다.
이런 자질은 절대 거저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지역을 발로 뛰며 부단히 민심을 살피고 현실을 바로 보는 감각을 읽힌 뒤에야 얻는 것이다.
요즘은 자동차도 자동에 자율주행 차들이 나오는 세상이지만 90년대만 해도 기어 변속을 해야하는 수동 차량들이 많았다.
그런데 초보 운전자들은 이런 차를 몰 때 변속이 자연스럽지 못해 가끔 차가 덜컹거리거나 시동이 꺼질 때도 있었다.
노련한 운전자는 몸에 습이되어 머리가 아닌 몸 전체가 자연스레 움직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아마 정치도 그럴 것이라 생각한다.
바보가 아닌 다음에야 정치도 해본 사람이 더 잘한다. 그렇다고 100% 그런 것은 아니지만 대체로 그렇다는 이야기다. 지금 이름이 오르내리는 후보군 중에는 나름대로 다 자기가 적격이라고 우기고 싶겠지만 자격미달의 후보도 있다.
경기장에 오르기 전에 잔뼈를 더 굵히고 맷집도 키워야 한다. 무엇보다 공동체의 미래에 대한 관심이 중요하다. 국가와 민족, 그리고 내 이웃을 생각하는 애국, 애족, 애향심이 한가득이어야 한다.
단체장, 또는 지방의원이라는 자리가 그저 날로 먹는 자리는 아니다. 노련한 정치인은 어떤 질문에 답하기 전에 왜 그런 물음이 나왔는지 그 배경부터 살펴 생각해 본다. 세상 일이란게 정답만 있을 수 있는게 아니기에 최선의 답을 찾고, 그것이 아니면 차선을 택한다.
이를 바라보는 시민들도 정치가 더럽다고, 옳은 정치인이 안보인다고 정치판에서 눈을 떼거나 외면하면 안된다. 그 순간에 더 나쁜 정치인이 부뚜막에 올라 활개를 칠 것이기 때문이다.
좋은 정치인을 곁에 두고 부릴려면 부드러운 후원자에 매서운 감시자가 되어야 한다. 올바른 정치인이란 수없는 자기 검열과, 무수한 민심의 검증을 거침으로 만들어지는 것이지 하루 아침에 만들어지는게 아니다.
또 민심의 한복판에 서 본 사람만이 민심이 두려운 줄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