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정부는 현재 시행되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또다시 2주간 연장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번이 장장 16번째 연장이란다. 발표가 나자마자 소상공인연합회에서 즉시 정부에 유감을 나타냈다.   “일방적 희생양이 되어 사회적 비극이 반복되는 비참한 상황을 멈춰야 한다”고. 이제 시민들도 피로감을 나타내고 차라리 무감각하다. 문득 지난해 3월 우리 지역에 감염병이 한창 유행하던 그때 강변 둔치에 걸렸던 현수막 사진 한 장이 떠올랐다.   코로나19 총력대응!!! 2주안에 끝내자’라는 문구 밑에 (2020. 3.9 ~ 3.22)이라는 날짜가 들어있다. 세계적 방역 모델로 소개되며 모범을 보이던 한국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100일 가까이 세자리 숫자를 유지하며 확산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정부의 우려는 차치하고 K-방역이 위기를 맞고 있다.사실 한국의 방역 모델이 전 세계에 주목을 받은 이유는 코로나 청정국이어서가 아니었다. 지난해 2월 말부터 3월 초 사이 1차 유행 당시 한국에서는 전 세계에서 중국 다음으로 확진자가 많이 발생했다. 8월 말부터 한 달여 동안은 하루 신규 확진자가 두 자릿수를 기록하는 2차 유행도 겪었다. 당시 세계가 한국을 눈여겨 본 이유는 위기를 겪으면서도 굴하지 않고 또 다른 대유행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우리는 위기 상황에서도 집요할 정도로 모범적 원칙을 지켜냈다. 좀 더 강한 통제를 원하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정부와 방역 당국은 끝까지 국민의 집단 지성을 믿고 자발적 생활 방역을 호소했다.  시민들도 마스크 착용과 거리두기, 개인 위생 등 생활 방역을 지키면서 방역 주체로서의 역할을 이행했다. 일부 종교계나 정치적 모임, 비뚤어진 유흥업소의 부주의가 있었지만 정부는 강제적 통제를 최소화했다. 거기에 신용카드와 휴대전화 사용 내역 확인 등 앞선 기술로 확진자 동선을 확보하는 노력을 기울였고, 무엇보다 공익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이 됐다. 이 모든 것의 밑바닥에는 위기때 국가와 민족, 즉 대의를 먼저 생각하는 국민 집단지성이 작동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전혀 과학적이지도 않은 방역 방법속 감염병 대유행 위기 속에서 시민들은 정신력 하나로, 방역의 대상이 아니라 스스로 생활 방역의 주체가 되었었다.하지만 곧 끝날 줄 알았던 위기의 순간은 하염없이 이어졌고 누적된 정신적 피로감과 옥죄어 오는 경제적 어려움에 방역의 원칙이 하나 둘씩 무너지기 시작했다. 게다가 초기 백신 확보에 실패한 정부의 실효성 없고 영양가 없는 대책에 불만이 높아진다.   확진자 숫자만 강조하며 국민들을 대상으로 겁만 주고 실효적 대책은 내놓지 못한채 정치방역을 일삼았다. 행정편의주의적 집합금지 등 엉터리 대책의 실체를 알아버린 불만속 시민들이 원성을 쏟아내자 초고강도 거리두기에 엄포까지 해대며 수차례 추가 연장을 발표했지만 이미 신뢰가 무너져 버렸다. 코로나는 가장 먼저 소상공인들과 자영업자들의 목을 조였다. 개인차에 의한 견딜 수 있는 임계점을 조금씩 넘기 시작했고, 자발적 생활방역의 주체들이 오뉴월 장마에 흙담 무너지듯 하나씩 허물어지기 시작했다. 속도가 붙어 하루 확진자 수가 무려 3천명이 넘는 상황까지 이르렀고 장난같은 대책에 불만은 더 높아졌다. 여론이 악화하자 다시 한번‘K-방역의 핵심은 시민의식’이라는 선의에 기댄다. 무능하기가 참 딱한 정도를 넘는다.우리는 나라의 운명이 절체절명인 순간에도 장롱에 묻어둔 금가락지까지 줄을 서면서도 내주던 국민성이다. 그러나 장기화된 코로나19에는 더 이상 그것도 통하지 않았다. 견디지 못한 이들이 이제 팍팍한 생계조차 버리고 있다. 몇 차례의 재난지원금에도 그들의 목숨을 구할 수는 없었다. 이것은 분명 사회적 타살이다. 자영업자 중에는 이 순간에도 뜨거운 아스팔트에 버려진 물고기처럼 파닥거리는 이가 있을 것이다. 해방이 아니라 코로나로 질식시키는 K-방역은 창피하게도 실패다.
즐겨찾기+ 최종편집: 2025-05-01 21:09:31 회원가입 전체기사보기 원격
트위터페이스북밴드카카오톡네이버블로그URL복사
동정
이 사람
데스크 칼럼
가장 많이 본 뉴스
상호: 경북동부신문 / 주소: 경상북도 영천시 최무선로 280 /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경북, 다-01264 / 등록일 : 2003-06-10
발행인: 김형산 / 편집인: 양보운 / 청소년보호책임자 : 양보운 / 편집국장: 최병식 / 논설주간 조충래
mail: d3388100@hanmail.net / Tel: 054-338-8100 / Fax : 054-338-8130
본지는 신문 윤리강령 및 그 실요강을 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