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호에 이어)
어떻게 아이에게 내 가치관을 보여줄 수 있겠습니까?
아이와 대화를 하려고 해도 잘 안되고 서로의 생각을 말하다보면 딸애가 더 고집만 부리는 걸요.
야단을 치고 나면 며칠간 말도 안하고 때로는 말없이 제 지갑에서 돈도 가져가곤 합니다.
저렇게 성격이 원만하지도 못한 아이에게 공부를 꼭 시켜야하는가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
고승일화를 하나 말씀드리지요.
보통문제아는 편모나 편부 슬하에서 많이생기고 이어서 사람들은 편모, 편부 슬하에서 자란 사람들을 좋게 보지 못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편모, 편부가 문제가 아닙니다.
어머니든 아버지든 자식을 기르는데 있어서 어떠한 가치관을 갖고 있는가가 중요한 것입니다.
부모가 다 있어도 자식이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도 많기 때문입니다.
고승일화를 들으시고 나는 자식을 어떤 생각으로 키우고 있는가에 대해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중국 임제종의 대표적인 선사로 황벽희운 선사가 있습니다.
황벽 선사의이마에는 살상투가 불끈 솟아 있었다고 합니다. 생김새에서부터 불법과 인연이 깊다는 것을 느끼게 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황벽 선사가 어렸을 때 동네사람들이 그의 생김새를 보고 많은 관심을 가졌다고 합니다.
거기다가 고집도 세고 의리가 좋았으며 음성이 유독히 맑고 깨끗해 동네에서 그를 모르는사람이 없을 정도였다고 합니다.
황벽 선사의 어머니는 사(謝)씨였습니다.
그녀는 열 다섯이라는 어린 나이에 황벽 선사의 어버지를 만나 결혼하였는데 스물한 살이 되도록 아이를 낳지 못해 고민을 하였다고 합니다.
그녀는 오래도록 아이가 없자 가까운 황벽산의 조그마한 산사에 올라가 열심히 불공기도를 올렸습니다.
우리나라 어머니들이 정성을 기울인 것과 마찬가지로 황벽 선사의 어머니도 아이를 낳고자 지성을 올린 것이지요.
정성이 닿았는지 마침내 태기를 느끼게 되었고 스물 두 살이 되던 해에 황벽선사를 낳게 되었습니다.
뒤늦게 얻은아들이기에 얼마나 기뻤겠습니까. 특히황벽 선사 아버지의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 이들 내외는 황벽산에서 기도하여 얻은 아들이라하여 이름을황벽이라고 하였습니다.
황벽은 치성을 올려 낳은 아들이라애지중지 키우는 부모의 극진한 보살핌 속에서 자랐으나 복이 짧았던지 아버지를 일찍 여의게 되었습니다.
황벽이 세 살 되었을 때 황벽의 아버지는여느때와 마찬가지로 땔나무를 지고 시장으로 나가 팔아 아들을 위해 몇 권의 책을 구입하였습니다.
아들을 생각하며 즐거운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오던 길에 그만 발을 헛디뎌 천길 낭떠러지로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황벽은 너무 어렸기 때문에 아버지를 잃은 슬픔을 느낄 수 없었으나 어머니의 슬픔은
여간 깊은 것이 아니었습니다.
어머니는 남편을 잃고서 더 열심히 아들을 기르는데 힘을 모았습니다.
황벽은 무럭무럭 잘 자랐습니다. 점차 말도 잘하게 되자 어머니에게 이것저것 궁금한 것이 있으면 무엇이든지물어보았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남들은 다 아버지가 계시는데 왜 나는 아버지가 없을까?” 하는 의문이 생겼습니다.
친구들 말에 의하면 돌아가셨다고 하는데 황벽은 자라면서 점점 아버지가 안계신 것에 대한 슬픔과 회의감에 빠지기 시작했습니다.
이를 지켜보던 어머니 사씨는 어떻게 해서든지 아들을 명랑하고 당당하게 키워야겠다고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키우기위해 많은 관심과 정성을 기울였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황벽의 외로움은 다채워지지 않았습니다.
아버지가 없는 외로움과 슬픔이 깊어져서 그런지 황벽은 이웃집에 놀러갔다가 그 집에서 키우는 강아지를 훔쳐왔습니다.
황벽은 강아지가 하도 귀여워 갖고 온 것이라고 자신이 강아지를 훔친 행위가 나쁜 행위였다는 것도알지 못했습니다.
그런데다가 한 번 훔쳐 온 뒤로는 자꾸 훔치는 것에 흥미를갖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강아지를 훔쳐오더니 나중에는 병아리도 훔치고 낫이나 도끼 등뭐든지 눈에 띄는 것이 있으면 닥치는대로 훔쳐왔습니다.
그러나 훔친 물건을집으로 가져오지는 않았습니다.
어머니에게 꾸중 들을 것이 겁나기도 했지만 단지 아버지가 없다는 허전함에서 생긴버릇이었기 때문에 우울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훔쳤던 것입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