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고통과 시련에 빠져 번민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은 세상입니다. 무시겁래 지어온 악업들이 한꺼번에 쏟아지듯 캄캄한 세상이 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밤이 지나야 새벽이 오고 햇살이 퍼지듯이 시름의꺼풀이 벗겨지면 반드시 화사한 날이 돌아올 것이다.앞으로 연재될 글에는 가장 시급한 문제들 때문에번민하는 분들을 위하여 세상을 바꾸는 지혜는 무엇인지, 행복을 일구는 좋은 생각이 무엇인지, 그리고 더불어 살아가는 거룩한 공덕이 무엇인지를 생각하는법문이 들어 있으며, 아울러 피안을 향하여 끊임없는행원을 다하는 불자들이 되시라는 의미에서 부처님의말씀을 많이 넣었습니다.
(지난호에 이어)
하지만 들키지 않을리가 없지요. 꼬리가 길면 잡히기 마련이니까요. 그가 물건을 훔치는 것을 이웃집 머슴이 보았고 급기야는 이웃집 주인에게 들켰으며결국 어머니앞에 꿇어 앉게 되었습니다.
어머니 사씨의 노여움이야 이루 말할수 없었지요. 사씨는 물건을 잃은 주인에게 황벽이 그동안 훔친 물건에 대한 것들을 모두 변상하면서 아들을 대신해 빌었습니다.
황벽은 어머니로부터 엄청난 매를 맞으며 혼이 났습니다. 어머니는 황벽을 꾸짖은 후 이러한 말했습니다. “훔치는 행위에는 세 가지가 있느니라. 어떤 것이 세 가지인줄 아느냐?”
“모릅니다. 어떤것이 훔침에 있어 세가지인지 말씀해 주십시오”사씨는 황벽을 앞에 앉혀 놓고 부드러운 표정과 엄숙한 말씨로 말했습니다.
“첫째는 작은 것을 훔치는 것이니 네가 지금까지 훔쳐온 가축이나 일상에필요한 집기 따위를 훔치는 것이요. 둘째는 큰 것을 훔치는 것이니 나라를 훔치는 것으로 한 나라의 통치자가 되는것이며, 셋째는 천하를 훔치는 것이니모두를 버림이니라. 작은 것을 훔치면양심을 좀먹는 것이요. 큰 것을 훔치면백성을 도탄에 빠뜨리거나 잘 살게 할것인데 이는 모두 세간적인 것이지만천하를 훔침은 온갖 중생을 윤회에서건짐이니라. 모두를 버릴 때 모두를 얻는 것이니 황벽아! 너는 어떤 훔침을 실행하고 싶으냐?”
황벽은 어머니의 말씀을 곰곰히 생각해 보더니 무겁게 입을 열었습니다.
“소자는 세번째 천하를 훔치는 자가되겠습니다. 소자 비록 나이 어리오나어머님의 말씀을 가슴 깊이 새기고 다시는 첫번째와 같은 훔침의 행위는 결코 하지 않겠습니다. 모든 것을 버리는자가 되겠습니다. 하온데 어머님! 우리는 본래 가진 것이 아무것도 없는데 무엇을 버려야 하겠습니까?”
사씨는 아들이 제대로 말을 이해하고있는 것 같아 더 자상하게 말했습니다.
“마음에 깃든 욕심을 버려야 하느니라.욕심이 모든 것의 화근이 되기 때문이지.”그로부터 황벽은 어떤 일이 있더라도남의 물건을 훔치지 않았습니다. 그대신자신이 갖고 있던 물건을 틈만 나면 이웃집 아이에게 주거나 내다 버렸습니다.
그나마 가지고 있던 가재도구가 온통 바닥이 날 지경이 되었지요. 이를 지켜보던어머니는 다시 아들을 불러 앉혔습니다.
“얘야! 버리는 데도 세 가지가 있느니라. 첫째는 물건을 버리는 일이요. 둘째는 육친을 버리고 출가수행하는 일이며, 셋째는 마음의 탐욕을 버리는 일이니라.
물건을 버리는 일은 누구나 할 수 있으되 육친을 버리고 출가수행하기는 어려운 일이며,
출가수행하기는 쉽되 마음속에 탐욕을 버리기는 더욱 어려우니라.
황벽아! 너는 이 세 가지의 버림 가운데서 어떤 버림을 하고 싶으냐?"
황벽은 세번째의 버림을 실천하겠노라고 했습니다. 그후로는 물건을 마구 버리거나 없애는 일을 하지 않았습니다.
황벽은 어머니로부터 처음으로 중도의 가르침을 배운 것입니다. 그리고 그를 실천하는 방법도 조금씩 깨달아갔습니다.
황벽 선사는 고향에 있는 황벽산에서 삭발 득도한 뒤 나중에 천태산에 이르러정진하다가 백장 선사를 만나 공부를 하게 되었습니다.
백장 선사 밑에서 정진하고 있을 때황벽의 어머니가 아들을 만나고 싶어 먼길을 찾아왔습니다. 오로지 아들을 만나겠다는 마음으로 천 오백리 길을 두달동안 걸어서 찾아온 것입니다.
하지만 황벽은 어머니를 만나지 않았습니다.
어머니는 사찰 일주문 밖에서 임시 거처를 마련하고 어떻게 하든지 아들을 한번 만나고 가리라 마음을 먹었지만 두어달이 지나도록 만날 수가 없었습니다.
어머니는 황벽이 만나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한 통의 편지를 님기고 돌아오고 말았습니다.“황벽 스님! 내가 자네를 찾아 왕복 삼천리 길을 걷고 또 걷는 것은 자네의 마음을 흐트러놓기 위한 것이 아니요, 자네를 집으로 데리고 오기 위함도 아니며, 자네 마음에 파문을 일으키려고 하는 것도 아니네.
만약 내가 그렇다면 애초부터 자네를 출가시키지도 않았을 것이네.내가 황벽 스님을 한 번 꼭 만나고 싶었던 것은 부디 열심히 정진하라는 어미의마음을 전하고 싶어서였네. 자네가 처음집을 나왔을 때의 마음을 잊지 않는다면 꼭 깨달음을 얻을 수 있을 것이네.
황벽 스님! 어미가 이토록 자식을 생각하는 마음처럼 오로지 부처님을 잊지않고 화두를 챙긴다면 자네의 깨달음은꼭 성취할 수 있을 것이네.할 말은 많지만 어미가 자식에 대한 마음을 어찌 글로 다 표현할 수 있겠나. 부디 진중하고 진중하라. -어미로부터…”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