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노동은 사실만을 엮어서 알리는 작업이다. 어떤 취재원들은 칭찬받을 일이라도 신문에는안나가는 게 좋다고 한다. 보도 내용이 비판적이라면 더욱 언론에 오르내리는 것 자체가 달갑지 않다고도 했다. 쌔빠지게 일하는데 본의는 없고 주민들은 알아주지도 않으면서 비난의 대상이 되는게 싫다는것이다. 우리 사회에는 ‘좋은 생각’과 ‘칭찬’ 같은 긍정적 요소가 은연중에 강조되다보니 비판은 ‘나쁜 생각’으로 여겨지기 십상이다. 물론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지만, 침묵하는 비판은 그 사람과 조직을 망가뜨릴 뿐이다.가끔씩 따뜻한 소식, 사람냄새 나는 기사, 기분 좋은 뉴스가 부족하다는 힐난의 소리를 듣는다. 지적 기꺼이 받아들이며 그것이 더 노력해야 할 부분이고 독자들의 성에 차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의식적으로 더 챙기려는 경향도 있다.신문이 나오는 수요일은 하루종일 불안하다. 자신에게 조금만 불리하고 비판적인 내용이면 즉각적인 반응과 마주해야 한다. 어떤 이들은 전화로, 어떤 이들은 직접 찾아와 욕을 퍼붓고 항의할 때도 있다. 묵묵하게 듣는다. 인구 10만을겨우 넘는 촘촘한 농촌사회, 익명성도 별 의미가 없는 작은 지역에서 ‘비판’은 누군가에게는 꽤 마이아프다. 그럼에도 비판 기사를 쓰는 이유는 또다른 누군가는 그일 때문에 고통받고, 각 이해 당사자들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갈등하기 때문이다. 취재와 보도를 전가의 보도처럼 또는 특권마냥 휘두를 생각은 없지만, 지면에 기명 기사를 쓰면서 늘 고민한다. 설령 갈등의 주체가 서로 합의해 없던 일로 결론났다 하더라도, 우리는 알려야 할, 기록해야 할 책임과 의무가 있다. 그것이 먼지 같을지라도 지역사회가 성숙하고 발전할 수 있는 계기이기 때문이다. 공론화하는 것들은 누군가에게 아프고 오랜 상처가 될 수도 있지만, 한편으론 당사자를 포함한 모두가 성찰할 수 있는 기회도 될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 두 말 하면 잔소리지만, ‘어떤 사람을 골탕 먹이기 위해서’, ‘어떤 이득을 취하기 위해서’ 나쁜 사적인 의도를 가지고 비판 기사를 쓰는게 절대 아니다. 더 많은 공론을 통해 더 나은 지역사회가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비판한다는 진실만은 알았으면 좋겠다. 사람이 살다보면 착오와 실수는할 수 있다. 그런게 없다면 곧 신이거나 아니면 죽은 사람일테다. 살아있는 사람의 실수야 비판받는 것이당연한 일이다. 개인적인 사심만 없다면 그런 정도는 주변사람의 이해의 범위에서 해석할 부분일 뿐이다. 그런데 사실관계를 따지고 조금만비판을 해도 득달같이 달려들어 욕하고 항변한다. 개인이든 조직일지라도 누구나자기에게 주어진 삶의 무게로 진실되고 공평한 모습으로 살면 되고,그런후에 돌아오는 덕담이든 쓴소리는 감수해야 하는게 인간의 영역이다. ‘영천 이미지 나빠지는데 그런 기사는 좀 안 쓰면 안돼요’. ‘나쁜기사 말고 좋은 기사만 쓰면 영천이 더 밝아질텐데.’ 숱하게 듣는 말이다. 모두의 발전을 위해 좋은 기사만 써달라는 요청이다. 그렇게만 포장하면 과연 있던 사실이 없어지고 정말 좋은 것만 남게될까. 비판도 악의에 찬 비판은 없어야 하지만, 마땅히 비판받을 일에 건전하고 발전적인 비판은 약이될 수도 있다. 냉정하게 따져보자.감춘다고 있는 엄연한 사실이 없어지거나, 침묵한다고 저절로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다시는 유사한 일이 재발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끊임없이 기록하고 공론화해야 한다. 오히려 감추려고 하는 상처는 더 크게 곪고 썩어 나중에는 수술까지해야할지 모른다. 곪아 아픈데를 가리고 마치 건강한 것처럼 사는 것은 위선이다. 그래서 기자는 오늘도 많은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듣고 기록한다. 신문기사 읽고 많은 이야기 들려주시면 고맙겠다. 신문에 대한 비판도 비판을 하는 만큼 귀담아 들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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