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하룻만에 두 군데의 결혼식을 다녀온 지인의 이야기다.
먼저치러진 결혼식은 그분의 지인으로서울의 강남 한복판 휘황찬란한 예식장에서, 식장을 장식하는 꽃값에만 4천만원 가까운 돈을 들였다는예식이야기였다.
또 하나의 결혼식은 친척 동생으로 일찍 부모를 여의고 어렵게 성장해 지금은 반듯한직장에 다니는 건실한 청년이지만가진게 없어 경기도 어느 골짜기초라한 식장에서 치러진 결혼식 이야기였다.
영천에서 수도권의 두 결혼식을다녀오며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노라 푸념처럼 늘어놓는 이야기가 자못 의미심장했다.
두 결혼식이 확연하게 비교가 돼 친척의 결혼식장에서는 눈물이 나더라고 했다.
이 두 결혼식은 엄연한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그나마 가난해도 반듯하게 자라 결혼을 하는 젊은이는다행인 경우다.
결혼을 포함한 3포,5포를 넘어 꿈마저 포기하는 N포의 젊은이들이 얼마나 많은가.
아들친구가 했다는 이야기도 화끈하다.
제일 존경스러운 사람이 아버지인데 그 이유가 아버지는 연애도 했고, 취업도 했고, 결혼도 해서 자기를 낳았지 않았냐는 거다.
정작 자기는 뭐 하나도 제대로 못하고 있다는 웃픈 이야기. 참 불안한 청춘들이다.앞의 두 사례처럼 ‘한국사회’라는이름만 같지 완전히 다른 세상에살며 격차는 뚜렷하다.
지난해 30대 남성 중 50.8%와 여성 중 33.6%가 결혼을 하지않고 혼자 사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대에 따라 결혼과출산에 대한 가치 인식이 달라지는건 당연하다. 과거에는 혼인은 기본이고 출산과 육아는 노후를 부양해주는 자산처럼 여기며 살았다.
경제력 향상과 성평등이 비혼을 부추키는 면이 있지만 이렇게 비자발적으로 연애와 결혼, 출산까지 막힌 세상이다.
현재의 연애와 결혼은 ‘능력’이라 불리는 일정 수준 이상의직업과 소득, 재산, 집안환경, 학벌,외모 등의 조건을 갖춘 사람들의전유물처럼 돼버렸다.
주변에서 날아오는 청첩의 경우만 뜯어봐도 확연이 느끼는 사실이다. 단 한 두가지의 결격사유가 있어도 꿈을 못꾸는 슬픈 세상이 됐다.
본래 나이가 들고 적령기가 되면 짝을 만나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낳아 대를 잇는 것이 신의 섭리인 줄 알았다.
그래서 가정은 사회의 가장 기초적인 단위라고 배웠고사회와 국가의 보호를 받게 돼있는것 아닌가. 하지만 그게 아니었나보다.
오늘날 한국사회는 여러 가지 이유로 많은 젊은이들이 이 기초 단위를 누릴 기회마저 박탈당하고 있는게 사실이다.
수도권엔 집값이 비싸서, 지방엔 일자리가 없어서눈물 흘리는 청년들. 그 모든 것을개인의 능력부족으로 인식하지 다른 이유는 찾지 않고 큰 관심조차두려하지 않는다.
아니다, 대선이코앞에 있으니 조금 관심을 두는척하기는 한다. 그런 또다른 이면에는이런 그들을 향해 갈등을 조장하며조롱하는 행위도 나타나고 있다.
진정한 행복은 무엇인가. 위에서말한 조건들이 행복을 지탱하는 유리한 조건이라는데는 공감한다.
그렇지만 지금 젊은이들의 소확행을입에 올리면서도 조건이 충족되지않으면 아무것도 안되는 이중적 구조를 누가 만들었나.
지금 우리 사회의 연애와 결혼이 소수 특권층의전유물처럼 만든 것이 누구일까.
수년 이내에 연애와 결혼이 구시대의 유물로 전락하지 않을지 걱정이다.
결혼이라는 허들의 높이는 자꾸만 올라가고 그런 이유로 포기하는 평범한 젊은이들이 늘어간다.
세상을 구성하는 절대 다수가 평범한사람일진데 평범한 이들이 평범한일들을 포기하는 사회에 무슨 희망이 있나.
손에 쥔 것없이 하루하루가 불안하고 아등바등하는 이들에게 결혼은 이제 희망고문도 아니다.
돌파구도 다른 선택지도 없는 갇힌청년들의 불만이 혹여 집단으로 표출돼 더큰 사회문제로 비화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애 하나 낳고는하나 더 낳을 생각을 안한다’는 부모세대 목소리가 사치처럼 들린다.
결혼이 일부 특권층만의 전유물이되는 사회에 희망이 있을리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