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고통과 시련에 빠져 번민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은 세상입니다. 무시겁래 지어온 악업들이 한꺼번에 쏟아지듯 캄캄한 세상이 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밤이 지나야 새벽이 오고 햇살이 퍼지듯이 시름의 꺼풀이 벗겨지면 반드시 화사한 날이 돌아올 것이다. 앞으로 연재될 글에는 가장 시급한 문제들 때문에 번민하는 분들을 위하여 세상을 바꾸는 지혜는 무엇인지, 행복을 일구는 좋은 생각이 무엇인지, 그리고 더불어 살아가는 거룩한 공덕이 무엇인지를 생각하는 법문이 들어 있으며, 아울러 피안을 향하여 끊임없는 행원을 다하는 불자들이 되시라는 의미에서 부처님의 말씀을 많이 넣었습니다. (지난호에 이어)스님이 된 두 형제는 추운 어느 날 길을 가다가 거적때기로 겨우 문을 해 단 움집을 보게 되었습니다. 사람이 살것같지 않은 형편없는 움집을 들춰보니 그 속에는 남루하기 이를 데 없는 두 내외가 살고 있었습니다. 얼마나 딱한 형편인고 하면 한 사람은 홑겹의 누덕누덕 기운 바지 저고리를 입고 있었고, 다른 한 사람은 입을 옷도 없어 포대자루를 몸에 두르고 있었습니다. 날씨는 매섭게 찬데 홑겹 옷에 포대자루만 걸치고 있으니 얼마나 추웠겠습니까. 스님 형제는 이 모습을 보고 너무나 가엾고 딱해 곧장 절로 올라와 은사님께 이 얘기를 했습니다. “스님, 너무나 딱해 어떻게 할 도리를 모르겠습니다. 그들을 돕고 싶은데 저희가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그런데 은사님은 큰 소리로“이놈들아! 내일 그들에게 다시 가거든 그 옷 한 벌을 시주하라고 해라.”하시는 것이었습니다. 두 스님은 하도 기가 막히고 은사님의 말씀을 이해할 수가 없어 여쭈었습니다. “옷 한 벌, 그것도 해질대로 해진 옷 한 벌로 두 사람이 사는데, 어떻게 그걸 시주하라고 할 수 있습니까?” “이놈들아! 그것이 바로 고통에 빠져서 허덕이며 사는 모습이라는 것이다. 그 옷을 시주하라고 해서 주거들랑 받아오고, 또 그것도 주지 않거들랑 그냥 오거라.” 형제 스님은 어이가 없었지만 그들이 너무나 불쌍한 생각이들어 은사님 말씀대로 해서라도 그들이 복을 받을 수 있다면 좋겠다는 마음을 먹고 다음날 그들을 다시 찾아 갔습니다. 그 부부는 거적대기를 함께 쓰고 오돌오돌 떨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형제 스님이 거적대기 문을 들추자“아이구, 스님 또 오셨군요.” 하며 공손히 인사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형제 스님은 처음에 무슨 말을 꺼내야 할지 몰라 고민중이었는데 그들이 반갑게 인사를 하자 용건을 말해야겠다는 용기가 났습니다. “제가 여기에 온 것은…… 처사님이 입고 계신 그 옷을…… 그 바지 저고리를 시주하시라고 찾아 왔습니다.”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여자가 볼멘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옷이 이거 하나뿐인데 어떻게 시주를 합니까? 그리고 너무나 헐었는데요.”그러나 남자는 무슨 생각을 좀 하더니“어차피 없는 것을, 이것 하나라도 시주하라시니 그러지요. 아까울 것도 없습니다. 자, 가져 가제요.”하고는 옷을 벗어 착착 개더니 새끼 줄로 묶어 바깥으로 내놓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입을 옷이 없자 포대자루를 두 조각으로 나누어 간신히 앞만 가리고 있었습니다. 그야말로 이제는 죽을 때나 기다리는 사람 같았습니다. 어쨌든 스님들은 누더기 옷을 시주받아 절로 돌아왔습니다.“은사님, 옷을 받아왔습니다.” “그 옷을 다 뜯어서, 아무리 해졌다 하더라도 아주 깨끗이 빨고 또 삶아라. 그래서 윗도리는 형이 갖고, 아랫도리는 아우가 가져라. 너희들은 그것이 다 닳아 없어질 때까지 법당 마루와 요사채를 정성들여 닦고 닦아라.” 하시는 것이었습니다. 형제 스님들은 은사님의 말씀대로 옷을 걸레로 만들어 법당과 요사채를 정성껏 닦았습니다.보름 쯤 지나자 은사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너희들 이리 오너라. 이 옷을 그들이 줄 때의 마음과 너희들이 그 마음을 받을 때의 마음이 둘이 아니었다. 옷을 준 사람의 손과 받은 네 손이 둘이 아니었다. 그러니 네가 걸레질을 하는 것이 바로 그 사람이 하는 것이요. 그 사람이 닦는 것이 바로 네가 닦는 것이니라. 너희들이 아침 저녁으로 걸레를 빨아서 이렇게 닦는 것은 바로 그 사람들이 닦는 것이니라. 그러니 네 마음을 각각 따로 보지 말고 언제나 한마음으로써 보거라! 그리고 한마음으로 생각하고, 그 한마음도 없는 미움에 놓으면서 항상 굴리거라. 그래야 그 두 사람이 거기에서 벗어날 수 있느니라.”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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