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고통과 시련에 빠져 번민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은 세상입니다. 무시겁래 지어온 악업들이 한꺼번에 쏟아지듯 캄캄한 세상이 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밤이 지나야 새벽이 오고 햇살이 퍼지듯이 시름의 꺼풀이 벗겨지면 반드시 화사한 날이 돌아올 것이다. 앞으로 연재될 글에는 가장 시급한 문제들 때문에 번민하는 분들을 위하여 세상을 바꾸는 지혜는 무엇인지, 행복을 일구는 좋은 생각이 무엇인지, 그리고 더불어 살아가는 거룩한 공덕이 무엇인지를 생각하는 법문이 들어 있으며, 아울러 피안을 향하여 끊임 없는행원을 다하는 불자들이 되시라는 의미에서 부처님의 말씀을 많이 넣었습니다. (지난호에 이어)형제 스님은 은사님께서 하시는 말씀의 의미를 깊이 이해할 수는 없지만 그 추운 겨울 내내 찬물에 걸레를 빨면서 열심히 법당을 닦고 또 닦았습니다.손이 벌겋게 부어올랐지만 ‘손이 부어올라도 그 사람들 보다는 낫지 않은가?’하는 생각을 하며 정성껏 닦는 일에만 열심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생각을 가지고 바닥을 열심히 닦고 있자니, 별안간 은사님의 불같은 호통이 떨어지는 것이었습니다.“그 사람들이 고생하는 것보다 너희들 손 부은 것이 낫다니! 이렇게 각각둔다면 언제 이 모든 업이 더불어 소멸돼서 그 사람들이 살 수 있겠는가? 그 사람들이 바로 너희들이고 너희들이 곧 그 사람들이니라! 어찌 둘로 보고서 그런 생각을 하게 하느냐?”은사스님의 호령하는 소릴 듣고서야 형제 스님들은 그들대로 홀연히 깨우치는 바가 있었습니다.한편, 형제 스님들이 이렇게 사는 동안 움막 속의 내외는 거의 굶어죽을 지경이 되었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그동안은 내외가 옷 한 벌을 번갈아 가면서 입고 밥을 얻으러 다녔습니다. 동네의 허드렛일이라도 해 주면서 살았던 것입니다. 하지만 포대자루를, 그것도 내외가 두 조각으로 나누어 겨우 앞만 가리고 있자니, 도무지 밖으로 나갈 수가 없었습니다. 물이라도 마시고 움막 주위의 아무 것이라도 캐먹으면서 연명은 했기에, 그저 목숨만 겨우겨우 붙어 있었습니다.그런데 이때 같은 동네 사람들은 문득 문득 움막 속의 내외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동네에 급한 일거리가 생기니, 일을 거들어 주며 밥을 얻어먹던 두 내외가 필요하게 된 것입니다. 그래서 동네의 어른들이 모인 자리에서 이런 말이 오가게 되었습니다.“아, 그 사람들 얼어 죽었나봐. 이렇게 찾아오지 않으니 우리가 한 번 가봅시다.”“불쌍한 사람들이니 얼어 죽었다면 시신이라도 치워 주어야 하지 않겠어? 동네마다 다니면서 허드렛일을 그렇게 많이 해주었는데, 우리가 그냥 있을 수는 없지.”이렇게 동네사람들은 예전과는 달리움막에서 지내는 부부를 생각하는 마음이 들게 된 것입니다.동네 노인들이 움집을 가보니 부부는 포대자루에 몸을 감고 거적을 덮어쓴 채 웅크리고 굶어서 사는 것이었습니다. 이런 모습을 본 동네 사람들은 부랴부랴 동네로 내려가 먹을 것과 입을 것을 갖고 와 도왔습니다. 그리고 동네에서 가장 큰 집의 행랑채까지 빌려주고 일감까지 마련해 주는 등 적극적으로 도와주었습니다. 이후로 움막집의 부부는 움막에서 벗어나 점점 생활이 나아지게 되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돈도 벌게 돼 나중에는 동네에서 가난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도우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되었습니다. 세월이 흘러 그 내외는 나이가 들어 세상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그때서야 은사스님은 형제 스님을 불러 앉혀 놓고 말했습니다.“이 노부부는 너희들 전생의 아들과 며느리였고, 너희들은 바로 이 사람들의 부모였다. 너희들은 아들 내외가 도망을 가서 부모를 돌보지 않았지만 부모는 오직 자식이 잘 되기만을 바랬고, 절에서 공양주의 부목 노릇을 지극하게 잘 했었다. 때문에 그 공덕으로 지금은 이렇게 승려가 됐느니라. 아무리 나쁜 자식이라도 부모는 딴 집 자식이 되어 가지고, 위 아래로 또 그렇게 전생의 자식들 죄를 닦아 준 것이니라.”그제서야 형제스님들은 엎드려 울면서 인연과보에 대해 깊이 깨닫게 되었습니다.‘범망경’에서도 “옛부터 금생에 이르는 동안 육도 중생이 모두 나의 부모형제 아님이 없다.”고 하였듯이 인연의 고리를 맺고 있습니다. 나를 낳아준 분도 부모요, 이웃에 있는 사람이 전생 혹은 다음생의 부모가 될 수 있으며, 거렁뱅이도 누구나 다 나와 인연이 있는 사람입니다. 이를 깨달으면 불교에서 말하는 연기법을 깨달은 것이요, 연기법을 깨달은 사말은 효도하라고 말하지 않더라도 스스로 생긴 효의 마음으로 진심을 다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