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들장은 옛 가옥의 바닥재다. 온돌석이라고도 한다. 10년 전만 해도 보현산이며 비슬산 퇴적암을 정으로 톡톡톡 때리면 네모반듯한 구들장을 자유롭게 채취할 수 있었다. 요즘은 허가를 받아야 해 자칫하면 우사를 당할 수 있다. 솔깔비는 옛 아궁이의 불쏘시개다. 솔가리가표준말이다. 청도 등 경상도 방언인 솔깔비는30~40년 전만 해도 시골에서 폐지가 된 신문만큼이나 좋은 쏘시개였다. 특히 연탄가구가 보편화되기 전까지 솔깔비는 주민들끼리 앞다투어구하는 생활필수품 이었다. 이 가로 1m 세로 40cm가량 되는 구들장을 얹은 아궁이에다가 솔깔비로 불어 붙여 참나무 장작을 떼 고깃기름이 바들바들 끓어오를 때까지가 <경북정신사> 출정식 준비단계였다. 뜨겁게 달군 구들장 위에 삼겹살이며 목살을 얹어 굽는 것으로 <경북정신사>출정식이 시작, 장장 6시간 이어졌다. 날씨가 큰 부조를 해줬다. 겨울날씨 같지 않게 햇살이 따뜻해 뒷마당에 마련된 구들장아궁이 주위로 옹기종기 모여 먹는 맛이 일품이었다.고기가 노릇노릇 익어가는 동안 부엌에서 밑반찬이 나왔다. 이어 동동주가 나오고 제철 미나리가 충분히 드넓은 구들장 위에 함께 올랐다. 돼지고기와 미나리는 서로 한데 엉겨 익어야 제맛. 돼지고기가 게 눈 감추듯 동이 나자 이번에는 소고기가 구들장 위에 올랐다. 고기를 먹는 중에 부엌에서 된장찌개와 갓 지은 고소한 흰쌀밥이 밥통째 나왔다. 세상에나 된장찌개가 이렇게나 환상적일 수 있다니!1)소고기를 어느 정도 해치우자 이번엔 잘 숙성된 전라도 홍어가 안주로 올랐다. 어라, 오리지널홍어였다. 웬만한 유명 홍어식당에서 자랑하며 자신 있게 내놓는 것보다 월등히 질이 좋았다. 지상에서 가진 가장 멋스런 식사 후엔 구들장을 다탁 삼아 여행용 다구로 보이차를 우려 출정식에 품위를 더 했다. <경북정신사>를 시작으로 ‘10년 경북문화사쓰기’에 돌입한다는 의미에서 10년 묵힌 보이숙차를 먼저 우렸고, 보이차의 진수를 맛볼 수 있는 25년 묵은 보이청차를 이어 우렸다. 최소 200년 이상 된 고차수(古茶樹)의 잎으로 만든 고수차(古樹茶)까지 우리는 건 과유불급. 보리차처럼 끓여 먹어도 좋은 것이어서 세상 유일무이한 출정식을 마련해 준 조충래 영천 전원생활체험학교 교장께 대전 성심당 소보로빵과 함께 선물로 드렸다.지난달 27일 <경북정신사> 출정식엔 조정숙 영천 보현자연수련원 원장, 조충래 영천 전원생활체험학교 교장, 양보운 채널경북 대표, 이용직산남의진기념사업회 사무국장, 뉴욕에서 살다가부친이 작고하면서 가업(국수공장) 승계를 위해한국으로 돌아온 윤귀순 풀내음 대표가 온암(溫巖) 박철훈 선생과 나를 반겼다. <경북정신사>고료를 댄 온암 선생은 전날“잘 설계하고 튼튼히 지어서, 우리 경북 후손들의 ‘정신과 마음의 고향집’을 지어주면 좋겠다”고 했다. “샤넬도 작은 시그니처로 시작했듯, 대대손손 이어갈 명품으로 만들어질 거라 믿는다”고도 했다.생전 듣도 보도 못한 출정식을 가진 까닭은 일단은 그걸 핑계로 조충래 교장을 만나 회포를 풀기 위해서였다. 온암은 10여 년 전 일괄 사표 쓴전 직원 17명을 데리고 이곳 전원생활체험학교에서 숙식을 해결한 바 있다. 그때 조정숙 원장과조충래 교장한테 은혜를 입은 인연이 있다. 나는 8년 전 산남의진 스토리텔링 건으로 조충래(산남의진기념사업회 부회장) 교장과 인연을 맺었다. 그때 산남의진기념사업회 회장이자 거동사2) 주지였던 혜신 스님과도 연을 맺었다. 그때 또 마지막 황손 이석 선생과도 인연을 맺었다.-계속[심보통의 보통 글밥]을 매주 독자들에게 배달합니다‘글밥’이 뭐냐고요. 비빔밥과 같은 거죠. 매일 우리는 밥을 먹죠. 그건 당연하게 생각해요. 근데 글밥은 어지간히도 잘 안 먹어요. 왜일까요. 비빔밥은 혼자 슥슥 비벼 먹기 쉬운데, 글밥은 혼자 비벼 먹기가 여간 어려운게 아니거든요. 제가 기자에서 작가로 전향한 지 올해로12년이에요. 작가로 뭘 한 게 없더라구요. 근데 이게 작가로 뭘 한 게 있긴 있는 거더라구요. 웃기죠. 아무 것도 한 게 없는데, 뭔가는 한 것. 작가로 산다는 건 제게 두 가지 의미가 있어요. 하나는 소설가셨던 부친(황계 심형준·1949~2013)의 가업을 잇는다는 것. 다른 하나는 작지만 인류에 도움 되는 일을 하는 것. 작가는 쉼 없이 연마할 수밖에 없는 운명을 짊어진 사람 같아요. 근데 그 연마 과정과 결실이 잘 드러나지 않죠. 가만 생각을 해봤어요. 활용 가치 없는 사유, 공유되지 않는 사유는 그냥 죽은 지식이지 않은가. 물론 훗날 그 사유가 어떻게 빛을 볼지는 알 수 없지만. 착착 사장되며 쌓여가는 시간과 얄팍한 사유물이지만 그것이 아깝다는 생각을 했죠. 해서 글 배달을 떠올렸어요. 혼자 독식해선 안 될것들. 그냥 글비가 내리면 내리는대로 슥슥삭삭 손질해서 딱 100분께만 배달을 하기로요.[보통 글밥]은 지난 10년, 아니 그 이전의시간과 뭉뚱그려져 ‘연마’란 이름의 가냘픈 포장지로 포장된 것들을 풀어헤치는 행위예술이에요. 뚝딱 내놓는 할머니 국수랄까요. 가공은 후딱인데, 지난 시간이 켜켜이 쌓인 결과물이란 점에서 한 게 없는데 한 것이 있는 것이 되는 거랍니다. 전 놀지 않았어요! 아무쪼록 [보통 글밥]을 통해 마음의 양식이 조금씩 늘어갔으면 좋겠습니다. [보통 글밥]은 제 필명 심보통(보통 인간으로 살겠다는 의미)의 보통에 밥처럼 상시 먹어야 살아갈 수 있는 인간사 사유를 담은 글밥을 나란히 놓은 것입니다.[보통 글밥]을 통해 넉넉한 삶, 아름다운 삶 가꾸시는 데 다소나마 도움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