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출정식은 산남의진기념 사업회가 10년 넘게 벼르던 ‘산남의진 스토리텔링’ 숙원 의지도 담겼다. 지난주충북 단양 대흥사에서 동안거 감독 중인 혜신 스님을 먼저 뵙고 온 이유다.<경북정신사>나 <산남의진 전> 모두 관(官)의 돈이나 힘을 빌려 쓰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웠다. 순수 민간의 힘으로 이뤄나간다. 또 쓰나미처럼 몰려오는 ‘찐 지방시대’를 대비해 우리 지역 콘텐츠는 우리가 담아놓는다는 전략을 마련했다. 핵심은 올곧은 출판유통사를 자체 보유한다는 것이다. 이 일은 내지음(知音)이자 우리나라 100대 명산 종주 단짝인 한국문헌정보 권대용 대표가 맡아주기로 했다.지난해 11월 직지사 황악산, 지난 주말 금오산 약사암 두 번 산행을 통해 권대용 대표와 뜻을 모았다. 우리의 목표는 <경북정신사>를 시작으로 양질의 독도·울릉도 콘텐츠를 실력 있고 뜻있는 지역민 스스로 생산·확산시키는 데 있다.1)나는 녹록지 않은 기획자다. <경북정신사> 그 단조로운 하나를 보고 가지 않는다. 빈약한 대구경북 지방문화를 한 단계가 아니라 서너 단계 업그레이드 시키는 방식으로 로드 맵을 짰다. 이 로드맵 성패는 순전히 나의망(網·인적 네트워크) 활용과 상대의 순수의지에 달렸다고 나는 믿는다.구들장 위에서 노릇노릇 익어가는 돼지고기를 보면서, 돼지고기와 두루 섞여 익어가는 미나리를 보면서, 또 기름진 음식 뒤 보이차를 마시면서나는 내내 ‘중용의 삶’을 생각했다.‘나무박사’ 계명대 강판권(사학과)교수는 <나무철학> 에서 “자연성과 당위성의 균형을 이루고자 하는 삶의 태도를 일러 중용(中庸)이라 한다”고했다. 이어 “중용은 어디에도 치우치지 않는 상태, 어떤 일이든 핵심에 적중시키는 능력을 가리킨다. 중용의 중(中)은 적중(的中)을 뜻 한다”고 했다.구들장 불판으로 돼지고기를 구우면 기름은 적당히 빠지고 수분이 잔뜩 배 야들야들하니 식감이 좋다. 가히 치우침 없는 중용의 상태다.기름진 돼지고기와 피를 맑게 하는 미나리의 궁합 역시 중용을 지향한다. 돼지고기 소고기 등 육류 섭취 뒤 보이차를 마시면 이뇨 작용으로 불순물이 걸러진다. 고기와 함께 마신동동주의 취기도 빠진다. 도로 맨 정신이 된다. 적중의 묘다. <경북정신사>와 <산남의진 전> 그리고 독도·울릉도 콘텐츠는 ‘핵심에 적중시키는 능력’을 십분 발휘하는 방식으로 정통을 찌를 것이다. 미리 선뵈는 <경북정신사> 의 한대목과 <산남의진 전>의 리드문을 감상해 보시라.“‘원래 인문서는 모두 독서의 기록이다’라고 한 믿음사 편집자 신새벽씨의 말은 신뢰할 만하다. 여기다가‘그 독서에다 얼마만큼 절묘한 작가생각을 새겨 넣느냐가 양서의 관건이다’가 보태졌으면 좋았을 것이다. ‘책은 모두 죽은 자들의 사상의 부활’이라고 한 석학 이어령 선생의 말도 능히 신뢰할 만하다. 여기다가 ‘사상이 없으면 세계를 볼 수도, 만질 수도 없다’는 지식 연금술사 황광우 선생의 말이 이어졌으면 좋았을 것이다.<경북정신사> 는 이 같은 생각으로 뼈대를 곧추세웠다. 경북사람뿐 아니라 그 누구라도 읽어 보람을 느낄 것이라 믿는다.”“지금은 텍스트 안에 장소가 고이 잠들어 있지만 머지않아 이 장소들은 펄떡이는 생명을 얻게 될 것이다. 산남의진 유적지를 찾는 사람들은 장소에 서서 이 텍스트를 읊조리게 될 것이다. 그런 날은 머지 않았다. 곧, 반드시 온다.”어떤가. 우리들 구들장 결의, 솔깔비 결의가 전도유망해 보이는가. 나의 글이 정통을 찌를 가망이 있어 보이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