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감이 그렇지만) 모두들 ‘긴 밤’ 이었을 줄로 안다. 내 예측은 틀렸고 윤석열 대통령이 탄생했다. 요행히 내 첫 번째 기도는 이뤄졌다.  내 어머 니와 장인·장모께 경의를 표한다. 윤 석열 후보를 선택한 귀하께도. 0.8%P 차. 그야말로 신승(辛勝)이 었다. 막상 결론이 이렇게 나자 일각 에서 제기돼 온 ‘과반 미획득 시 결선 투표를 해야 한다’는 당위성마저 무 력화된 것 같다.  어쨌든 승자가 모든 걸 갖는 승자 독식체제가 민주주의 선거의 맹점이 라면 맹점이겠지만, 애석하다고 그걸 두 번 치르자는 데 찬성할 국민은 많 지 않을 성싶다.  민심은 호되게 엄중했다. 문재인 정권 심판론도 먹혀들지 않았고, 후 보자와 배우자, 친인척의 도덕성과 부정비리 의혹도 제대로 먹혀들지 않았다. 후보단일화도 썩 재미를 보 지 못했다. 우리 국민은 ‘똑같이 나쁜 놈들 둘 중 하나를 뽑아야만 하는 사면초가’에 놓였다.  이번 대선은 ‘깜깜이 선거’라 는 이름 아래 그런 민심이 가장 극적 으로 표출된 결과로 봐야 할 것이다. 이재명의 속은 당장은 무덤덤하겠 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부글부글 끓어 올라 진정시키느라 생똥 좀 쌀 것이다.  윤석열의 속도 화장실 갔다가 뒤 안 닦고 나온 양 그닥 편치 않을 것이 고 시간이 흐를수록 국정운영에 큰 부담을 느낄 것이다.  우리는 “비록 도덕적으로 흠이 많 지만 일은 잘 할 것 같은 이재명” 대 신 “준비되지는 않았지만 현직 대통 령과 맞짱 뜰 기세로 붙은 ‘사이다’ 윤 석열”을 선택했다.  이래나 저래나 고 육책이고 차악이 아닐 수 없다. 47.8% VS 48.6%. 민심이 그걸 증거한다. 김상근 연세대(신과대학) 교수는 9 일자 동아일보 ‘오늘, 투표를 생각한 다’는 기고문에서 아테네가 스파르 타에 먹힌(기원전 404년) 주된 원인 이 시민 투표였다면서 이 상황을 기 록했던 역사가 투키기데스의 관찰을 소개했다.  “사람들은 겁이 나거나 의혹이 생 길 때는 감정에 영합하는 논리에 잠 시 귀가 솔깃하지만, 나중에 행동할 때가 되면 자신의 이해관계를 따르 는 법이다.”  아테네 시민들의 투표는 철저하게 개인의 이해관계에 따라 결정된 것 이라는 말이다. 실제 이와 비슷한 연 구결과도 있다.  뇌과학자들에 따르면 뇌를 연구해 보면 우리 행동 대부 분이 반사적으로 일어난다. 어떤 단 어를 듣고 어떤 반사를 하는지 조사 하면 그 사람의 생각 습관을 알 수 있 다는 것이다.  이것을 투표의 ‘선택’에 적용하면, 선택은 평소에 어떤 생각 습관을 가지고 있는지에 좌우된다. 선택이 거의 자유롭지 못하다는 말 이다.  따라서 일주일 전에 그 사람의 반사 패턴을 조사하면 일주일 후 그 사람의 투표 결과를 알 수 있다는 게 뇌과학자들의 주장이다.  흥미로운 점은 투표를 마치고 설 문 조사를 통해 “당신은 왜 특정 후 보를 찍었습니까?”라고 물었더니, 모두 그럴듯한 이유를 대더라는 것 이다.  “그냥 반사적으로 찍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었 다고 한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반사 패턴으로 특정후보를 찍었다는 사실 이 아니라 그 같은 반사 패턴이 어떻 게 결정되는가 하는 점이다.  정답은 바로 “인생 경험(이력)에 따라 반사 패턴이 결정된다”이다. 이 처럼 투표의 선택에 있어 ‘경험’과 ‘이해관계’는 다른 듯하지만 같은 말 이다. 경험 속에 이해관계가 담겨 있 고, 이해관계 속에 그럴만한 경험이 있는 것이다.  내 어머니나 장인·장모가 평생 보 수를 지지하는 것과 내 아내나 누님, 형님이 진보를 지지하는 것은 다툴 계 제가 아니다. 그건 각자의 경험 세계 가 다른 것이어서 인정하고 말 일이 다. 이제 바통은 6월 1일 제8회 전국 동시지방선거로 넘어갔다.  통상 집권 초기에는 대통령과 집권 여당이 국정 을 잘 이끌어갈 수 있도록 민심은 여 대야소를 지향한다. 국민과 대통령 간 가장 달콤한 허니문이다.  0.8%P 신승 에도 달콤한 허니문이 이어질지가 6 월 선거의 관전 포인트겠다. 정치를 흔히 “살아있는 생물”에 비유하지만 민심이야말로 살아있는 생물과 같다.  돌다리 두드리듯 확실히 살펴야 한다. 그래야 허니문 기간이 길어진다. 모두들 ‘긴 밤’ 수고하셨다. 47.8% VS 48.6%. 0.8%P 차. 국민이 승리하 셨다. /심보통 202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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