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당선인 보십시오. 대한민국 대통령이라면 읽어야 할 책이라 판단해 권합니다. 이 책을 통달하면 헌정 이래 유일하게 성공한 대통령으로 기억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가깝게는 얼어붙은 대일(對日) 관계와 껄끄러운 대중(對中) 관계 개선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멀게는 유럽에 상대해 동아시아의 견고한 축을 마련하는 묘안을 찾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것들이 밖으로 용이한 일이라면, 안으로는 2030 여성 마음을 집권 여당 편으로 돌려놓고, 동시에 갑론을박 중인 집무실 이전 문제도 지혜롭게 풀 수 있는 단초를 얻게 될 것입니다. 이 책을 얼마만큼 깊고 사려 있게 들여다보느냐에 따라 윤석열 당선인 앞에 놓인 어렵고도 복잡한 국정 현안들이 수월하게 술술 풀릴 것입니다.신간 <한자의 재구성-주령시대의 기억과 그 후>. 이 책은 일본 최후의 석학이자 갑골문의 대가 시라카와 시즈카의 <상용자해(常用字解)>를 갖고 근 2,000년간 한자학의 ‘절대지존’이었던 중국 후한 학자 허신의 <설문해자(說文解字)>를 타도해 버린 역작입니다.지은이는 윤석열 당선인의 서울대 동문으로 군산대 사학과에 재직 중인 박영철 교수입니다. 박 교수는 우리는 여지껏 <설문해자>를 바탕으로 한자를 배웠고, 이는 상당수 엉터리임이 ‘1899년 사건’으로 밝혀졌다고 알려줍니다. 1899년 우연한 계기로 갑골문의 존재가 알려졌고, 이후 은허(殷墟)에서 은대의 유적과 갑골문이 발굴되고, 갑골문의 연구로 은대의 역사가 밝혀지면서 <설문해자>의 독점적 지위는 무너지기 시작했습니다.갑골문 연구의 최선봉에 서서 <설문해자>를 전복시킨 사람이 평생 갑골문과 금문 연구에 헌신한 시라카와 시즈카입니다. 박 교수는 “(이제) 한자 본래 뜻을 밝혀 그 기원을 해명하려면 한자의 원형인 갑골문에 귀의해야 한다”고 하는데, 이걸 대통령이 먼저 챙겨봐야 하는 까닭은 이렇습니다.한자는 한글이 대두된 이 시대에도 간과하거나 피할 수 없고, 피할 수 없는 한자가 <상용자해>를 통해 새로 태어났기 때문입니다. 이 말은 한국을 비롯한 동양세계에 누대에 걸쳐 함께해 온 한자의 본 모습이 근 2,000년 만에 드러났다는 뜻입니다. 정말이지 경천동지할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시리카와는 “모든 것은 의미적인 세계이다. 문자는 이러한 세계인식하에 생겨났다”고 했는데, <상용자해>로 이제 그 ‘의미’가 완전히 달라졌고 그 달라진 의미를 두 달 뒤면 국가수반에 오를 윤석열 당선인이 먼저 인식하고 행동하면 이전과는 전혀 다른 세계인식을 국민들에게 심어줄 수 있을 것입니다. 언어(동양에선 한자, 서양에선 알파벳)는 애초 동서양 공히 ‘신(神)과의 갈등’ 때문에 탄생했습니다.박 교수는 이를 중국의 창힐신화와 구약의 바벨탑신화를 비교해서 들려줍니다. 둘의 공통점이 신과의 갈등이라면, 둘의 차이점은 서구는 바벨탑신화 이래 셈족과 아랍족의 수많은 언어와 문자로 갈라진 반면, 동양은 창힐신화 이후 하나의 한자문명권으로 유지돼 왔다는 것입니다.아시다시피 인류 4대문명은 모두 상형문자로 출발했지만, 고대 상형문자는 황하문명의 한자 빼고는 모두 사멸됐습니다. 이 경이로운 문자인 한자의 영향 아래에서 대한민국도 장구하고도 찬란한 문화를 일구어 왔습니다.헌데 중국과 일본은 여전히 ‘한자의 나라’로 있는 반면, 우리는 최근 20년 만에 빠르게 ‘한글의 나라’로 변모해 왔습니다. 그런데 앞선 오천년 역사가 한자와 함께해 이뤄졌는데 한글만으로 제대로 동양을 보고, 서양을 볼 수 있겠습니까. 한자를 잊은 우리는 위기였습니다. 그런데 <상용자해>로 기회를 얻게 됐습니다. 한자 종갓집 중국은 여전히 <설문해자>에 젖어 있고, 일본도 <상용자해>를 덜 주목하고 있는 듯합니다.갑골문엔 한자의 원형이 있고, 한자의 원형엔 유전(遺傳)된 우리들 문화의 본래 뜻이 담겨 있습니다. 박 교수의 <한자의 재구성>은 ‘신화시대’에서 ‘주령(呪靈)의 시대’로, ‘주령시대 사람의 일생’을 거쳐 ‘국가와 문자의 의미’를 짚은 다음 ‘국가와 행복’으로 막을 내립니다. 이 여정을 우리가 잘못 배워 잘못 알아온 <설문해자>와 갑골문 원형으로서 <상용자해>를 비교해서 설명해 줍니다. 읽어보면 숨이 턱턱 막혀 기가 막힐 지경입니다.여기엔 윤석열 당선인이 추진하는 집무실 용산 이전 문제(145~147쪽 者-邑-都-國의 의미)도 이해되는 바가 서술돼 있고, 2030 여성을 넘어 전 세대 여성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는 대목(127~130쪽 婚-昏-婦의 의미)도 나와 있습니다.최근 불거진 김정숙 여사의 옷값 문제(136~140쪽 哀-卒-遠-喪-含의 의미)도 달리 들여다 볼 수 있습니다. <한자의 재구성>은 장구하게 면면히 흘러온 우리 문화의 본질을 꿰뚫어 볼 ‘바른 지식’을 제공합니다. 앞선 목차 소개에서 보듯 ‘국가와 문자’ ‘국가와 행복’은 대통령 책무와도 직결됩니다.끝으로 당선인의 동문 박영철 교수의 바람이자 절규를 전합니다.“현재의 한자사전은 <설문해자>에서 비롯된 잘못된 해석이 너무나 많다. 사전은 한 나라의 학문의 기초인바 이렇게 무지몽매한 것에 대해 나는 한없이 부끄러움을 느끼고, 이를 타파하려고 한다. 뜻있는 동학(童學)들이 알아주기를 바랄 뿐이다.”지금 당장 <한자의 재구성>을 들춰보시죠. 성공한 대통령의 길이 보일 것입니다. 건투를 빕니다.
즐겨찾기+ 최종편집: 2025-05-01 23:18:33 회원가입 전체기사보기 원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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