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대 강준만 교수가 2008년에 쓴 ‘지방은 식민지다’라는 책이 있다. 제목이 다소 도발적이긴 하지만 인구부터 정치, 경제, 문화, 정보 등 모든 면에서 대한민국에서 일어나는 수도권 쏠림 현상과 쇠락해 질대로 쇠락해 이제 소멸을 걱정해야 하는 지방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꼬집은 책이다. 그때 이미 예견했겠지만 수도권 인구는 이미 전체의 절반을 넘어섰고, 일자리를 비롯해 교육, 의료문제 등 모든 면에서 서울 선호 현상은 이미 도를 넘었다. 특히 젊은 세대들의 수도권 유입은 심각해 농촌에는 외국인 노동자가 없으면 돌아가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한번 간 우수 인력은 다시는 지방으로 내려오려 하지 않는다. 인구만이 아니라 소득과 자산, 문화의 쏠림 등 모든 면에서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는 현재 돌이킬 수 없는 수준이라 사실상 지방은 식민지에 가까운 지경이다. 저소득에 시달리고 고위험을 무릅쓰며 농사 짓고, 제조업에 종사해 농산물과 전기, 승용차를 생산하여 서울과 수도권에 공급해 주는 역할이나 하는 것이 식민지가 아니고 무엇이랴. 천양지차로 벌어지고 있는 격차를 두고 지방 사람들의 희생 위에서 꿀빨고 있다고 하면 심한 표현인가. 지금 당장 지방을 살릴 정책 발굴과 실천에 대한민국 전체가 사활을 걸어도 못이길 상황이다. 그러니 한숨과 함께 그저 나오는 소리가 ‘이게 나라가’다.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화두, 지방 살리기는 정부가 당장 혁명적인 수준의 정책 개발과 지원을 해야 하는 지경이다. 그래야만 ‘서울 공화국’이 아닌 온전한 ‘대한민국’으로 거듭 날 수 있을 것이다. 정부와 지자체가 매번 말로야 지역을 살리고 주민을 행복하게 하겠다고 막대한 재정을 투자하여 여러가지 사업을 하고 있지만, 과연 제대로 성과를 내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냉정히 따질 것도 없이 정책과 재정 투자의 효율은 빵점이다. 물론 지자체의 책임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전국의 많은 지자체가 앞다퉈 설치한 공공시설들을 보면 안다. 그런 시설 가운데 90% 정도가 적자 운영을 한단다. 이유는 당연히 이용객은 없는데 운영비용은 많기 들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지자체들의 애물단지가 되고 있는 것이다. 지역경제 살리기라는 명목으로 전국에 산업단지도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 산업단지 건설에는 수백억 원에서 수천억 원의 예산이 투입된다. 하지만 실제로 지역경제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되는지 효율을 이야기 하자면 미지수다. 반면에 산업단지는 임야뿐 아니라 농지를 갉아먹어 소중한 식량안보를 위협하고 환경문제를 발생시켜 주민들과 심각한 갈등만 야기하고 있다. 농산어촌을 살린다는 명목으로 농산어촌마을종합개발사업을 비롯해 많은 마을개발 사업들도 이름을 바꿔가며 추진했지만 제대로 운영되고 있는 곳이 얼마나 될까. 그리고 이렇게 전국에서 건설되는 각종 개발 사업의 효과는 농촌지역에 남는 것이 아니라 사람부터 돈, 자원을 대도시로 올려 보내는 파이프라인 역할만 하고 있다. KTX가 수도권에 돈과 사람을 집중시키는 현실처럼 말이다. 오랜 동안의 문제가 누적된 결과라서 하루이틀에 해결될 문제도 아니다. 그러나 솔루션은 지방분권이고, 수요가 지방으로 분산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가 지방 정부의 요구를 똑바로 이해하지 못하고 그저 징징거림으로 받아들이면 앞으로도 수도권은 변함없이 발전할 것이고, 지방은 쇠퇴할 수밖에 없다. 대선이 끝나 새 대통령 취임만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공약을 보면, 지역 문제에 대해 제대로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는지 의심스러운 부분이 많다. 논의가 더 필요하다고만 하고, 정책적으로 반영하겠다는 정도의 원론적인 말만 하고 있다. 결국 지방을 책임져야하는 것은 지방이다. 지방 사람 마음이 고향에 대한 향수가 아니라 ‘중앙’에 대한 묘한 노스탤지어라면 앞으로도 허망하다. 지방이 식민지인 나라에 결단코 미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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