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호에 이어)스님의 말씀대로 지금 제가 외로움을 타고 있는 것 같습니다. 흉허물없이 지내는 친구가 몇 명 있기는 한데 제가 친구들에게 소홀하게 했던 것 같아서 막상 아무때나 마음을 터놓고 얘기하려니까 만나지지 않는군요.불경에 보면 친구가 되는 세 가지 조건으로 첫째, 친구의 잘못을 일깨워주는 사람, 둘째, 친구의 행복을 기뻐해주는 사람, 셋째, 친구의 고난에 함께하는 사람을 꼽고 있습니다. 친구가 있느냐고 물으면 없다는 사람은 별로 없습니다. 흉허물없이 지낼 수 있는 친구가 많다는 사람도 많습니다. 그러나 진정으로 마음을 나누는 사람을 만나기는 어렵다고들 말하고 있습니다. 과연 나는 친구에게 어떤 사람이며, 어떤 친구들이 내 주변에 있는 것일까요? 주변의 친구들에 대해 곰곰히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친구가 제2의 재산이라고 했으며 부처님께서는 “좋은 벗을 갖고 좋은 동료와 함께 있다는 것은 성스런 도(팔정도)의 절반에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그 전부인 것이다”라고 하셨습니다. 그만큼 친구라는 존재가 중요하다는 것이지요. 먹을 것이 없고, 입을 것이 없고, 잠잘 곳이 없는 것보다도 더 가난하고 외롭고 힘든 것은 바로 그런 고통을 함게 나누고 정신으로라도 도와줄 친구가 없다는 것입니다. 먹을 것이 없고, 입을 것이 없는 것은 일시적인 고통이 될 수 있지만 마음을 나눌 친구가 없다는 것은 영원히 삶이 고통스러운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정을 나눌 수 있는 친구를 사귀고 내가 그런 친구가 되도록 하는 것이 인간의 삶에서는 참으로 귀중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제가 어떻게 하면 먼저 좋은 친구가 될 수 있겠습니까? ‘육방예경’에 보면 “큰 도움이 될 수 있는 친구, 즐거우나 괴로우나 늘 변하지 않는 친구, 좋은 말을 해주는 친구, 동정어린 친구 등이 좋은 친구가 되는 것이다”라는 말씀이 있습니다. 과연 나는 우정을 위해 큰 도움이 될 수 있는 친구, 즐거우나 괴로우나 늘 변하지 않는 친구가 될 수 있는지, 그리고 이런 친구가 있는지 생각해 보시고 만약 그런 친구가 있다면 감사하게 생각하고 좋은 친구와 좋은 인연을 많은 쌓아가시기 바랍니다. 한 마을에 동문수학한 친구가 있었습니다. 그들은 서로를 격려하면서 열심히 공부하였습니다. 그리하여 마침내 한 친구가 먼저 과거에 급제하고 벼슬을 받아 떠났습니다. 남은 친구는 불행하게도 계속 과거에 떨어졌습니다. 그의 가족들은 공부 뒤치닥꺼리를 하느라고 고생이 말이 아니었습니다. 피죽에 나무 뿌리를 캐어 먹으며 견뎠습니다. 하지만 더 이상 버티기 어렵게 되자 그의 아내는 남편에게 부탁을 했습니다. “여보, 친구가 벼슬자리에 있으니 식량을 좀 얻어 보세요” 그는 출세한 친구에게 구걸한다는 것이 멋쩍었지만 자신의 공부 때문에 고생하고 있는 가족들 보기가 미안해 친구를 찾아가 보기로 했습니다. 물론 벼슬자리에 있는 친구는 공부할 때 누구보다도 친했던 사이였기 때문에 도와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마음이 변했는지 친구는 자기가 왔다는 말에 불쾌한 표정을 지으며 곤란해 했습니다. 그래도 어렵게 찾아온터라 도와달라는 말을 해 보았습니다. 하지만 그는 아주 냉정한 말로 거절을 하더니 아전 졸개를 동원해 육모방망이로 쫓아내게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는 너무나도 분하고 억울해서 눈물이 나왔습니다. 그래서 그는 그 집을 쫓겨 나오며 이를 악물었습니다. “그래 이놈, 내 반드시 과거에 급제해서 우정을 배신한 너를 응징해주마”한이 맺힌 그는 친구집에서 나온 후 바로 집안을 돌보지 않고 깊은 절에 들어가 책이 닳도록 공부를 했습니다. 그러길 몇년, 마침내 그는 과거에 장원급제하였습니다.이제는 되었노라고 생각하고 눈을 부라리며 집에 와보니, 자식들은 포동포동 살이 쪄 있고, 아내도 어여쁘게 단장하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거기에다 그 옆에 원수같은 친구가 웃으며 가족들과 함께 자신을 맞이하는 것이었습니다. 화가 머리끝까지 치민 그는 소리를 질렀습니다. “이, 이놈, 네가 나를 괄시해서 내쫓더니 이제는 내 마누라까지 농락하였구나! 가만두지 않을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