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인 매체(신문·방송) 용어로 엠바고(embargo)와 오프더레코드(off the record)가 있다. 앞에 것은 “보도시점 제한”을, 뒤에 것은 “비보도를 전제로 한 이야기”를 뜻한다. 예컨대 이번 20대 대통령 선거 당일 방송3사가 거금을 들여 한 출구 조사 결과를 종편채널 MBN이 보도시점을 깨고 먼저 보도, 방송3사가 공동대응에 나서겠다고 한 것이 엠바고의 대표적 사례다. 또 2016년 박근혜 정부 때 교육부 고위공무원 나향욱 씨가 경향신문 기자들과 가진 저녁 자리에서 “국민은 개·돼지”라고 한 것을 보도한 것은 ‘묵시적’ 오프더레코드를 깬 사례1)라 할 수 있다. 나향욱은 이 막말사건으로 파면됐지만 정부를 상대로 파면불복 소송에 나서 승소했다. 나 씨는 2018년 8년 교육부 산하 중앙교육연수원으로 복직했다. 기자들은 이 엠바고와 오프더레코드를 중요한 보도지침으로 삼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이 지침보다 훨씬 더 중요한 게 있다. 바로 취재원의 공식(being official) 발언의 진위(참·거짓)와 진의(속뜻)를 파악하는 일이다. 취재원의 말이라고 무심하게 받아쓰다가는 본인도 모르는 오보를 양산하게 된다. 어떤 기자는 대형오보를 내놓고도 “(취재원이 말한) 팩트(사실)를 그대로 전달한 것이니 오보가 아니다”는 입장을 고수하기도 한다. ‘공식 발언’의 덫에 걸려 빠져나오지 못한 경우에 해당된다. 무심히 받아쓰면 100% 오보가 되는 사례는 취재원이 그 분야 종사자, 관계자이긴 하지만 전문성을 가지지 못했을 경우에 발생한다. 단순종사자, 단순관계자를 취재원으로 택한 것이 오보의 원인이다. 이런 오보는 주로 “정서적으로 가까운 일들”에서 발생한다. 산삼, 꿀 같은 임산물 분야가 대표적이다. 심마니협회니, 양봉협회니 하는 종사자, 관계자 말을 그대로 인용한 기사는 파고 들면 열에 아홉은 오보다. 이들의 경험치가 마치 과학적 근거처럼 활용되는데, 이건 순전히 ‘팩트 체크’가 안 되고 덜 된 기자의 잘못이다. 기사 조횟수를 높이는데 용이하고 정서적으로는 가까운 소재지만, 막상 팩트 체크를 할 능력과 진짜 전문가를 찾는 게 쉽지 않은 분야가 임산물이다. 최근 불거진 “꿀벌이 사라졌다”는 기사를 보자. 기사는 한결같이 기후변화와 해충의 복합요인을 원인으로 꼽고 있다. ‘단독’으로 처리한 조선일보는 3월 14일자 <전국에서 사라졌다… 꿀벌 최소 77억마리 실종, 왜> 제하의 기사에서 이렇게 전했다. “양봉협회, 농림축산검역본부 등과 합동 조사를 진행한 농촌진흥청은 꿀벌 실종 피해가 발생한 벌통 대부분에서 응애가 관찰됐다고 밝혔다. 응애는 꿀벌에 기생하면서 체액과 조직을 먹고 자라는 해충으로, 꿀벌 성장을 저하시킨다.” “변덕스러운 날씨 영향도 컸다. 벌은 기온 등 날씨 영향을 많이 받는 곤충이다. 기상청 기후 분석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연평균 기온은 13.3도로 평년 대비 0.8도 높았다. 이는 기상 관측이 전국으로 확대된 1973년 이후 역대 둘째로 높았다.” 과학적으로 들리지만 이 기사는 엄밀히 말하면 정부가 국민을 기만한 것이다. 내가 올 겨울 야생꿀인 석청(백화점가 250만원) 1되(2,4kg)를 구할 일이 있어서 벼르던 차에 이 기사를 보고 의뭉스러운 데가 있어 고려산삼감정협회 양승광 회장과 40분간 인터뷰했다. 양 회장은 각종 임산물을 30년 넘게 다뤄온 이 업계 고수다. 자신의 집안 형님이 강원도 심마니들의 우두머리였고, 그는 그 형님 밑에서 중학교때부터 임산물을 배웠다. 지금은 조선시대 거상 임상옥처럼 강원도 산꾼들의 큰 등대가 돼 있다. 며칠 전 타계한 산삼연구의 권위자 한영채 박사가 학계의 임산물 고수라면, 양승광 회장은 업계의 임산물 고수다. 양 고수에 따르면 ‘사라진 꿀벌의 진실’은 이런 것이다. 이 참에 [경북동부신문] 독자들은 제대로 된 벌과 꿀 이야기를 들어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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