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산삼감정협회 양승광 회장의 말은 상식을 깬다. 동시에 신선한 충격을 안긴다. 그는 “아직까지 꿀벌(서양벌)이 대량으로 사라진 이유는 그 누구도 알 수 없다”고 전제한 뒤, 꿀벌이 사라진 요인으로 분석 기사가 첫 번째로 제시한 ‘기후변화’를 양승광 회장은 맨 마지막 다섯 번째로 놓고, 그 자리에 ‘통신기지 전파 장애’를 놓았다. 두 번째 요인으로 ‘산불’을 들었다. ‘응애(꿀벌 해충)’ ‘병충해’를 세네 번째 요인에 놓고, ‘말벌 습격’은 아예 요인에 두지도 않았다. “(분석 기사 내용은) 모두 예년에도 있어 온 사유”란 게 이유였다. “꿀벌 대량 실종 사건” 기사는 이제 두 번째 주제로 넘어갔다. 주말 들어 딸기, 참외 같은 제철 과일의 기형 문제를 다룬 기사가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확정적 요인은 추측 혹은 예상 투로 다소 누그러졌다. 한편 꿀벌 실종 사건을 “인류 멸종 신호”로 보는 기사도 출현했다. 점입가경이다. 양승광 회장의 “양봉꿀은 엄밀히 말해 꿀이라고 할 수 없다”는 말은 충격이었을 것이다. 기사에서 “정부가 꿀의 80%가 아카시아꿀”이라고 할 때 이 꿀은, 양 회장 기준에서는 ‘꿀이 아닌 걸 갖고 꿀이라고 능청을 떠는 격’이다. 자그마치 정부가 말이다! 양 회장 기준에서 볼 때 진짜 꿀은 토종꿀과 석청, 목청을 가리킨다. 양봉꿀(당밀, 인공꿀, 사양꿀)은 잘 쳐줘 봐야 ‘저질꿀’일 뿐이다. 하나 “양반이 쉽사리 곁불을 쬐지 않듯이 토종벌은 아카시아나 밤꽃 그리고 고추꽃에는 붙지 않는다”는 양 회장의 이 말은 오해의 소지가 있다. 아카시아와 밤꽃의 꿀샘(밀선)은 야생화의 그것에 비해 깊다. 해서 혀가 짧은 토종벌은 채밀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다는 게 과학적 설명이다. 상대적으로 혀가 긴 서양벌이라야 이들 꿀샘에서 꿀을 딸 수 있다는 것이다. 또 꿀 채취의 면에서 보면 토종벌은 야생성이 강해 한곳에 지긋이 앉아 있지 않아 양봉이 어려운 반면, 서양벌은 설탕물을 먹어 가며 한곳에 잘 앉아 자란다는 특성이 있다는 게 과학 연구의 성과다. 앞의 양 회장 말이 토종벌의 입장을 대변한 것이라면, 뒤의 분석은 우리 인간의 입장이라 할 수 있다. 나는 이 대목이 “사라진 꿀벌의 진실”의 핵심이라고 본다. 자연에서 일어나는 일을 인간의 두뇌로 분석하기 때문에 불완전할 수밖에 없다고 보는 것이다. 이 이야기는 어느 기자라도 꿀벌과 비슷한 삶의 양태를 연구한 ‘개미 박사’ 최재천 교수에게 자문을 구하면 금방 알 수 있을 것이다. ‘이 세상에 우리 인간을 제외하고 꿀벌과 개미처럼 복잡한 사회를 구성하고 사는 동물은 없다’고 보는 최 교수에게 이번 꿀벌 실종 사건을 보도한 기사에 대한 의견을 물으면 아마도 “꿀벌의 세계를 너무 우습게 여기고 어설픈 분석을 내놓은 것 같다”는 고견을 줄 것이다. 최 교수에 따르면 꿀벌 군락의 모든 번식은 여왕벌의 몫이고 모든 일벌은 오로지 여왕벌의 번식을 위해 헌신하는 ‘체세포들(somatic cells)’이다. 일벌은 꿀을 따온 것이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반경 30~50m 이내인 경우 원형춤을 춘다. 시계 방향과 시계 반대 방향으로 번갈아 조그만 원을 그리고 춤을 춘다. 먹이가 집에서 50m 이상 떨어져 있을 경우, 단순 원형춤에서 숫자 8을 옆으로 뉘어놓은 것과 같은 모습의 꼬리춤을 춘다. 일벌들은 이 춤추는 속도로 거리를 나타낸다. 천천히 추는 춤은 그만큼 한참 날아가야 한다는 뜻이다. 그 많은 벌이 제가끔 이리저리 분주하게 돌아다니는 모습을 보며 그들 중 몇 마리가 춤을 추고 있고, 다른 벌들이 그걸 해독해 꿀이 있는 곳까지 날아가는 사실을 발견한 사람은 노벨 생리 및 의학상 수상자 카를 폰 프리슈(1886~1982)이다. 근대적 의미의 꿀벌 생물학은 바로 프리슈로부터 시작한다. 그런가 하면 ‘곤충학의 바이블’을 낳은 장 앙리 파브르(1823~1915)는 일찍이 꽃벌의 귀가 실험을 3차례 한 바 있다. 첫 번째 실험에서 파브르는 오후 무렵 큰미장이꽃벌 2마리를 가능한 상처가 안 나도록 식물 채집용 양철 상자에 넣은 뒤 벌집에서 4km 떨어진 곳으로 가 놓아주었다. 벌을 놓아주기 전에 양 날개 사이에 흰 반점을 표시해 두었다. 이튿날 오전 10시쯤 1마리는 돌아왔지만 다른 1마리는 며칠이 지나도록 돌아오지 않았다. 두 번째 실험에서 파브르는 5마리를 잡았다. 장소도 시간도 처음과 같이 했다. 그 결과 5마리 중 3마리가 다음날 집에 돌아왔다. 나머지 2마리는 어떻게 되었는지 알 수 없었다. 무려 4km를 날아온 벌들은 모두 그냥 돌아오지 않았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꽃가루와 꿀을 모아왔다. 배 부분이 꽃가루로 노랗게 돼 있었던 것이다. 파브르는 의문을 가졌다. 왜 어떤 놈은 돌아오고, 어떤 놈은 돌아오지 못하는가. (다음주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