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소(上疏) 신이 생각하건데 부국강병(富國强兵)의 길은 군량을 모으고 재물을 저축한 후 국군을 양성하고 국방을 튼튼히 하는 것입니다. 이 길은 쉬운 것이요 어렵지 않습니다. 신이 네 가지 조목을 생각하여 감히 폐하께 올리나이다. 대저 호적(戶籍)의 법은 원칙적으로 엄정해야 합니다. 그러나 근래에 와서 국가의 법령이 해이하게 된 관계로 관리들이 민간의 호수를 상부에 보고할 때에 이십 호(戶)가 되면 단 십 호(戶)로 보고합니다. 가령 장부 중에 십만 호가 되면 장부에 빠진 호수도 십만 호가 되는 것입니다. 지금 정치에 특별히 힘을 쓸 것은 호적법을 엄정하게 하여 국가 정치에 서로 속이는 폐단이 없도록 하는 것이 제일 먼저 할 조목입니다. 둘째는 결복[結卜- 전지(田地)의 면적 또는 전세(田稅)를 의미하는 말로 사용됨]입니다. 결복은 국가재정에 있어 제일 중요한 것입니다. 거기에 생긴 폐단을 말하면, 토지를 조사할 때에 관리와 아전들이 숨기고 있는 것은 한 줌, 한 묶음도 밝히지 않고 단지 백성들이 가진 하천이 되고 황무지로 되어서 영영 경작하지도 못하는 것을 조사하여 모두 결복을 정하여 관청과 아전들이 숨기고 있는 그 숫자를 보충하고 있습니다. 숫자 보충만 아니라 거기에도 간사한 아전들이 붓을 놀려 백성을 속이고 자신들의 배를 불리니 백성들의 원통한 일은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지금 그런 일을 바로잡자면 지적(地籍)을 개량해야 합니다. 지적을 개량하면 하천과 황무지가 된 것들은 자연히 드러날 것이며, 빈 땅을 개간한 것과 관리들이 이익을 챙긴 것들도 밝힐 수 있으니 결복에 대한 조사는 자연적으로 잘 될 수 있습니다. 혹자는 말하기를 그런 거대한 일을 맡길 만한 인물이 없다고 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각 군(郡)과 면(面)에 도감(都監)을 선정하여 일정한 규율을 정하여 두고 서울에서 감독을 파견하여 감시하고, 만약 도(道), 군(郡), 면(面)에서 협잡을 한 일이 있으면 그 지방 민회에 부쳐서 교수형에 처하면 다시는 결복에 대하여 폐단을 저지를 자가 없을 것입니다. 이것이 두 번째에 해당하는 종목입니다. 셋째는 조세로 바치는 돈인 상납전(上納錢) 태가(駄價-운임)에 대한 것입니다. 돈 한 짐에 태가는 1식(息) 5전(錢)으로 정하여져 있습니다. 가령 경상도를 비하여 말하면 운반되는 거리를 절장보단(絶長補短-넉넉한 것으로 부족한 것을 보충함)하여 서울까지 600리(里)라 할 수 있습니다. 600리는 20식(息)이니 100냥에 대한 태가는 10냥으로 계산됩니다. 가령 경상도의 상납전이 1,500,000냥이 되면 그에 대한 태가는 150,000냥이 되는 것입니다. 이와 같은 제도로 당초에 마련한 상납전은 지나침이 없는 좋은 방침이었습니다. 그런데 근래에 상납하는 것을 보면 아직까지 상납을 못 바친 관리들이 있으니 이것은 백성들에게 못 거둔 것도 아니고 관리들이 외획(外劃-군수가 징수한 조세를 국고에 납부하기 전에 그것을 제3자에게 인도하라는 탁지부대신의 명령인 재래의 금융제도)을 하고 있습니다. 공연히 그만한 거액의 공금을 탐관오리들의 배를 불리고 있으니 어찌 분한 일이 아니겠습니까. 지금부터는 세금 거두는 법을 엄숙하게 하여 외획을 금지하고 바로 상납하도록 할 것이며, 또는 정해진 것을 넘기지 못하도록 하고 만약 어기는 관리들이 있으면 그를 사형에 처하면 그 뒤로는 법을 위반할 자가 없을 것입니다. 이것이 세 번째입니다. 각 도, 각 군에 관청(官廳), 이청(吏廳), 장청(將廳)에 둔토(屯土-군졸이나 서리, 평민 등에게 아직 개간하지 않은 땅을 개척하여 경작하게 하고 여기에서 나오는 수확물의 일부를 지방 관청의 경비나 군대의 양식으로 쓰도록 한 밭)들이 있으니 큰 것은 이삼백 두락 되고 작은 것은 삼사십 두락이 되는 것을 지금에 그것을 조사할 때에 이것까지도 숨기고 있으며, 역둔토(驛屯土)에 빠진 것도 적지 않습니다. 이렇게 하고서 어찌 나라가 될 수 있으리오. 이것을 시정하는 것이 제 사의 중요한 조목입니다. 이상에 말한 네 가지 조목은 백성에게 조금도 폐단없이 나라에 큰 이익을 얻을 수 있습니다. 국고에 수입이 많아지면 나라의 기운이 커져서 부강한 나라를 이룩할 수 있습니다. 지금 사람들은 이런 일에 대하여 모두 어렵다고만 생각하고 쉽게 될 것을 생각하지 못하니 신은 간절하고 애석하게 생각합니다. 엎드려 바라옵건데, 폐하는 명찰하시어 그만한 자격자를 선택하여 그 일을 맡겨 효과를 얻도록 하면 나라에 큰 영광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