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적 우리 아버지 하시던 말씀, “서울 사람들한테 대면 우리겉은 촌사람들은 벌거지(벌레)만 못해~”라고 하셨다.정권이 바뀔 때마다 보는 장면이지만 인사청문회를 보면 지방 사람으로 무너지는 가슴을 주체할 수가 없다. 대한민국의 고위공직자들, 이른바 사회 지도층이라고 불리는 사람들, 특히 국무위원으로 낙점된 후보자들이 사는 방식이 일반 국민들의 삶과 얼마나 큰 괴리가 있는지 매번 확인하기 때문이다.윤석열 정부 초대 내각 청문회도 시작하기 전부터 제기된 의혹들이 산더미였다. 그런 의혹들이 모두가 사실인지는 청문회 과정을 통해 밝혀지겠지만 제기된 것들만으로라도 벌어진 입이 다물어지지 않고 미치고 팔짝 뛸 지경이다. 일단 후보자들 재산의 규모부터 서민들, 특히 가진 재산 다 팔아봐야 서울가서 집 한채 못사는 왠만한 우리 영천 촌사람들 하고는 다른데, 감히 근접하기도 어려운 규모다. 새 정부에 초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18명의 청문요청안에 따르면 이들의 평균 재산이 약 38억8000만원이란다. 작년 가구당 평균자산이 5억253만이었으니 비교해 보면 알 만하다. 살아온 방식들도 일반 국민들은 상상조차 힘든 정도가 있다. 세금탈루부터 위장전입은 기본이고, 부동산 투기, 각종 부모찬스 등은 아예 후보자들의 필수 자질인양 돼버렸다. 일반인이 했다면 모두 쇠고랑 찰 일이지만 이들에겐 1도 해당사항이 없고, 더 고도화, 지능화되는 새로운 형태의 수법들이 개발되고 있다. 사생활 침해 등으로 자료제출을 거부한 사례가 많아 전부를 들여다 볼 수는 없지만 드러난 것만으로도 그들만의 리그가 따로 있음을 쉬이 알 수 있다. 하필 아버지가 병원장이나 진료처장을 할 때 아들, 딸은 그 학교의 의대에 편입을 하고, 10년동안 호텔 피트니스 센터를 다녀도 돈한푼 안내고 공짜로 이용했다는데, 왜 일반 서민들에겐 이런 기막힌 행운이 따라주지 않나 싶은 자괴감이 든다. “이 나라의 공정과 상식을 바로 세우라는 개혁의 목소리다” 지난 3월 10일 새벽 윤석열 대통령이 밝힌 당선 인사말이다. 그리고 이후에도 숱하게 자신의 철학을 이야기하며 공정과 상식을 말했고, 내각 인선과 관련해서도 도덕성을 겸비한 실력과 능력으로 국민의 통합을 이끌어내는 신뢰감 구축이 제1, 제2의 요건이라고 밝힌 바도 있다. 그래놓고 실력과 능력은 모르겠지만 드러난 사실들만으로도 도덕성과 국민통합하고는 상당한 거리가 있어 보인다. 더군다나 시골에서 오뉴월 뙤약볕에 까맣게 익어 쭈글쭈글한 손으로 농사짓는 무지렁뱅이가 보기엔 4차원의 세계에 무력감 내지 위화감만 커질뿐이다. 고위 공직이란 자리에서 돈과 권력으로 세계를 지배하려 드는가. 매번 정권이 바뀌면 공수만 교대할뿐 똑같은 논리로 서로를 욕한다. 고무줄 기준에 소나기만 피하면 어떻게든 임명이 되니 맷집과 뻔뻔함을 갖추고 버티면 된다는 식이다. 국민들의 눈높이는 아랑곳 하지 않고 법적 문제가 없다며, 부적격 판정이 나도 고인된 누구처럼 ‘왜 나만갖고 그래~’ 정도다. 국민들도 네 편이니 안되고 내 편은 아무 문제없다는 듯 갈라진다.이래서는 안된다. 안되는 건 안되도록 확고한 원칙을 세워야 한다. 지금 우리에게 절실한 것이 믿음으로 사회통합을 이루는 공직자다. 역사를 꿰뚫어 청렴의 아이콘으로 조선조 황희 정승을 꼽고, 공직자 최고의 덕목으로 청렴을 일컫는다. 도덕성을 제대로 갖추고, 지극히 상식적인 국민 눈높이에 맞는 삶을 사는 청백리를 찾는게 이렇도록 어려운가. 문득 시청 어디서 볼일보다 본 글귀가 떠오르는데 그들에게 보여주고 싶다. “가까이 보면 부패가 ‘이익’이고 멀리서 보면 ‘청렴’이 이익입니다.”인사청문회를 보며 시대의 가치관, 특히 우리 사회 지도층이 가진 부조리한 삶의 한 단면을 보는 것같아 반감과 씁쓸함, 실망을 넘어 절망에 이를 지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