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브르가 생각해 보니, 어떤 놈은 놓아주자마자 휙 날아간 반면, 날자마자 비실거리며 눈앞에 콕 처박히는 놈도 있었다.파브르는 ‘건강한 벌’만을 갖고 세 번째 실험을 이어갔다. 이번에는 큰미장이꽃벌의 절반 크기도 안 되는 애미장이꽃벌(일명 책벌레) 40마리를 벌집에서 4km 떨어진 곳에서 놓아줬다. 20마리 정도가 쌩쌩했고 20마리는 비실댔다. 마침 벌집 방향에서 제법 강한 맞바람이 불어왔다. 파브르는 벌들이 강한 바람을 뚫고 돌아올 수 있을까도 궁금했다. 벌들을 놓아준 지 40분 만에 2마리가 배에 꽃가루를 잔뜩 묻혀 돌아왔다. 4km를 강한 바람을 뚫고 40분 만에 되돌아온 것이다. 실험 결과 쌩쌩했던 20마리 중 15마리가 자기 집으로 돌아왔다. 파브르는 이렇게 결론을 내렸다. “처음 가보는 장소에서, 게다가 맞바람을 헤치고 먼 집까지 돌아온 벌의 능력은 실로 놀라운 것이다.”이번 “서양벌 대량 실종 사건”을 ‘미스터리’로 남겨 둔 기사도 없지 않다. 벌집 안에서 집단 폐사한 게 아니라 아예 집단으로 사라졌기 때문이다. 양봉업자 입장에서 생소한 일이어서 그대로 죽지 않았을까 추측하고, 일부는 집단 폐사가 확실하다고 주장하는 것이다.하나 벌집 안의 여왕벌 상태를 전한 기사는 잘 보이지 않았다. 여왕벌이 살아있다면 벌 군락은 생존할 확률이 아직 없진 않다고 봐야 한다. 만일 차세대 여왕벌을 미처 만들어내지 못한 채 여왕벌이 죽었다면 군락은 그대로 사라진다. 때문에 양봉도 그야말로 끝이랄 수 있다. 하지만 여왕벌이 건재하다면, 인간의 예상을 깨고 뒤늦게 서양벌이 귀가할 수도 있다.기사대로 60억~70억 마리 벌이 어디선가 집단 폐사했다면 산꾼이나 등산객 중 누구에게라도 눈에 띄었어야 하지 않을까. 또 60억~70억 마리 벌 각각의 건강 상태가 제각각인 걸 감안하면 일부라도 되돌아왔어야 하지 않을까. 이번엔 ‘기후 구루’ 마이클 셸런버거의 생각을 들여다보자. 과연 기후변화가 서양벌 대량 실종 사건의 최대 요인일까. 셸런버거 역시 최 교수와 비슷한 답을 내놓을 공산이 크다. 그는 신간 <지구를 위한다는 착각>에서 전 세계 만연하고 있는 종말론적 환경주의에 강력한 의문을 제기한다. “얼음이 녹아 북극곰이 굶어 죽어 가고 있다” “아마존이 곧 불타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 “그린피스가 고래를 구했다” 같은 익숙한 통념에 철퇴를 가한다. 되레 “공장이 떠나면 숲이 위험해진다” “자연을 구하려면 인공을 받아들여야 한다”라는 우리의 직관에 반하는 역설이 지구를 위해 더 낫다고 주장한다. 셸런버거의 생각을 읽다 보면 중고교 역사 교과서에 수록된 조선시대 대가뭄, 대홍수 사건이 떠오른다. 또 내 어릴 적 장마와 폭설이 떠오른다. 멀리 갈 것도 없이 내가 나고 자란 직지사는 시골 중에서도 깡시골인데, 지금에 비하면 환경오염 요소가 적었는데도 장마철이면 한 달 내내 비가 온 적도 있어 드넓은 직지천이 다리 위로 흘러넘치기도 했다.잦은 소나기와 겨울 눈폭탄이 현대에 보인다면, 우리는 건장마와 적은 강설량을 두고 기후위기니, 기후재앙이라고 떠들 듯 같은 이유를 댈 것이다.기실 우리는 지구가 우리 인간의 악행(?)을 어느 정도까지 품어주는지 거의 알지 못한다. 위대한 자연 앞에 우리 인간의 악행은 어린애의 투정 정도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다. 자연의 마음을 알지 못한 채 인간의 마음으로 자꾸만 진단하려 든다. 과한 진단과 추측이 병처럼 보인다.한편 양승광 회장이 벌들이 사라지는 이유로 첫 번째로 꼽은 “통신기지 전파 장애”는 2018년 뉴스위크가 텔레그래프지와 AFP통신을 인용, 이미 경고한 바 있다.뉴스위크(2018.5.19.)에 따르면 송전선과 송전탑으로 방출되는 전자파가 새와 곤충의 방향을 잃게 할 수 있고 식물의 건강을파괴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새로운 보고서가 나왔다. 이 신문(텔레그래프)은 국가들이 5G로 전환함에 따라 이러한 위협은 증가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EU의 재정 지원 검토 기관인 EKLIPSE는 전자기 방사선이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에 대해 97개 이상의 연구를 시행했다.2010년에 실시했던 이 연구에서 전자파가 특정 동물과 곤충 개체수의 감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암시했다. 전파는 많은 철새들과 곤충들이 사용하는 자기 ‘나침판’을 교란시킬 수 있다. AFP통신은 이 생물들이 방향감각을 잃었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서양벌 대량 실종 사건’의 미스터리는 참으로 기기묘묘한 사건이 아닐 수 없다. 자연의 신비를 미물(微物)인 인간이 어찌 이해하련가. 아인슈타인은 세계 100대 식량 중 71개가 곤충의 꽃가루받이에 의해 생산되는 까닭에 “꿀벌이 지구상에서 사라지면 인간은 그로부터 4년 정도밖에 생존할 수 없을 것”이라고 예견했지만, 벌이 없는 ‘침묵의 봄’은 여간해선 오지 않을 것이다. 자연은 그저 변화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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