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정치시사 유튜브 ‘송국건의 혼술’ 진행자 송국건 영남일보 서울본부장이 <대통령의 사람 쓰기>란 책을 냈다. 이 책은 일단 재미있다. 그다음 교훈을 준다. ‘재미’는 나비의 팔랑거림이라기보다는 제비의 재빠른 저공비행 같은 그의 문체가 주는 산뜻함에 근거한다. 송국건의 문장은 특유의 기(氣)를 갖고 리(理)를 어깨에 둘러메고 간다. 송국건의 ‘기’는 가벼운 듯하면서도 묵직한 중에 재바르다. 해서 술술 읽힌다. 만약 그만의 ‘기’가 실리지 않고 ‘리’로만 시종 이야기를 이끌어갔다면, 나는 이 책을 읽어볼 것을 감히 권하지 않았을 것이다.‘교훈’은 산뜻한 문체의 <대통령의 사람 쓰기>를 읽다 보면 대통령뿐 아니라 그 누구라도 사람 쓰기를 어찌해야 할 것이며, 내가 만약 고위공직자로 설 마음이 있다면 어떤 자세로 살아야 할 것인가를 되묻게 된다. “인사가 만사(萬事)”라는 말은 백번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하나 역대 정권은 죄다 인사로 만사(萬死)를 겪었다. 참상을 겪었다. 문제는 대통령의 인사 참사는 일반 기업과 달리 국민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는 점이다.2.송국건은 우리나라 최장기 청와대 출입기자다. 그는 인사 참사를 누구보다 권력 곁에서 직접 목도했다. 그것도 수번 지켜봤다.그가 이 책을 낸 까닭은 “‘대통령의 사람 쓰기’에 따라 우리 현대사가 얼마나 역동적으로 바뀌는지 직접 목격했기 때문”이다. 해서 “기록으로 남길 필요성을 느꼈다.”(5쪽 여는 말 중)이건 명분이다. 그의 펜끝은 새 정부를 겨눈다.“윤석열 정부 출범에 맞춰 과거 정권에서 벌어진 내부 인사 전쟁의 막전막후를 공개함으로써 경각심을 일깨우고자” 이 책을 썼다.하나마나한 것 같은 국무총리,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어떻게 도입된 것인지, 인사 참사를 겪으면서 검증시스템이 어떻게 진화해왔는지, 그런 중에도 ‘비선’의 개입으로 어떨 때 인사가 뒤틀리고 그 때문에 어떤 비극적인 현대사가 남게 됐는지 등이 제비의 저공비행처럼 쏜살같이 흘러간다. 지루할 틈이 없다.최장수 청와대 출입기자답게 초대 이승만 정권부터 문재인 정권까지 다양한 인사 에피소드를 담았다. ‘국가인재DB’ ‘존안자료’ ‘자기 검증서’ 같은 다소 딱딱하고 어려운 용어도 전혀 어렵지 않게 다뤘다. 이들 설명을 읽다 보면 30년 기자의 내공도 쉬이 읽힌다. 동시에 ‘송국건 기자의 수첩’이 궁금해진다. 기자에게 ‘기자수첩’은 그중 큰 재산이다. 수첩 속에 역사가 오롯이 담겼다. 책 속에 담긴 숱한 인사 막전막후 스토리는 그의 빛바랜 수첩에 잠들어 있다가 세상에 드러났을 것이다.예컨대 노무현 정부 때 임명 13일 만에 논문 표절 시비로 자진 사퇴한 김병준의 사례가 그렇다. 송국건은 ‘수첩’을 펼쳤을 것이다.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6년 여름, 교육부총리 김병준이 임명된 지 13일 만에 논문 표절 문제가 불거져 자진 사퇴했다. 만전을 기하느라 후임 인선이 늦어지자 언론에선 교육정책 수장 자리를 너무 오래 비워놓는다고 질타했다. 그러나 일부러 후속 인사 기간을 끄는 게 아니었다. 당시 청와대 인사수석실은 난감한 상태에 빠져 있었다. 김병준이 온갖 의혹을 받으며 결국 낙마하는 모습을 본 교육 전문가들이 한사코 손사래를 쳤기 때문이다.”(69쪽)송국건은 증언한다.“관행상 논문 검증의 덫을 피할 수 있는 인물은 거의 없었다. 실제로 인사수석실이 접촉한 학계 인사들 가운데 상당수가 논문 문제를 이유로 고사”했다.*또 전두환 정권 시절 언론이 민정당을 ‘육법당(陸法黨)’이라 비꼰 이야기도 그의 수첩에서 나왔을 것이다.전두환과 박정희 정부 시절엔 육군사관학교와 서울대 법대 출신이 인재풀의 대부분을 채운데서 나온 말이다. 그땐 “육사와 고시 출신을 빼면 검증된 엘리트층이 별로 없던 시대였다”고 송국건은 첨언한다.‘육법당’은 박근혜 정부 때 다시 회자됐다. 2013년 8월 6일 단행한 청와대 비서실 인사 결과였다. ‘육법당의 부활’ 제하의 기사도 나왔다.수첩에서 나왔음직한 송국건의 기록이다.“당시 17부 3처 17청, 2원 5실 6위원회의 수장 60명의 출신 대학과 전공을 분석한 결과 서울대 법학과 출신이 9명, 비서울대 법학과 출신이 6명, 육사 출신 5명, 공사 출신이 1명이었다. 비서울대 법학과 출신을 포함해 ‘육법당’이 35%에 달했다.” (다음주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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