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통령의 사람 쓰기>는 단숨에 읽히는 책이다. 가벼워서가 아니라 잘 써서 그렇게 읽히는 책이다. 읽다 보면 정치사가 보이고, 현대사가 보이고, 인간사가 보인다. 송국건은 ‘대통령의 사람 쓰기’를 “정치공학적 종합예술에 가까운 사람 쓰기”라 정의했다.대통령실은 필요한 사람을 쓸 때 기본적으로 ‘국가인재DB’를 활용한다. 이 과정에 ‘국민추천제’라는 게 있다. 본인 스스로 ‘셀프 추천’도 가능한데, 인사혁신처가 적합성을 검토해 국가인재DB에 등록해서 분야별 전문가로 관리한다.대통령의 인사는 다양한 참사를 겪으며 나름대로 진보·진화해 왔다. 그러나 늘 사후 약방문 식 처방이었고 땜질 식 처방이었다.‘고위공직 예비후보자’는 국회 청문회에 나서기 전에 ‘자기 검증서’란 걸 제출한다. 이명박 정권 때는 9개 항목에 200개 질문에 답해야 했다. 문재인 정부 때는 질문은 182개로 줄인 대신 항목을 17개로 2배 가까이 세분했다. 예상치 못한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보완한 결과다. ‘고위공직 예비후보자 사전 질문서’는 청와대 홈페이지에 공개돼 있다. 대한민국 국민 아닌 그 어떤 사람이라도 다운받아 볼 수 있다. 이런 생각이 든다. 그렇게 촘촘하게 크로스체크를 하고 검증을 하는데도, 후보자가 막상 국회 청문회장에 나서려면 각종 비위·비리 의혹이 쏟아지는 건 인간계의 한계가 아닐까 하는.한편 이런 생각도 든다. 대통령의 사람 쓰기 때는 ‘국민의 눈높이’가 흘러간 가요처럼 되풀이되는데, 과연 ‘국민의 눈높이’가 사전 검증만큼 객관적이고 치밀하고 정확한 것인가 하는. ‘자기 검증서’를 제출하는 고위공직자는 ‘성실한 답변’과 ‘엄밀한 검증’을 명분으로 실은 지극히 불신(不信)이 전제된 검증서를 대통령실에 제출해야만 한다.이명박 정부 때 만든 고지문엔 “답변하신 내용이 사실과 다른 것으로 확인될 경우, 이에 따르는 책임과 함께 향후 인사상 불이익도 받을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라고 돼 있었는데, 문재인 정부 때는 “답변 내용이 사실과 다른 것으로 확인될 경우 이에 따르는 책임과 함께 향후 공직 임용에서 배제되는 등의 불이익도 받을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로 강화됐다. 이렇게 볼 때 ‘자기 검증서’는 실은 ‘우리들 불신서’인 것이다. 우리는 불신을 밟고 짓이겨가며 신뢰를 어거지로 구축해 온 것이다. ‘억지 신뢰’가 횡행할수록 ‘자기 검증서’ 항목과 질문 수는 점점 넓어지고 많아질 것이다. 인사가 만사(萬事)인 것은 틀림없지만 인사가 만사(萬死)로 끝나는 참상은 영원히 해결되지 않을 난제일지도 모른다. 그나마 <대통령의 사람 쓰기>는 “시스템 인사를 통해야 인사 참사를 피할 수 있다”고 알려준다.6.문재인은 갔고, 윤석열이 왔다. ‘검찰공화국’이 이미 돼버렸다. 참사는 기정사실처럼 보인다. 이 때문에 <대통령의 사람 쓰기>는 읽을 가치가 있다. 역대 정권은 늘 앞 정권의 인사 시스템을 활용하지 않았고, 몇 번의 인사 참사 뒤에 가로늦게 인사 기준을 마련하는 ‘뒷북’을 반복해 왔다. 이 책은 대통령실도 대통령실이지만 국민부터 읽어야 한다. 해서 정부 비판 전에 자기 단도리부터 잘해야 한다.링에 오른 고위공직자를 핏대 세워 비판할 만큼, 육두문자를 퍼부을 만큼 자기 꼬라지(꼴)는 어떤가 잘 살펴야 한다. 그런 자세를 갖춘 다음 황당한 대통령을 뽑는데 일조하지 말아야 한다.
속(續) 대통령의 사람 쓰기출간되자마자 단숨에 베스트셀러에 오른 <대통령의 사람 쓰기>를 나는 이렇게 읽었다. ‘인사권자 대통령의 입장’에서 읽으면 이런 결론에 도달한다.현재로선 그 ‘범위가 무한대’인 대통령의 인사는 한마디로 ‘인사정치’다.‘인사정치’는 진영을 가리지 않는 탕평 인사도 중요하지만 정치적 안배도 그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게 골자다. 노골적으로 파격 인사와 논공행상의 조화를 절묘하게 잘 살려야 한다.인사의 핵심은 결국 제 사람을 적재적소에 심는 것에 있다. 적재적소가 안 될 때 그게 바로 인사 참사로 이어진다. 사실 ‘파격 인사’와 ‘인사 참사’는 야누스의 얼굴과 같다. 한 몸에 두 얼굴이다. 여론이 그 향배를 가른다. 내 결론은 이렇다. 5년 단임의 대통령 인사는 소신껏 하되 책임지면 된다. 그 책임은 일을 잘하거나, 참사에 준하는 대가를 받는 방식이다. 이게 ‘현실적으로’ 국민 눈높이에 맞는 인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