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자와 죽이려는 자(7)
레옹 클럽은 도심에서 벗어난 외곽 지대에 넓은 주차장을 기점으로 우뚝 서있었다. 밤마다 불야성으로 시끌벅 적할 주변이 가늠이 되지 않았다. 그 만큼 한산했고 잡음을 참고 있는 듯 매미소리와 물소리만 들려왔다. 일단 은폐될 수 있는 둔덕에서 상황을 점 검하였다. 틀림없이 출구마다 손님을 맞이할 덩치들이 삼엄한 경계에 여념 이 없을 것이다. 정문 쪽에서 분주한 움직임이 포착되었다.조남철은 나를 어떻게 평가했을까. 무대포식으로 정 문에서부터 부딪히며 돌진한다고 믿 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저토록 많은 머릿수를 정문 쪽에 배치하여 허들경기처럼 기진맥진 했 을 때 반병신을 만들 속셈이 분명했 다. 사실 여태껏 그렇게 해왔다. 정 면승부로 목표달성을 했을 때 성취 감은 장난이 아니었다. 그렇지만 인 질로 잡혀있는 뭉치와 강사장이 없 다면 가능할지 모른다. 나를 차치하 고라도 뭉치와 강사장의 안부는 바 람 앞에 촛불처럼 장담할 수가 없다. 한사람의 친구이고 한사람의 고객이 기에 반드시 그들을 살려내야 한다. 나는 높은 포복으로 뒷문주변으로 기어갔다. 내 스타일을 들어서 알고 있는 조 남철은 역시 뒷문 경계는 느슨했다. 두 명이 한가하게 잡담을 하다가 화 장실에 가는지 한명이 빠졌을 때 몸 을 일으켜 뒷문으로 성큼성큼 다가 갔다. “누규?” 마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공격 신호인 것처럼 가볍게 차고 올라 무 릎으로 면상에 정확히 꽂아버렸다. 무릎에 닿는 둔탁한 마찰음이 비명 을 삼켰다. 목이 꺾인 채로 구석에 처박힌 몰골이 부르르 경련을 일으 키고 있었다. 손바닥으로 뺨을 치며 기절한 덩치를 깨웠다. 힘들게 눈을 뜬 덩치가 두려움과 고통이 섞인 눈 동자로 나를 쳐다봤다. 이미 전의를 상실한 초라한 표정이었다. “난 더 이상 널 때리지 않을 거야. 단 네 역할이 있어. 내가 이 자리를 떠나자말자 고래고래 소리쳐주면 돼. 간단하지? 소리라도 마음껏 내 질러야 뎅강 분질러진 자존심이 그 래도 제자리를 찾을 거야. 할 수 있 겠나?” 주먹으로 때리는 시늉을 하며 윽 박질렀다. 덩치가 한풀 몸을 접으며 힘없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화장실 에 간 다른 덩치가 오기 전에 후다닥 풀숲으로 몸을 숨겼다. 약속대로 덩 치는 갈라지는 목소리로 울분을 토 해내었다. “그놈이 나타났다. 나를 이 꼴로 만들고 달아났다.” 고함소리에 정문 쪽에 있던 덩치 들이 우루루 몰려왔다. 손에는 제각 각 연장이 하나씩 들려 있었다. 골프 채에 야구방망이에 체인에 식칼에 손도끼까지 얼핏 봐도 살벌하기 짝 이 없었다. 난 단지 낫 모양의 주머 니칼밖에 품고 있지 않지만. 조남철은 그다지 주목받지 못한 변두리 세력이었다. 저런 살벌한 연 장을 앞세워 확장세를 꾀하더니 마 침내 도심에 입성하게 되었다. 클럽 몇 군데를 장악하고 뒤로는 마약에 눈독을 들였다. 기존의 세력과 마찰 은 정해진 수순이었다. 조남철은 결 코 마다하지 않고 응징하여 일대를 장악해 들어갔다. 살인청부업자인 내게 서로 부딪히던 강사장이 먼저 고객으로 조남철의 제거를 의뢰했 을 뿐이다. 만약 조남철이 먼저 의뢰 한 고객이었다면 나는 그를 위해 강 사장을 제거했을 것이다. 적당한 금 액이면 물불가리지 않고 최선을 다 하는 살인청부업자 가물치가 나라는 인간이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