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고통과 시련에 빠져 번민으로 살아가는 사람 들이 많은 세상입니다. 무시겁래 지어온 악업들이 한 꺼번에 쏟아지듯 캄캄한 세상이 되고 있습니다. 그러 나 밤이 지나야 새벽이 오고 햇살이 퍼지듯이 시름의 꺼풀이 벗겨지면 반드시 화사한 날이 돌아올 것이다. 앞으로 연재될 글에는 가장 시급한 문제들 때문에 번민하는 분들을 위하여 세상을 바꾸는 지혜는 무엇 인지, 행복을 일구는 좋은 생각이 무엇인지, 그리고 더 불어 살아가는 거룩한 공덕이 무엇인지를 생각하는 법문이 들어 있으며, 아울러 피안을 향하여 끊임없는 행원을 다하는 불자들이 되시라는 의미에서 부처님의 말씀을 많이 넣었습니다. 박진사의 심정을 눈치챈 김진사는 그 동안 비밀로 지켜온 일이 세상에 밝혀지 고 아들을 빼앗기게 될 것이 두려워 근 심에 쌓였습니다. 그런데 아니나 다를 까 얼마뒤 박진사가 찾아와 아들을 돌려 줄 것을 애걸하는 것이었습니다. 김진사 는 난감하기 이를데 없었고 드디어 병이 나고 말았습니다. 아들을 볼 때마다 괴 로웠고 가족들은 영문도 모른채 병이 든 김진사로 인해 불안해 했습니다. 김진사는 마음 속으로 ‘저렇게 착하 고 훌륭한 자식을 빼앗기다니… 차라 리 내가 죽는 것이 낫지. 친구의 부탁 을 거절할 수는 없고, 그렇다고 아들을 떠나보내고 나면 무슨 보람으로 산단 말인가’ 하며 괴로워하다가 얼마 살지 못할만큼 깊은 병에 들고 말았습니다. 그러자 김진사의 아내는 따라 죽겠다 며 울고, 아들도 자신의 불효로 돌아가 시게 되는 줄 알고 따라 죽겠다고 했습 니다. “무엇때문에 이토록 깊은 병에 드셨 는지 말씀해 주십시오. 왜 아버님이 돌 아가시게 되었는지 알지 못하면 저도 따라 죽겠습니다.” 그러자 김 진사는 아들의 마음을 헤 아리고 그동안 숨겨 왔던 비밀을 솔직 하게 말해 주었습니다. “그러니 이제부터 박진사에게 가서 아버님이라고 부르고 나머지 효를 다하 거라.” 처음에 아들은 너무 충격적이었으나 이내 정신을 차리고 말했습니다. “아버님, 그런 것을 가지고 무슨 심려 를 하십니까? 소자는 어디까지나 김씨 입니다. 제 아버님은 훌륭하신 김진사 이시고요.” 그러면서 병환이 깊은 아버님의 손을 꼭 쥐고는 잠깐 기다리시라고 말하고 방을 나갔습니다. 아들은 조용히 박진 사를 만나러 갔습니다. 박진사는 김진 사의 아들을 되찾을 수 있게 되었는 줄 알고 좋아했습니다. 그런데 김진사의 아들이 이런 말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진사님, 제가 옛날 이야기를 하나 해 드리겠습니다. 어떤 사람이 밭에 배추 씨를 뿌리다가 바람이 불어서 씨가 아 래 밭으로 날아갔습니다.” “음, 그럴 수도 있지.” “위의 밭 임자는 배추씨를 굳이 찾으 려면 아래 밭에 와서 찾을 수도 있겠지 만 귀찮아서 포기해 버렸습니다. 아래 밭에 떨어진 씨는 잘 자랐습니다. 그 밭 주인이 물론 잘 가꾸었지요.” “한 포기 정도라면 정성을 더 기울일 수 있겠지.” “그러면 뒷날 추수할 때 그 배추는 누 구의 것이겠습니까?” “물론 아래밭 임자, 배추를 기른 사람 이지.” “그럼, 진사님 안녕히 계십시오.” 박진사는 얘기를 흥미진진하게 듣다 가 깜짝 놀랐습니다. 그리고 이내 박진 사는 눈물을 글썽이며 아들의 뜻을 헤 아려 주었습니다. “오냐, 잘 알았다. 그동안의 모든 것 을 알았다. 나는 너의 아버지가 될 자격 이 없구나. 영원히 우리의 이 사실을 비 밀로 하마. 나도 아들들을 다시 타일러 서 잘 기를 것이다. 너는 안심하고 김진 사를 잘 모시도록 해라.” 박진사는 사뭇 떨리는 말소리였습니 다. 김진사의 아들은 그 심정을 알면서 도 모르는 척 하고 방을 나왔습니다. 이튿날, 병석에서 일어난 김 진사와 박 진사는 과거에 합격한 김 진사 아들 의 술잔을 받으면서 전처럼 유쾌하게 웃었습니다. 부인들은 영문도 모른채 병이 회복되고 우정 또한 전처럼 회복 된데 대해서 기뻐했습니다. 그후 박 진 사 아들들도 마음을 바로잡고 과거에 합격하여서 모든 평화가 돌아오고 행복 하게 잘 살았다고 합니다. 박진사가 김진사에게 아들을 주고 키 우게 하였을 때는 진심으로 친구를 생 각하는 마음이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자신의 아들은 공부도 못하고 과거시험 에도 떨어졌는데 남에게 준 아들이 총 명하게 자라 과거 시험에 합격을 하니 마음이 흔들렸을 것입니다. 사람이니까 당연히 있을 수 있는 마음이겠지요. 그 러나 박진사가 현명한 아들덕분에 자비 한 본마음을 회복하고 양가가 모두 화 목하게 지내게 되었으니 다행아니겠습 니까. 박진사의 아들은 비록 김진사 가문에 서 자라고 김씨로서 그 가문을 잇게 되 었지만 학식으로나 인품으로나 사회와 나라를 위해 아주 소중한 일꾼이 되었 습니다. (계속)
즐겨찾기+ 최종편집: 2025-05-01 21:23:21 회원가입 전체기사보기 원격
트위터페이스북밴드카카오톡네이버블로그URL복사
동정
이 사람
데스크 칼럼
가장 많이 본 뉴스
상호: 경북동부신문 / 주소: 경상북도 영천시 최무선로 280 /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경북, 다-01264 / 등록일 : 2003-06-10
발행인: 김형산 / 편집인: 양보운 / 청소년보호책임자 : 양보운 / 편집국장: 최병식 / 논설주간 조충래
mail: d3388100@hanmail.net / Tel: 054-338-8100 / Fax : 054-338-8130
본지는 신문 윤리강령 및 그 실요강을 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