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자와 죽이려는 자(8) 뒷문으로 몰려간 덕분에 비교적 순조롭게 레옹 클럽의 정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실내장식이 여간 호화스럽지 않았다. 한번 발을 디디 면 단연코 다시 찾게 될 정도로, 춤 추는 군상들이 청동으로 벽마다 새 겨져 있었다. 표정 하나하나가 압권 이었다. 잠시 방문한 목적도 잊은 채 두리번거리고 있을 때 짱돌 같은 주 먹이 목 언저리에 그대로 꽂혔다. 중 심을 잃으며 숨도 쉬지 못하고 벽에 붙어 다시 공격해올 상대를 노려보 았다. 다부진 체격에 청동인간처럼 서있던 덩치는 뒤꿈치로 내리 찍을 공격을 시도하고 있었다. 덩치가 시도하는 동작을 간파했지 만 이미 타격을 받은 몸은 날렵하게 피하지 못하고 등짝에 꽂히고 있었 다. 매섭고 놀라웠다. 끊어 치는 파 워가 적잖이 당황하게 만들었다. 신 속하면서 정확한 눈과 주먹에, 맷집 까지 갖췄다면 싸움꾼의 반열에 올 라서기를 주저하지 않아야한다. 아 무리 타격감이 좋아도 헛손질에 대 비한 맷집이 있기에 싸움은 끝날 때 까지 끝난 게 아니라는 것을 입증해 준다.
나는 또다시 비틀거리며 구석 으로 나동그라졌다. 덩치는 승기를 잡은 듯 주짓수로 덮쳐왔다. 목이나 팔을 내어준다면 찍소리 못하고 덩치 의 의도에 말 려들 것이다. 고통을 참지 못하는 몸의 수축으로 상 대를 방심하 게 한 뒤 온 힘을 모아 덩 치의 턱주가 리에 발끝으 로 명중시켰 다. 쩍 갈라지 는 소리와 함 께 덩치의 몸 이 바닥에 널 브러졌다. 오 랫동안 기절 해있을 혼곤한 침묵이 보기 좋았다. 그냥 툭툭 털며 일어났다. 그다지 비 명이나 잡음이 멀리 퍼져나가지 않 는 산뜻한 싸움의 결말이었다. 잠깐 방심한 자신을 탓하며 덩치의 두 다 리를 잡고 바닥을 쓸면서 화장실에 처박아 두었다. 화장실 천장을 뚫고 환기통을 따라 뭉치와 강사장을 찾아 나섰다. 덥고 습했지만 견딜만했다.조금 전 맞닥뜨 린 실력 있는 덩치들이 한둘이 아니라 는 상황판단이 된 셈이다. 정면 돌파 는 불 섶에 뛰 어드는 부나방 꼴 이 된 다 는 계산아래 조남 철과의 일대일 대면에 승산 을 더 걸게 되 었다. 이쪽 방 저쪽 방 천장 을 확인하면서 먹고산다는 것 은 참으로 고 행이라는 사실 을 절 감 하 게 되었다. 땀과 먼지가 뒤범벅 이 된 얼굴로 천장 마감재를 고정한 나사못 주변을 주머니칼로 판 뒤 그 구멍으로 동태를 살폈다. 몇 번 헛다리 짚기는 했지만 마침 내 결박된 뭉치와 강사장을 볼 수 있 었다. 하마터면 기쁨에 찬 환호성을 내지를 뻔 했다. 그만큼 텁텁하고 끈 적끈적하고 불결하고 푸석푸석한 천 장 안에서 오죽 했으면 그랬을까. 구 출할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지만 더 이상 천장을 옮겨 다니지 않아서 좋 았다. 조남철의 정수리가 훤히 보였다. 원형 탈모는 아니라도 탈모가 진행되고 있었다. 그렇게 강심장을 가 진 것처럼 떠벌려도 알게 모르게 스 트레스를 받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그것만으로 인간적이면서 만만하게 느껴졌다. 두 명의 덩치가 조남철을 경호하고 있었다. 노크소리가 들렸 고 한 덩치가 뛰어 들어왔다. “가물치가 뒷문을 찍고 어디로 달 아났는지 알 수 없습니다.” “찾아서 죽이진 말고 반 틈만 죽여 서 내 앞으로 데려와. 애걸하는 상판 대기를 보고 싶구먼.” 독안에 든 쥐처럼 뛰어나가는 덩 치를 보면서 나사못 주변을 다시 파 기 시작했다. 요즘 천장 마감재는 튼 튼한 내구성을 자랑하듯 쉽게 자신 을 내어주진 않았다. 부스러기가 밑 으로 최소한 떨어지지 않게 힘겹게 작업을 마친 나는 기회를 엿보고 있 었다. 순식간에 낙하하여 조남철 책 상위에 저승사자처럼 우뚝 서야한다 는 계획을 세웠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