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고기사 제목이 참 얄궂다. 누구의 ‘오른팔’은 10대 20대 때나 가져봄직한 철딱서니의 훈장이거나, 아니면 어둠의 세계에 몸담은 이들의 전유물이 아닌가.
그의 나이를 확인하고 참으로 비통하였다. 몰년 91세. 어찌하여 한생을 살고서 남은 것이 겨우 누구의 ‘오른팔’이란 말인가.
사람은 마흔이 넘으면 온전한 물질적 경제적 자립(自立)을 염두에 두고 살아야 한다. 마흔이 넘고 쉰이 넘어서도 누구의 그늘 아래에서 ‘누구의 사람’ ‘누구의 오른팔’ ‘누구의 왼팔’로 불리면 30대 이전의 태생적 유치함을 끊어내지 못한다. 누구한테 기대 등 따시고 배부른 삶을 살면 부득불 나쁜 습관이, 게으른 근성이 몸에 배기 마련이다.
그런 유치함을 버리지 못해 폐족(廢族)이 된 게 노무현의 왼팔 안희정, 오른팔 이광재 아닌가. 안희정은 정치적으로 몰락하였고, 이광재는 예상과 달리 재목으로 자라나지 못하였다.
우리나라는 유교풍습 때문인지, 일제치하의 잘못된 습속 때문인지 ‘한 번 스승은 영원한 스승’이란 관념이 오랫동안 있어 왔다.
이 학계 풍토가 사회 전반으로 뻗어 나가 ‘한 번 형님은 영원한 형님’ ‘한 번 보스는 영원한 보스’로 안착하였다. 조폭과 정치인이 한끗 차이인 시절을 벗어난 게 얼마인가 짚어보면, 이 불변의 서열 관계는 조선시대 노예제와 비슷한 속성을 가졌다는 걸 알 수 있다. 참으로 등골 서늘한 사실이 아닐 수 없다.
조폭계의 왼팔 오른팔이나, 정치계의 왼팔 오른팔이나 그 당시에는 영예로운 감투라 여겨질지 모르나 나이가 마흔이 되고, 쉰이 되고, 예순이 되고, 심지어 죽어서까지도 누구의 오른팔로 기억된다면 그이의 인생은 참으로 가련한 인생, 같잖은 인생이 되는 것이다.
‘쪽빛은 쪽에서 나지만 그 아름답기는 쪽보다 더 낫다’는 청출어람이 청어람이란 좋은 옛말을 몸소 실천하는 두목도 회장도 스승도 이 나라에서는 뻘 속에서 진주 찾기보다 더 힘이 든다. 권력의 속성이 본디 그런 것이기 때문일까. 예로부터 재산은 나눠도 권력은 자식하고도 안 나눈다고 하였다. 마약보다 떼기가 더 힘든 게 권력이라는 말도 있다.
그 권좌에 오른 사람은 말할 것도 없거려니와 그 권좌에 빌붙어 그 권좌가 마치 자기 것인 양 착각하며 사는 2인자의 삶은 끝끝내 이도 저도 아닌 삶으로 남게 마련이다.
같은 하늘 아래 똑같이 약동하는 숨줄을 갖고 나와 되돌아가면서 누구의 오른팔 같은 오명은 남기지 말아야겠다. 한 번의 죽음으로 천 년을 사는 안중근 같은 이도 있음을 기억해야겠다.
인간의 본성을 탐구하였던 아리스토텔레스는 “누군가의 미래 행동을 가장 잘 예측할 수 있는 근거는 다름 아닌 그이의 과거 행동이다”고 하였다. 그러면서 그는 “현재의 우리는 곧 우리가 반복적으로 행하는 습관이다”고 하였다. 나쁜 행동은 나쁜 습관을 낳고 나쁜 습관은 나쁜 인생을 갖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