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천시 고경면 부리(부동)에 조선 세종실록지리지에 언급된 가마터에서 15세기에 제작한 것으로 추정되는 ‘영천 장흥고’라고 새겨진 도자기 조각 출토(본보 8월4일자 1면. 8~9면 보도)돼 학계 비상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가운데 영천장흥고와 관련한 지역브랜드화 움직임이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곳에 발견된 영천장흥고는 요즘시대로 치면 반도체 같은 고급 기술이 적용됐다고 비유할 만큼 귀중한 문화유산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이 가마터는 학술적 가치가 매우 높은 것으로 판단되는 만큼 향후 체계적인 보전과 학술연구를 위한 대책 등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도예 전문가 안진석 교수는 오는 23일 영천창작스튜디오에서 영천장흥고 분청사기 등 600년전 선조 도공들의 미적 감성이 담긴 작품을 재현하는 기획전 오프닝을 갖는다.
안 교수의 이번 기획전은 그 시대의 작품들을 재 해석해 전통의 현대적 변용이라는 주제로 제작한 작품 전시를 통해 선조 도공들의 우수한 기술력과 예술적 감성을 알려 지역민들에게 영천의 우수한 역사적 문화유산에 대한 자긍심과 소속감을 느끼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안 교수는 지난 8월 영천장흥고가 발견된 영천시 고경면 부리 가마터 현장을 확인을 한 후 도자기 역사의 중요성을 확인하고, ‘영천 장흥고 분청사기 기획전’ 준비에 들어가, 마무리 작업에 한창이다.
안 교수는 기획전 준비 과정에서 국립중앙박문관을 방문, 영천장흥고로 새겨진 유물 2점과 영천인수부로 새겨진 접시 한 점이 전시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는 문헌기록과 전시된 유물들이 역사적인 고증을 뒷받침하고 있는 만큼 지역의 역사성이 있는 문화와 예술을 관광상품으로 스토리텔링해 문화도시로서 지역을 브랜드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영천장흥고가 출토된 고경면 부리 마을은 옛부터 ‘가마골’로 불려졌으며, 세종실록 지리지에 정확한 지명은 나오지 않지만 “영천 동쪽에 위치한 원산 곡리(原山谷里)에 가마터”가 있다고 기록되어 있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실제로 중앙박물관에는 ‘영천장흥고’ 가 새겨진 대접(粉靑沙器印花文永川長興庫銘大楪, 조선 16세기) 2점이 전시되어 있고 귀중한 문화재로 평가받는다.
지역문화계에서는 고려말, 조선초기 청자에서 분청으로 넘어가는 가마로써 중요한 역사적인 가치가 있는 부리마을 을 사적지로 지정해, 도자기 체험장 등 관광 자원화해야 한다는 여론이다. 영천장흥고라는 이름이 새겨진 도자기 조각이 출토된 이곳 가마터가 실제 세종실록지리지에 기록된 우리나라 분청자기 도요지 중 하나였던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하고 있다.
이곳은 현재 가마터는 사라지고 다행히 파편 무덤만 남아있어 더이상 흔적도 없이 완전히 사라지기 전에 사적지 지정후 보호조치와 함께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시 차원의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안진석 교수는 “영천 장흥고의 역사적 발생시기는 1390년부터 정도로 보이며, 1420~1470년까지 60여년간 최고의 발전기에 장흥고에 공납된 것으로 보아 영천지역 도자기 공납 제품의 완성도가 최상질의 그릇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