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지역 어느 면단위 농협에 잠시 들렀다. 오후시간이라 그런지 민원인은 안보이고 직원들만 자기네끼리 신나게 떠들고 있었다. 그렇게 한두시간이 지나면 그들은 아침에 타고온 차와 함께 인근 도시지역으로 돌아갈 것이고 밤이면 이곳은 면단위 소재지라고는 하지만 을씨년스런 풍경이 내려앉을 것이다.  면에는 빵집은 물론이요 김밥집도 없고, 그 흔하던 중국집도 하나 없다. 하루하루 인구가 빠지는 면에서는 상권 자체가 형성되지 않으니 갑자기 농자재라도 하나 사려면 시내로 차를 타고 나와야 한다. 기실 약국이나 병원이 없는 것은 그닥 놀라운 일도 아닌데 밤에 일을 당하면 낭패다. 10분 내로 먹을거리나 편의시설을 찾는 도시와는 사뭇 다른 풍경이다. 그럼에도 그곳에는 사람이 산다. 왜일까. 애당초 천형처럼 시골 무지렁뱅이인 사람들이 많지만 그중에는 도시와는 다른 분위기에서 살고 싶은 이들도 있다. 쫓기듯 살아가는 도시생활이 싫은 마음이 컸던 귀농, 귀촌인들이 그들이다. 그리고 당연히 이런 선택을 하는 사람들보다는 역으로 일자리나 교육 등 정주환경 때문에 빠져나가는 사람들의 수는 훨씬 더 많다. 뭔가 엄청난 결단을 내리며 사람들이 시골을 떠나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이런 소소한 불편함이 지역을 떠나게 만드는 것이다. 농협 직원들만 그런게 아니다. 면사무소도 우체국도 필수불가결의 관공서에도 똑같은 모습이다. 우리가 민주주의 사회에 산다면 힘모아 공동의 문제를 해결해야 하고 행정이 앞장서 조율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시장원리에 맡겨서 상권이 형성되지 않으면 행정이 인위적으로라도 나서야 된다.  마을에 그런 일을 할 사람이 자리 잡도록 공간이나 사업비를 보조하고, 거주가 어렵다면 일정한 간격으로 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도록 체계를 만들어야 된다. 만일에 행정을 담당하는 사람들이 그 지역에 살고 있다면 본인들이 답답해서라도 앞서 나설 것이다. 하지만 면단위 지역에 사는 공무원을 본 적은 거의 없다. 공공기관이 정말 공공의 이익이나 주민들의 복지를 위해 존재한다면 이런 기본적인 문제부터 풀어야 한다. 인구가 줄어도 주민들은 계속해서 거기서 살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마을이며 도시가 노쇠해지면 오히려 행정의 손길이 더 필요하다. 사정이 이런데도 공직자들은 상당수가 인근 도시에 거주하며 지역 현황조차 잘 모른다.  농촌에서는 시청이 가장 큰 회사라 말하는데, 그 직원들이 지역에 살지 않으니 그 회사가 잘될 리가 있나. 모르긴해도 지역의 위기는 이주하는 주민들로부터가 아니라 지역을 모른채 내 일자리만 챙기는 행정에서 비롯되는지 모른다.  그래놓고는 주민들과 함께 고민해야 할 정책들은 당연히 행정이 해야할 일인데 관행처럼 컨설팅회사나 대학 등에 연구용역을 맡겨 버린다.  주민들에게 갔으면 구렁이 알같이 잘 쓰였을 돈이 이름만 번지르르한 용역비로 지출된다. 그러면서 모자란 주민들 역량만 탓한다. 행정이 직접 계획하는 일은 점점 줄어들고 연구용역비만 갈수록 늘어난다. 그럴거면 대체 관공서는 왜 있어야 하는지 묻는다. 입버릇처럼 ‘하고는 싶지만 예산이 없어서 못한다’는 말도 한다. 그러나 조금만 생각해보면 돈의 문제가 아니라 하고자 하는 의지의 문제란걸 금방 알게 된다.  읍면에 사는 사람들이 줄면 행정체계는 통합이 되어 줄어들 것이다. 그래도 읍면의 공무원들은 점심밥은 그 마을에서 먹는다. 하지만 마트도 학원도 없는 동네에서 어떻게 애들 데리고 사느냐며 저녁엔 열심히 차를 몰아 가족이 사는 도시로 가야 된다.  이젠 농삿일 하는 젊은 농민도 공공기관 사람처럼 일이 끝나면 별장같은 집에서 옷 갈아입고 차 몰아 도시로 퇴근한다. 지방소멸이라고 암만 떠들어도 퇴근시간에는 도시로 가는, 아무것도 아쉽지 않은 이들이 있는 한 읍면의 미래는 어둡다. 공무원들은 곧잘 주민들과의 화합을 이야기한다. 그들이 말하는 주민은 어떤 사람인지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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