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대학의 카시오포 교수팀의 연구에 따르면 현대인의 가장 총체적인 사망 요인은 사고나 암(癌)이 아니라 외로움이다.
외로움은 ‘고독사’로 대변될 만큼 우리 사회에서도 인구감소 초고령화 빈부격차 등과 함께 큰 문제가 된 지 오래다. 최근엔 어르신 고독사와 함께 30대 고독사도 알려져 그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혹자는 외로움과 고독사를 구별하기도 한다. 외로움은 애써 떨쳐버릴 것이로되, 고독은 부러 찾아 즐길 것이라고 한다. 외로움은 병리 현상에 가깝고, 고독은 철학적 삶의 태도에 가깝다는 게 이유다.
현실은 ‘외로움사’는 말맛이 이상하고 그렇다고 ‘고독사’를 대체할 마땅한 용어를 찾지 못해 외로움과 고독으로 인한 죽음을 뒤섞어 사용하고 있다.
외로움으로 사망한 것인지, 고독해서 사망한 것인지 사후 사망 요인을 분석한 데이터는 당연하게도 없다. 문제 제기할 마땅한 건덕지가 외로움과 고독 사이에는 없는 것이다.
‘가장 빈곤한 인생은 곁에 사람이 없는 인생’이라는 말이 있다. 레바논에는 ‘사람이 없다면 천국조차 갈 곳이 못 된다’는 속담도 있다. 외로움의 기저엔 사람이 깔려 있는 것이다.
‘행복의 핵심을 한 장의 사진에 담는다면 어떤 모습일까.’ 이에 대한 연구들을 종합하면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음식을 먹는 장면’이란 답이 나온다.
좀 원시적이고 무지막지하게 보여도 유튜브 ‘먹방’의 조횟수가 상상을 초월할 만큼 높은 것은 ‘외로움병’에 걸린 현대인들이 수두룩하다는 반증으로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최근 한겨례21은 영국 정부의 ‘외로움부’를 커버스토리로 다뤘다. 영국 정부도 우리와 같이 외로움과 고독을 동일시한다.
기사에 따르면 영국 정부는 2018년부터 외로움을 국가 차원에서 대응할 정책 의제로 채택하고 외로움부를 신설하였다.
디지털·문화·미디어·스포츠 관련 부처 장관이 고독 관련 정책을 함께 담당하는 외로움부 장관을 겸직한다.
고독사의 주된 원인으로 꼽히는 사람을 대신할 대체재는 정녕 없을까. 있다. 바로 책이다. 독서는 어린 시절부터 습관이 안 되면 늙어서는 아무리 하려고 해도 불가능하다.
한국 사회는 고령화만큼이나 노인들 삶의 질이 큰 문제다.
퇴직 이후의 삶은 대개 마을회관에서 화투를 치면서 시간을 보내거나, 등산을 하거나, 여행을 다니면서 여가를 보낸다. 그리고 노름을 할 때나, 등산을 할 때나, 여행을 할 때 빠지지 않는 게 술이다.
이 여가활동에는 열심히 산 것에 대한 보상 심리가 반영되어 있다. 하지만 술이 함께 하는 놀이는 점점 헛헛함이 되다가 공허함이 되고 이내 외로움으로 뒤틀린다. 여가활동이 허송세월이었음을 뒤늦게 알게 되는 것이다. 습관의 부메랑이다. 마음은 빤해도 행동이 쉽지 않다.
고독사는 냉철하게 보면 자기 목을 스스로 친 죽음이다. 원인을 사람에다 놓으면 사회 문제가 되지만, 독서에다 놓으면 개인 문제가 된다.
피터 드러커는 “평생학습은 몸과 마음을 즐겁게 한다”고 하였다. 즐거움은 생기(生氣)의 원동력이다. 생기가 돌면 외로움이 비집고 들 틈이 없다. 영국의 외로움부는 외로움을 사회 문제로 파악하고 있다. 해법을 엉뚱한 데서 더듬는 중이다. 대서양 저 너머에서 ‘외로움부가 외로워졌다’는 소식이 타전될 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