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목요일이면 11번째 책이 나온다. 『산남의진뎐』. 이 책은 구한말 경상도 동해안 접경 지역에서 활동한 2000여 ‘산남의진’에 관한 것으로, ‘기억 스토리텔링’ 방식으로 썼다. 부제는 ‘조선의 마지막 지킴이-스스로 타오른 2000여 의사들에 관한 기억 스토리텔링.’  장장 10년 넘게 ‘지역 스토리텔링’에 천착해 왔고, 그 결과가 이 『산남의진뎐』에 고스란히 담겼다 해도 좋겠다. 이 책은 독자의 평가도 평가지만, 10년 전 내게 스토리텔링 길을 열어준 우한용(소설가·서울대 국어교육학과) 명예교수께도 별도 평가를 받기로 했다.  나는 ‘작가의 말’에서 이렇게 썼다. “이 책은 현재의 시각으로 형식과 내용 면에서 색다른 관점을 보여줍니다. 형식 면에선 바로 옆에서 조곤조곤 이야기를 들려주듯 구어체로 썼습니다. 여기에 소설 작법을 활용해 재미와 흥미를 더했습니다. 또 역사적 사실을 설명할 땐 시의적절하게 객관적인 논리를 세웠습니다.  내용 면에선 우선 구한말 의병의 이야기인데도 조선 내부의 모순을 확대해 들여다보지 않았습니다. 대신 당시의 세계사적 조류를 클로즈업했습니다. 거기에 더 큰 교훈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다음 대장과 그 주변 인물 중심의 서사에서 벗어나 만년 조연에 머물렀던 무명의 의사(義士)들을 전면에 내세웠습니다. 아주 위험한 시도지만 그만한 가치가 있는 시도라 여겼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산남의진뎐』 자체가 스토리텔링인 바, 이 책 한 권으로 능히 공간 스토리텔링이 가능토록 하였습니다. 스토리텔링의 핵심은 하나의 작품이 여러 용도로 활용되는 원소스멀티뉴즈(one source multi-use)입니다.”  나는 ‘산남의진’ 현장을 10년 전 한 번, 작년에 한 번 모두 두 번 돌아보았다. 그때마다 나는 “무녀가 신내림을 재촉하는 모양으로 간절한 소망(우한용 장편소설 『소리 숲』 40면 인용)”을 느꼈었다. 몸서리치도록 서러운 몸떨림이 내 안으로 파고들었다. 밤새도록 파르르 떨며 오한을 앓았다. 새 아침이면 말끔히 나았다. 신묘한 경험이었다. 그렇게 올해 『산남의진뎐』이 내게로 왔다. 나는 『산남의진뎐』을 쓰면서 불가의 영가기도, 해원(解冤)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었다. 불교만큼 깊고 넓게 서러운 영혼을 달래는 종교가 이 땅 어디에 또 있던가.  2000여 영혼을 모두 끌어안고 싶었다. 아니 그게 후대의 마땅한 도리라 생각했다. 해서 정형화된 의병장 중심의 이야기를 파괴했다. 그렇게 달랑 한줄 기록으로 남은 2000여 의사(義士)를 전면에 내세웠다. ‘작가의 말’에서 짚은 소설 작법은 정확히 ‘목소리 소설’ 기법을 말하는 것이다. 목소리 소설은 동유럽 벨라루스 최초의 노벨문학상 수상자이자 ‘벨라루스의 자존심’으로 불리는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74)가 개척한 장르다. 그녀는 기자 경험을 토대로 수년간 수백 명을 인터뷰해 모은 실제 이야기를 문학 작품으로 승화시키는 목소리 소설을 선보여 세계인의 주목을 받았다.  『산남의진뎐』엔 실제 인물이 그대로 등장한다. 산남의진기념사업회 회장 혜신 스님, 조충래 산남의진기념사업회 부회장 등이다. 이들과 주고받은 대화를 작품 속에 고스란히 담았다.  또 ‘이 한 권으로 능히 공간 스토리텔링이 가능토록 했다’는 점은 대한민국 최초의 민간협동조합 창시자 이야기를 다룬 『‘퍼스트 펭귄’ 전준한 이야기(2017)』가 뒷날 상주 함창 ‘협동조합 역사문화관’을 꾸릴 때 핵심 콘텐츠로 확장된 데서 영감을 얻었다.  『산남의진뎐』엔 ‘산남의진기념관’이 만들어진다면, 공간 구성을 이렇게 해야 좋다는 ‘풀어쓴 설계도’가 담겨 있다.   나는 13년 전 영남일보 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시절 소설가 김주영, 성석제 선생 등을 만나 인터뷰를 한 적 있다. 이들은 하나같이 자신이 하는 것이 스토리텔링이라고 단언했다. ‘소설=스토리텔링’이란 뜻이었다. 다만 『마당 깊은 집』의 소설가 김원일 선생만큼은 “스토리텔링은 소설가가 할 일이 아닌 것 같다”고 했다.  김주영, 성석제 선생의 스토리텔링 결과물은 영남일보에 반영됐고, 신문사로선 거금(원고료)을 치른 것치곤 늘 미흡했다. 김원일 선생은 스토리텔링 근처에도 다가오지 않았다. 소설과 스토리텔링은 전혀 다른 차원이라는 신념 때문이었다. 나는 김원일 선생 쪽에 있다. ‘어찌 소설과 스토리텔링이 같다고 단정할 수 있는가.’ 나는 그것이 큰 의문이었다. 그 누구도 ‘스토리텔링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가르쳐주지 않았다. 결국 내 길을 내 스스로 개척할 수밖에 없었다.  나에게 스토리텔링 길을 열어준 우한용 선생님도 퇴직 후 근 10년간 매년 1권의 소설집을 내면서 기존 소설의 틀을 깨고 있다. ‘우한용 소설길’을 어기차게 내고 있는 것이다. 우한용 선생님의 호는 우공이산(愚公移山)의 ‘우공(愚公)’인데, 근면 성실한 삶의 태도를 진중하게 무섭도록 실천하고 있다.   『산남의진뎐』은 내가 ‘이게 스토리텔링이다’하고 감을 잡고 자신 있게 쓴 글이다.  그럼에도 이 글의 소설적 요소를 감안해 구태여 소설로 분류한다면, 이 글은 전지적 작가 시점이자 1인칭 주인공 시점이 될 터이다. 화자 ‘외사씨’는 나(我)이자, 곧 신(神)이기 때문이다. 『산남의진뎐』은 중고등학생과 그 학부모가 읽으면 크게 이로울 것이다.  이 책은 (사)산남의진기념사업회가 국가보훈청의 「문헌발간사업」의 지원을 받아 발간된다. 책을 받아보실 분은 아래 연락처로 문의하면 된다.  * 조충래 산남의진기념사업회 부회장(010-3815-3568) /심보통 202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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