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나라가 10.29 이태원 참사로 마음 아파하고 안전사고에 대한 생각들에 굉장히 민감해 있다. 국민들은 무엇 때문에 우리의 꽃같은 생명이 한순간에 갔는지 여태 가슴이 먹먹하다. 사태가 이 지경인데도 아직 정치권은 정신 못차리고 국민들의 소리를 서로 자기에게 유리한 쪽으로만 해석해 대며, 온갖 비난에도 슬픔에 잠긴 국민들의 마음을 허탈하게 만들고 있다. 그나마 느슨해진 사회기강으로 생긴 안전 불감증에 새삼 놀란듯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에 야단법석이다.
얼마전 끝난 2022년 재난대응 안전한국훈련은 그런 예상치 못한 재난에 대응하는 훈련이다. 그런데 사람들의 인식은 큰 사고만이 사고인 듯 야단들이다. 사고란 작아도 발생하면 물질적, 정신적 피해를 주는 것이기에 사전예방이 최선이다. 방치 수준에 놓이면 시민 불안은 커지고 언제든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사소한 사고라도 언제든지 우리 곁을 노리고 있다. 그렇기에 지방자치단체는 물론 치안을 담당하는 경찰까지 특별한 관심을 가져야 할 사안들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고 늘 큰 사고가 난 뒤에 가슴을 치고 울부짓는다. 연말이라 그런지 시가지 곳곳에 크고 작은 공사가 부지기수다. 그중에는 도로 한가운데를 파헤치는 공사도 있고, 긁어내고 다시 덮고 있다. 인도와 골목길도 파헤친다. 또 대형 크레인이 인도를 가로막고 간판을 설치하는가 하면, 골목길을 막고 나뭇가지 근처로 올라가 대형 전동톱으로 전지를 해댄다. 도로변 주택가에는 이삿짐 사다리차가 인도를 점령하는가 하면, 전기나 통신공사 차량들도 도로를 가로막고 맨홀 속에서 또는 전봇대 위에서 공사가 한창이지만 어디에도 행정에 도로 차단 공사 허가를 받았다는 문구는 없다. 안전불감증이 도를 넘는다.
우리는 작은 사고라도 사전에 막기 위해 기초질서라는 사회적 합의를 해놓고 있다. 이런 것은 각종 법령으로 정해 국민들의 행동을 강제함으로써 각종 사고를 사전에 방지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민선시대가 열리면서 시민들의 안전을 지켜주는 기초질서가 자꾸 무너지고 있다. 이제는 아예 기초질서를 10원짜리 동전 정도로 우습게 여기는 듯하다.
엄연히 신고 제도가 있고 이를 사전에 고지해 시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여겨야 하지만 무용지물이다. 그리고 거기에 따른 단속도 따라야 하는데 귀찮다. 시민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민선시대 최대 폐단으로 기초질서 붕괴를 꼽는다. 온정적인 태도를 보이며 엄정한 대응이란 찾을 수 없다. 만약 모질게 단속이라도 하면 표가 떨어져 다음을 장담할 수 없기에 알면서도 눈 감는다는 소리다.
그러나 어디에도 시민 안전을 방치해 생긴 사고로 얻은 민심으로 연임하는 단체장은 없을 것이다. 기초질서를 반드시 지키려는 시민들의 의식수준도 중요하다. 모두가 정도로 가야한다. 복잡한 실정을 아무리 돌아봐도 약은 수로 바른 길을 이길 수는 없다. 바른말 하는 시민의 말을 허투루 듣지 않기를 바란다. 불법이 난무하고 의식수준이 안되면 단속이 답일 수 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