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시절 독일 작가 안톤 슈낙이 쓴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이란 글을 배웠다. 세상 살면서 우리를 슬프게 하는 일이란 손으로 꼽을 수 없을 정도로 많다. 그런 슬픈 사연을 나열하다가는 세월없고, 또 더 이상 슬픔에 머물러 있을 수만도 없는 노릇이다.
그 시절 거꾸로 언젠가는 ‘우리를 기쁘게 하는 것들’이란 제목으로 글 한편을 쓰고자 마음 먹었다. 그게 벌써 40년이 다돼가는데 글은 없다. 하여 새해를 맞아 짧은 희망이라도 전하여 기분 좋아지길 바라며 쓴다.
<장면 하나>
하늘을 하얗게 물들이며 소담스럽게 첫눈이 내린다. 제법 쌓인 눈밭에서 서로 갈라져 신명나게 눈장난을 하고 있는 고등학생 대여섯명. 한바탕 눈싸움을 끝낸 학생들이 모여 서로를 향해 장난기 가득한 웃음을 날린다. 날씨는 춥지만 그들의 입가에는 허연 입김이 뿜어져 나오고 얼굴에는 땀범벅이다. 마침 주위를 허리가 휘어진 할머니 한분이 양손에 짐을 들고 눈발 사이로 걸어가고 있다. 한 학생이 얼른 달려가 할머니 양손의 짐을 받아들자 또다른 한명이 우산을 펴드린다. 나머지 학생들도 환한 웃음으로 뒤를 따라간다.
<장면 둘>
집 앞에서 자전거를 닦고 있는데 지나가던 한 초등학생이 걸음을 멈추고, 호기심 어린 눈으로 자전거 닦는 모습을 보고 있다. 초등학생은 광이 번쩍거리는 자전거가 몹시 부러운 듯 자전거 닦는 사람에게 물었다. “아저씨, 이 자전거 얼마짜린데요?” 그러자 옆에 있던 친구인 듯한 사람이 끼어들어 말하기를 ‘’이 아저씨가 산 게 아니고 이 아저씨 생일날 아저씨의 형님이 사 주신 거야!’’라고 했다. 이때 초등학생은 ‘’아~그래요!’’라면서 고개를 떨구었다. 그러자 자전거 닦던 사람이 초등학생에게 물었다. ‘’왜, 너도 이런 자전거 갖고 싶니?’’했더니 그 초등학생은 ‘’아~뇨! 아저씨, 저도 제 동생한테 이런 자전거 사주는 형이 되고 싶거든요. 우리집에 심장이 좀 안좋은 동생이 있는데 걔는 조금만 뛰어도 숨을 헐떡거려요. 나도 동생한테 이런 멋진 자전거를 사 주고 싶은데 나한테는 그만한 돈이 없잖아요’‘
초딩은 보통사람의 생각과는 다른 목표를 가지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자전거를 받고 싶은 소원을 가지고 사는데 반해, 이 학생은 자전거를 동생에게 선물하는 소원을 가졌다. 우리 주위에는 항상 도움받는 동생이 되고픈 사람들이 많지만, 도움을 주는 형님과 같은 사람이 되고 싶은 사람도 있다. 늘 더 받지 못했다고 불평하며 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더 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늘 안타까워하며 살아가는 사람도 있다는 사실.
각박한 세상, 어려운 환경속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꿋꿋하게 고통을 이기며, 인간 승리의 삶을 사는 사람들이 있다. 가졌다고 뽐내지 않고 가진 자에게 아부하지 않으며, 없다고 비굴하지 않고, 없는 사람 차별하지 않는 사람들. 가진 것이 부족해도 남을 도우려 하고, 희망이라 생각하면 포기않고 꾸준히 더 나은 세상을 만들고자 공들이며, 힘들고 어려운 일이 생겨도 먼저 앞장서고, 칭찬받을 일은 남에게 공을 돌리고 배려하며 조용히 뒤로 물러나는 사람, 불의와는 결코 타협하지 않지만 옳은 일이라면 끝까지 밀고가는 아름다운 사람들이 곁에 있어서 모두가 행복한 영천이면 춤을 추겠다. 지역에도 간간이 들려오는 아름다운 소식으로 ’그래도 여기 이곳이 살만한 세상이구나‘를 느끼게 한다. 새해엔 더 기분좋은 소식들이 많이 전해오길 바랄뿐이다.
스스로 기분 좋아지는 방법의 하나로 다른 사람의 기분을 좋게하는 방법이 있다고 했다 우리를 슬프게 하고 짜증나고 화나게 하는 일은 천지삐까리다 이런 짜증과 분노 유발시대에 서로에게 힘이 되어 주고 잠시나마 서로 처다보며 웃을 수 있는 일이 새해 벽두부터 양념처럼 있어 준다면 노래 가사처럼 나는 이 세상 모든 것들을 사랑 할 수 있을 것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