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호에 이어) 구전으로 전해오는 설화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아주 낡은 절에 주지로 부임된 스님이 계셨습니다. 그 스님은 다 쓰러져 가는 법당에 앉아 빗물로 얼룩진 불상을 바라보면서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성스런 부처님의 모습이 빗물로 얼룩졌으니 개금불사를 해야겠군. 그런데 누구에게 시주를 권해본다. 부처님의 모습을 보면 당장 불사를 하기는 해야겠고, 이 일을 어떻게 한담?”  이런 생각을 한 스님은 밤새도록 잠을 이루지 못하고 법당에 앉아 기도를 하다가 새벽에서야 살풋 잠이 들었습니다. 그러자 스님 꿈에 부처님이 나타나시더니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염려하지 말라. 날이 밝거든 절문을 나가 무조건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시주를 권하도록 하라. 그가 누구든간에 반드시 큰 시주가 되리라.” 이 말에 깜짝 놀라 잠에서 깨어난 스님은 바랑을 챙겨 메고 일주문을 나섰습니다. 아직은 이른 아침이어서 사람들이 별로 눈에 띄지 않았습니다. 꼬불꼬불한 산길을 돌아 마을 입구에 닿자, 마침 한 노파가 허름한 집에서 사립문 밖으로 나가는 것이 보였습니다. 집과 행색이 너무나 초라해 시주할 사람으로 보이지 않았으나 꿈에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것이 생각나 우선 말을 건네 보았습니다. “노보살님! 우리 절 부처님께서 헐벗고 계셔서 개금불사를 하고자 하는데 노보살님께서 시주를 좀 해 주셨으면 합니다.” 스님은 가난해 보이는 노파라 크게 희망을 갖지 못해 말끝을 흐렸으나 노보살은 아무말없이 방으로 들어가더니 조상대대로 내려오는 가보와 패물 등을 가지고 나왔습니다. “스님! 참으로 제게 귀한 인연을 맺어 주시는군요. 부처님을 만나는 일은 어렵지 않으나 부처님의 옷을 지어드리고 부처님을 모시는 일은 그리 쉽지가 않지요. 내 이제 부처님을 모실 수 있는 기회를 얻었으니 어차피 저승갈 때 빈손으로 갈 것. 부처님께 시주나 하고 가렵니다. 비록 적은 것이오나 개금불사에 보태십시오.” 스님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망설이듯 다시 말했습니다. “정성을 모아 주셔서 고맙습니다만 이렇게 갖고 가도 되는 것인지 모르겠네요. 아무튼 불사에 잘 쓰겠습니다. 노보살님, 성불하세요.” 스님은 시주물을 팔아 개금불사를 했습니다. 백일기도를 회향하던 날 노보살님도 회향법회에 참석했습니다. 스님은 기쁜 마음과 감사한 마음으로 법문을 하고는 법당에 앉아계신 노보살님께 인사를 했습니다. “노보살님 덕분에 개금불사 회향기도가 원만히 끝났습니다. 더 앉아계시겠습니까?” “스님! 그런데 이상합니다. 제 다리가 말을 듣질 않습니다.” 노보살은 그 자리에서 앉은뱅이가 되어버린 것이었습니다.  스님은 곧 일어설 수 있을 것이라고 했지만 영영 일어나지 못하고 앉은뱅이가 되고 말았습니다. 개금불사에 큰 공덕을 지은 보살이 앉은뱅이가 되고 말았으니 스님 마음이 어떻겠습니까? 철컹 내려 앉고 말았습니다. 개금불사를 잘 마쳤지만 법당의 지붕에 비가 새어 다시 부처님의 얼굴이 얼룩지기 시작했습니다. 스님은 이번에는 기와불사를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기도를 했는데 이번에도 꿈에 부처님이 나타나시더니 전과 똑같은 말씀을 하셨습니다. 스님은 부처님의 말씀대로 다시 마을로 내려갔습니다. ‘이번에는 저번처럼 그런 분은 아니어야 할텐데…’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개금불사에 시주를 한 그 노파가 방문을 열어놓고 있다가 스님이 지나가자 인사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스님, 별고 없으신지요? 제가 일어서지 못해서 절에도 가지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스님은 ‘아차!’ 싶었지만 이미 그 노파가 첫번째 만나는 사람이 되고 말았습니다. 이번에는 말 안하고 그냥 넘어가고 싶었지만 현몽도 있고 해서 다시 기와불사가 시급하다는 말을 했습니다. 그랬더니 그 노파가 앉은채 장롱문을 열더니 가지고 있던 집문서를 스님앞에 내놓았습니다. 스님은 그 집을 팔아 기와불사를 잘 마쳤습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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