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호에 이어) 그런데 기와불사를 회향하는 날 회향법회에 참석했던 그 앉은뱅이 노파가 그만 그 자리에서 눈이 멀고 말았습니다. 개금불사를 하고 앉은뱅이가 되고 기와불사를 하고 실명을 하고 말았으니 스님은 어떤 말로 그 보살을 위로해야할 지 막막하기만 했습니다. “노보살님! 부처님 개금불사를 하고 일어서지 못하고, 기와불사를 하고 눈이 멀게 되셨으니 아마 이는 부처님께서 시련을 주시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하지만 공덕이 크므로 곧 걷게 되고 눈도 뜨실 것입니다. 실망하지 마시고 계속 기도하시면서 기다려 보십시오.” “스님, 걱정마십시오. 다 전생의 업연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 몸이 어떻게 되었더라도 부처님 만나 불사를 이루었으니 그것만으로도 기쁘고 족합니다.” 그 노보살은 집이 없어졌으나 땅이 좀 있어서 소작인의 집에 머물게 되었습니다. 몇년이 지났습니다. 요사채가 퇴락해져 있는 것을 바라본 스님은 요사채를 다시 지을 계획을 세웠습니다. 어떻게 불사금을 마련해야할까 걱정을 한 스님은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전과 같은 꿈을 꾸게 되었습니다. 스님은 다시 걸망을 지고 마을로 내려가면서 큰 걱정을 했습니다. 이번에도 그 노인을 만나면 안되니 다른 길로 가야겠군! 그러나 인연이 묘했습니다. 노보살을 다시 만나지 않기 위해 오로지 다른 길로 가야한다는 생각에 잠겨 길을 가고 있었는데 어떨결에 들어선 길에서 다시 그 노보살을 만나게 된 것입니다. “발소리를 들으니, 요 위 절에 계시는 스님의 발소리 같은데, 스님 맞지요?” 스님은 노보살의 말에 움칫 놀라 그 자리에 서고 말았습니다. 부처님의 말씀대로라면 다시 이 노파에게 불사얘기를 해야 하는데 걱정이 태산 같았습니다. “예, 맞습니다. 노보살님은 여전하시군요. 실은.…”하며 요사채 불사를 하고자 한다는 말을 전했습니다. 그러자 이번에도 노보살은 묵묵히 땅문서를 내 놓았습니다. “스님! 사람은 누구나 맨 몸으로 태어났습니다. 따라서 갈때도 맨 손으로 가야 하는 것이지요. 이제 제게 남은 것은 이것뿐입니다. 이것으로 부처님을 모실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으니 얼마나 기쁜지 모르겠습니다. 마지막 소원을 다 이루게 되었으니 부디 이것으로 불사를 성취하시기 바랍니다.” “노보살님! 감사합니다. 반드시 이 공덕으로 부처님의 가피가 있을 것입니다.” 스님은 감사한 마음으로 땅문서를 받아 들고 와 요사채를 번듯하게 잘 지었습니다. 천일기도를 하루 앞둔 날 밤이었습니다. 노파는 법당에서 철야기도를 하고 있었습니다. 스님은 문을 열고 놓고 불사를 다 이루었다는 기쁨으로 감회에 젖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난데없이 회오리 바람이 거칠게 몰아치더니 뭔가 커다란 물체가 법당안으로 들어가는 것이 보였습니다. 그것은 분명히 호랑이었습니다. 스님이 급히 법당으로 뛰어가보니 이미 노파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세상에 이렇게 어처구니 없는 일이 또 있담. 불사를 하고도 앉은뱅이에 장님까지 된 사람이 이제는 호환까지 당하다니 정말 허망한 일이군, 내 이제 다시는 부처님을 믿지 않으리라.” 스님은 이렇게 생각을 하고는 도끼를 들고 와 목불상 가슴에 깊숙히 내리 찍었습니다. 그리고 그대로 법당문을 잠궈버리고 절을 나와 중도 속인도 아닌 모습으로 살았습니다. 그렇게 20여년이 흐른 뒤 그 스님은 어느날 그가 살던 절에 들르게 되었습니다.  마침절 마당에서는 그 고을에 새로 부임한 젊은 사또의 칠일기도 회향법회가 열리고 있었습니다. 법당문은 여전히 잠겨 있었는데 스님이 그 법당문을 열고 들어가보니 자신이 꽂은 도끼가 그대로 있는 것이었습니다. 그는 불상에 다가가 도끼를 뽑았습니다. 그런데 그 도끼날에 ‘화주와 시주가 오늘 이 자리에서 만나리라.’라는 글귀가 또렷하게 새겨져 있는 것이었습니다. 스님은 그 글귀를 보는 순간 자기의 전생은 물론, 다른 사람들의 전생까지도 알 수 있는 숙명통이 열렸습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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