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호에 이어) 새로 부임하여 기도하는 사또가 바로 전생에 개금불사, 기와불사, 요사채불사를 시주한 노파였습니다. 노파는 삼생동안 받아야 할 죄업을 한꺼번에 받은 것이었습니다. 한 생에는 앉은뱅이로, 한 생에는 소경으로, 그리고 한 생에는 호환을 당할 운명이었는데 부처님께 시주한 공덕으로 그 숱한 업보를 당대에 한꺼번에 받은 후 귀한 가문에 태어나 약관이라는 젊은 나이에 장원급제하여 금의환향한 것이었습니다. 부처님의 가피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믿고 의지만큼, 그리고 청정한 마음을 다하여 공양하고 시주하고 베푼만큼 반드시 따르게 마련입니다. 의심하는 마음은 믿음이 굳지 않음이요. 가피만을 바라는 마음은 청정한 시주라 할 수 없습니다. 참선을 하건, 시주를 하건, 기도를 하건 모두가 그 근본은 믿음입니다. 얼마나 철저하게 믿고 기도하였는가, 바라는 것 없이 베풀었는가에 따라 불보살님의 가피가 따르는 것입니다. 불사에 임할 때 기도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기도는 먼저 자신의 마음을 깨끗하게 한 다음 자기의 마음 속에 삼보를 모시고 염불을 하면서 지극한 정성을 다해야 성취되는 것입니다. 조금이라도 삿된 마음이나 욕심을 부린다면 불보살님의 가피를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사람이 태어날 때는 누구나 맨몸으로 태어났습니다. 물론 갈때도 아무것도 갖고 가지 못합니다. 거대한 재산을 지녔더라도 빈손으로 가게 되지요. 하지만 맨몸으로 태어나더라도 사람마다 업이 달라 누구는 남자로 누구는 여자로 태어나며, 키가 큰 사람, 작은 사람, 부자집 아들, 가난한 집 딸 등 차별이 나타나게 되어 있습니다. 생명의 존엄성은 누구나 같지만 그 사람이 살아가는 과정의 복은 과거의 인과에 달려 있습니다. 그러므로 금생만 생각하고 기도하거나 당장의 내일만을 위해 기도하는 것은 짧은 생각입니다. 진정으로 복덕을 구족하는 가피를 받고 싶다면 긴 안목을 갖고 시주의 공덕을 쌓고 기도해야하는 것입니다. 죄를 짓는 것도 마음의 조화, 복을 짓는 것도 마음에서 일어나는 것입니다. 비록 지금의 생활이 고달프더라도 어떻게 마음먹고 사느냐에 따라 행복과 불행이 깃들게 되며, 얼만큼 행복을 위해 복짓는 데 최선을 다했는가에 따라 불보살님의 가피가 내려지게 되어 있습니다. 부처님의 가피는 내가 알게 모르게 내려지는 것이며, 금생에 받지 못하더라도 내가 지은 공덕이 없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는 한량없는 세월동안 지어온 죄업과 선업의 엇갈림속에 있기에 운명에 굴곡을 받고 있습니다. 일심으로 기도하고 자성의 근원을 깨달아간다면 결국에는 가피를 받게 되어 있습니다. 힘들고 어려울 때일수록 기도하십시오. 고달프고 실망스러울수록 기도하십시오. 그리하면 가슴에 힘과 용기가 깃들고 부처님의 가피로 반드시 고통을 멸하고 기쁨을 얻게 될 것입니다. 공덕을 왜 허물고 있는가 스님, 어느 사찰에서 큰 법회가 열리자 신도들이 서로 향불을 올리려고 하자 어느 노인분이 “전진산문(錢進山門)이면 복귀시주(福歸施主)라.”라는 말을 하시더군요. 무슨 뜻입니까? 쉽게 말씀드리면 기도하겠다는 마음으로 절에 오고 시주물을 부처님께 올린 그 순간에 이미 복을 지었다는 뜻입니다. 부처님께 올리려고 초나 향, 그리고 과일이나 음식 등 공양물을 갖고 왔는데 간혹, 법당에 올리는 일을 맡은 사람이 자신의 공양물을 올리지 않으면 기분 나빠하고 화를 내는 사람이 있습니다. 설령 향을 피우지 않고 촛불을 밝히지 않았더라도 부처님께서는 이미 중생의 마음을 다 헤아리고 계십니다. 그런데 법당에 자신이 올리는 공양물이 보이지 않는다고 화를 낸다면 이미 지은 복을 다시 허물어 버리는 것과 같은 것입니다. 중국의 어느 절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그 절에는 기도하러 오는 사람과 참배하러 오는 사람들의 수가 워낙 많아서 항상 향과 촛불이 수백개씩 켜져 있었습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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