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호에 이어) 연기 때문에 부처님의 얼굴을 제대로 볼 수도 없고 대웅전과 온 경내는 향냄새와 연기로 범벅이 되어서 늘 어수선하곤 했습니다. 경건하게 기도하는 절이 아니라 마치 불난 집처럼 보였던 것입니다. 참배객들은 자신이 켜놓은 촛불을 끄지 않고 나갔고, 향도 여러 개를 펴 놓고 갔습니다. 법당을 관리하는 스님은 참배객이 자리를 뜨면 바로바로 촛불을 끄고 향을 끄곤했습니다. 그리고 다시 뒤에 오는 사람들이 향불을 올릴 수 있도록 준비해주곤 했습니다. 하루는 아들을 한 명 데리고 온 사람이 있었습니다. 많은 향과 초를 갖고 와 법당을 관리하는 스님께 자신이 갖고온 향불을 켜도록 부탁했습니다. 스님은 그 사람의 요구대로 향과 촛불을 켰습니다. 그러나 이내 많은 사람들이 몰려오는 시간이되자 오는 사람마다 향불을 켜달라고 했습니다. 스님은 방금 전에 켰던 불을 끄고 다음 사람의 향불을 켜줄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들을 데리고 온 사람은 자신의 촛불이 꺼지는 것을 보고 몹시 기분이 상했습니다. 자신의 정성을 소홀하게 여기고 있다는 느낌을 받은 그는 촛불을 끈 스님에게 항의를 했습니다. “아무리 붐벼도 그렇지. 일 분도 타지 않았는데 불을 끄는 법이 어디 있습니까? 너무하지 않습니까?” 스님은 그의 항의를 이해한다는 표정으로 말했습니다. “부처님께서는 촛불을 오래 켜 있든 그렇지 않든간에 이미 공양을 올린 그 마음을 헤아리셨습니다. 불평하지 마시고 돌아 가십시오.” 그러나 그는 쉽게 스님의 말을 믿지 않고 무시를 당했다는 생각만 들어 다시 스님에게 말했습니다. “켜든 켜지 않든 다 똑같다면 내가 가지고 온 향과 초를 모두 도로 다 주시오.” 스님은 그가 쉽게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에 그가 갖고 온 많은 양의 향과 초를 모두 돌려 주었습니다. 그는 그것을 방금 절 앞 가게에서 산 것이었습니다. 그는 그 가게로 가서 향과 초를 돌려주고 돈으로 다시 받았습니다. 그리고 아들과 함께 집으로 향했습니다. 그런데 집으로 가는 도중에 멀쩡하던 아들이 갑자기 죽는 변고가 생겼습니다. 아버지는 기가 막혔습니다. 사랑하는 아들이 졸지에 죽어 버리다니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다시 돌이킬 수 없는 일이라 관을 하나 사서 아들을 매장하고 떨어지지 않는 발길을 돌려 혼자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그는 아들을 잃은 슬픔에 고통스러웠습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가. 그는 집으로 돌아와 기절할 뻔 했습니다. 분명히 귀가하는 길에 비명에 죽어 묻고 온 아들이 멀쩡히 살아 아버지를 반기는 것이었습니다. 그는 아들의 혼령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너는 사람이나, 귀신이냐?” “무슨 말씀이세요. 아버지, 저는 분명히 사람입니다.” “너는 우리 집으로 오는 도중에 죽었다. 내가 분명히 네 시신을 땅에 묻고 왔는데... 이것이 어찌된 일이냐?” “아버지, 저는 절 밖으로 나오자 마자 아버지를 잃어버렸어요. 아버지를 잃어 버리고 얼마나 울면서 찾아 헤맸는지 몰라요. 아버지를 찾지 못해 애를 태우다가 어떤 고마우신 노인을 만나게 돼 이렇게 집까지 올 수 있게 된 것이에요. 저는 집에 온지 며칠 됐어요.” 아버지와 아들은 서로가 꿈을 꾸고 있는 듯 했습니다. 그러나 분명하게도 꿈이 아니었습니다. 서로가 얼싸안아보니 분명 살아있는 사람들이었습니다. 하지만 아버지는 혼란스러웠습니다. 그는 아들을 묻었던 곳을 다시 찾아가 무덤을 파 보았습니다. 관뚜껑을 열어 보니 그안에는 아이의 시신은 없고, 다만 향초위에 다음과 같은 글씨가 씌여 있었습니다. ‘내의불성(來意不誠)하니 퇴회원처(退回原處)한다’ 즉 치성을 드리러 온 사람이 처음의 뜻을 버렸으니 본 집으로 돌려보낸다는 말입니다. 그는 그때서야 이 모든 것이 부처님의 조화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는 비로소 절에서 한 행동이 얼마나 어리석고 부끄러운 일이었는가를 뉘우치게 되었습니다. 이 사실이 전해지자 그 후부터는 절에서 서로 향과 촛불을 켜느라고 경쟁심을 부리는 일이 없어졌다고 합니다.                             (계속)
즐겨찾기+ 최종편집: 2025-05-02 04:54:27 회원가입 전체기사보기 원격
트위터페이스북밴드카카오톡네이버블로그URL복사
동정
이 사람
데스크 칼럼
가장 많이 본 뉴스
상호: 경북동부신문 / 주소: 경상북도 영천시 최무선로 280 /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경북, 다-01264 / 등록일 : 2003-06-10
발행인: 김형산 / 편집인: 양보운 / 청소년보호책임자 : 양보운 / 편집국장: 최병식 / 논설주간 조충래
mail: d3388100@hanmail.net / Tel: 054-338-8100 / Fax : 054-338-8130
본지는 신문 윤리강령 및 그 실요강을 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