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적인 소값 폭락에 지역 축산농가의 시름도 깊어만 가고 있다.
이같은 소값 하락에 지난달 13일 경북 예천군과 충북 음성군의 한우 농가에서는 농민 각각 1명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고가 발생하는 등 사회적인 문제가 되고 있다.
한우 산지 가격은 지난해 가을인 11월 이후 내림세가 지속되고 있다. 축산업계에 따르면 이번달 6∼7개월령 송아지의 경우 암송아지는 마리당 270만원 선이던 것이 현재 188만5천원으로 지난해 대비 35.8% 하락하는 등 큰 폭의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
한우 사육두수는 전국적으로 300만 마리가 적정 수준임에도 지난해 350만 마리에서 올해 358만 마리로 파악되며, 지속해서 증가하는 추세다. 영천시도 2021년 4만 마리 정도이던 것이 지난해 4만2천 마리, 올해들어 4만3천 마리까지 증가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같은 소값 급락의 원인으로 전문가들은 몇가지 요소를 원인으로 들고 있다. 먼저 농가의 사육두수 급증으로 인한 공급 과잉이 가장 큰 요소다. 여기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으로 국제 곡물가격 상승 등으로 인한 사료값의 폭등과 한우 도매가격 하락이 맞물리면서 도축물량이 급증했고, 고물가, 고금리 등으로 소비심리가 크게 위축된 것이 한몫을 하고 있다. 또 코로나 팬데믹이 풀리면서 억눌렸던 내국인들의 이어지는 외국여행 행렬로 소비가 위축되면서 가격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다.
아울러 축산 농민들이 사료값 인상으로 사육에 부담을 느끼면서 출하 대기물량이 늘어나면서 가격하락을 부채질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축산농가에서 쓰는 배합 사료 가격은 2021년에는 1kg당 463원, 2022년에는 1kg당 557원으로 크게 인상되고 한우 사료로 쓰이는 옥수수, 대두박, 볏짚 등의 가격도 오르면서 축산농가의 생산비 부담이 커진 상태다.
화산면의 한 축산 농가는 “소값 하락으로 사료비가 매우 부담스럽다. 소 값이라도 좋아야 마리당 수익이 보장되는데 가격이 너무 낮게 형성돼 있다”며 대책마련을 호소했다.
이같은 상황은 낙농농가에서 앞서 고충을 호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의 낙농가에 따르면 약 6개월 전부터 어려움이 닥쳤다고 말한다. 낙농가의 말을 빌면 고품질의 우유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젖소 사료인 건초를 고급 상품으로 공급해야 하는데다 한우의 경우처럼 사료를 줄일 수도 없는 형편이라 상황이 심각하다. 이에 따라 영천시는 최근 소값 하락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가들을 위해 지난 4일 영천별빛한우브랜드위원회를 열어 한우가격 안정에 대한 대책회의를 열고 함께 힘을 모으기로 결의했다.
이 자리에서 참석자들은 송아지 입식을 자제하고 저능력 암소의 도태등 농가 자율적 수급조절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결의대회 등을 통해 홍보를 강화하기로 했다. 먼저 저능력 미경산우 비육지원사업으로 300두에 해당하는 1억5천만원을 확보해 7~15개월령 암송아지를 27개월이상 도축시 50만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또한 사료가격 폭등에 대비한 한우농가 경영개선 지원사업으로 9억4천만원, 사양관리 개선 기자재 지원에 4억5천만원, 조사료생산 장려금 지원사업에 헥타르당 10만원씩을 지원할 방침이다.
영천시 관계자는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사이 전쟁으로 인한 국제 곡물가 상승 등으로 인해 한우 가격 하락과 축산농가의 어려움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며 “한우 농가의 경영안정을 위해 고향사랑기부제 활용과 축산물 소비 촉진 행사를 통해 한우 가격안정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더불어 이런 소값 하락은 향후 2년정도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또 산지가격 폭락 상황에도 불구하고 소비자가격이 여전히 높은 것은 무엇보다 복잡한 유통구조의 문제를 꼽았다. 또 축산품의 특성상 필요한 도축비·인건비·물류비가 모두 오른 영향이 크다. 소 한마리 도축시 지육은 60~65% 수준이고, 인기부위인 등심은 실제 판매할 수 있는 부분이 전체의 4.4%에 불과하다. 산지 소값 하락 폭이 소비자가로 그대로 이어지기는 힘든 구조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