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남의진유사(山南義陣遺史) 76p의 기록이다.『비도(匪徒)들이 또 궐기하여 황해도 구월산에 웅거하고 그 지방을 소란케 하니 민심이 이산(離散)되어 유언비어가 나날이 격심하게 되었다. 조정에서 이것을 토평코자 하여 의견을 채택할 제, 혹은 국군을 파견하자 하고 혹은 일본군에 의뢰하자 하여 양단간에 의견이 결론을 못 내리니 시일이 지연되고 치안질서가 더욱 문란하게 되었다.  이를 일본군에 의뢰하면 우리 국가권력은 더욱 미약하게 될 것을 생각한 선생은 죽음을 각오하고 불가하다는 상소를 올렸다.‘신(臣)이 들으니 비도토벌에 대하여 일본군에 의뢰한다는 의견들이 있으니 이것은 참으로 만만부당한 일입니다.  이전에 삼남(三南)에서 소장지환(蕭墻之患)1)이 일어났을 때 외국 군사를 불러들여서 우리 백성들을 죽였을 뿐만 아니라, 나라 형세 된 것이 가위 손을 내밀고 포승을 받은 처지였습니다. 이제 비도 토벌에 대하여 비유하면 집에 불효한 자식이 있어 아비의 명령을 어기면 여러 아들이 형제의 사정에 끌려서 그 불효한 형제의 죄를 바루지 못할 것은 아닙니다.  지금 저 비도들이 모두 우리 임금의 아들로서 감히 국법을 문란케 하고 나라의 군대를 희롱하여 드디어 임금의 마음을 불안케 하고 백성을 소요케 하니 그 죄는 감히 용서할 수 없습니다. 엎드려 바라건대 장수 한 사람을 특임하시어 군대로서 토벌하여 저들의 괴수를 처형하고 그 도당은 해산시키고, 그 연후에 다시 신하 한 사람을 보내서 조서를 받들고 선유(宣諭)하여 국법을 바루고 백성을 위로하십시오. 그렇게 하시면 신도 종군(從軍)을 자원하여 작은 충성이라도 바치어 만 번 죽더라도 후회하지 않겠습니다. 엎드려 비옵나니 사람이 미천하고 언행이 천박하다 하여 버리지 마시옵소서. 삼가 죽기를 무릅쓰고 올립니다.’선생은 「선유사겸토포사(宣諭使兼討捕使)」로 임명되어 출정하게 되었다.』 그 해가 일본군이 군화발로 경복궁에 난입하여 황제를 협박한 갑오왜란이 일어난 1994년이었다. 1월 고부 봉기를 시작으로 동학농민전쟁이 일어나 청․일 두 나라의 군대를 끌어들임으로써 우리 백성의 목숨은 물론이고 온 국토를 청일전쟁터로 내어준 것은 바로 위정자들이었다.  지금 온 나라 국민이 경제위기에 허덕이는데 언론에 공개되는 정계(政界)의 모습은 실로 참담하다. 거대 양당의 모습에서 조선을 망국(亡國)으로 이끈 당파싸움의 그늘을 지울 수 없기에 더욱 그러하다. 산남의진 이전에 쓰러져가는 국운을 슬퍼하는 서정시인(抒情詩人)이면서 나라와 백성을 걱정하는 관리로서의 정환직 선생이 그리운 이유이기도 하다.    동엄 정환직 선생 詩 56. 望野(망야) 들을 바라보며 緩步出林解惜春(완보출림해석춘)  訪花隨柳踏靑2)塵(방화수류답청진)  採歌漠漠提筐女(채가막막제광녀)  野色迷迷擊壤人3)(야색미미격양인)  芳草客歸靑短4)(방초객귀청단극)  明沙鷺立白全身(명사노립백전신)  詩朋醉着醒來晩(시붕취착성래만)  一抹5)靑烟隔水濱(일말청연격수빈)  느릿느릿 숲을 걷자니 지나는 봄이 아까워 꽃 찾아 버들 따라 오래도록 답청을 한다네 광주리 낀 여인 약초 캐며 노래하는 소리 아련하고 격양 놀이하는 사람들 들빛 너머 아득하네 향기로운 풀 사이 돌아오는 나그네 나막신이 푸르게 물들고 맑은 모래사장에 우뚝 선 해오라비 온몸은 하얗구나 시 짓는 친구 술 취해 깨서 돌아가는 길 늦어지고 한 줄기 푸른 연기 개울 건너 물가에서 오르네 <산남의진유사(山南義陣遺史)25p>    ☞ 각주  1. 소장지환(蕭墻之患) : 내부에서 일어난 변란으로 인한 우환. 동학농민전쟁을 말한다. 2. 답청(踏靑) : 삼월 삼짇날에 들판에 나가서 파랗게 난 풀을 밟는 일을 말함. 3. 격양인(擊壤人) : 요(堯) 임금 때에 한 노인이 배불리 먹고 배를 두드리며 흙덩이를 치면서 노래하기를 “해가 뜨면 나가서 농사짓고 해가 지면 들어와 쉬네. 샘을 파서 마시고 밭을 갈아 먹으니 임금의 힘이 나와 무슨 상관인가.[日出而作 日入而息 鑿井而飮 耕田而食 帝力何有於我哉]”라고 한 〈격양가(擊壤歌)〉에서 유래한 말이다. 《列子 仲尼》. 태평(太平)한 생활을 즐거워하는 모습. 4. 단극(短) : 짧은 나막신. 5. 원문은 말먹이 말()인데, 뜻을 유추하여 가루 말(抹)자로 보았습니다. 일말(一抹)은 “없지 않을 정도로 약간 있음”을 의미하는 뜻입니다. 희미하게 한 줄기 푸른 연기가 강 건너 오르는 모습을 연상하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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