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자치단체에서 임대사업용 농기계 중 내구연한이 지나 불용 결정이 된 농기계를 지역 농업인을 대상으로 우선 매각하고 있는 추세인 가운데 영천시가 최근 공유재산 물품관리법을 이유로 공매입찰에 나서자 지역농민들이 법 개정을 요구하며 반발하고 있다.
영천시는 물가 및 농업기계 가격의 상승으로 인한 농업인의 경제적 부담을 덜기 위해 불용물품인 노후 농기계를 입찰을 통해 매각하고 있다. 시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 1월 말부터 농기계 임대사업용으로 활용하던 노후 농기계(퇴비살포기, 관리기, 콩탈곡기 등)를 공매를 통해 이달 15일까지 전자자산처분(온비드) 시스템을 이용해 매각한다고 공고했다. 영천시는 당초 지난해처럼 일괄매각 처분방식으로 하면 관련 전문업자들이 주로 응찰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올해 영천시민을 대상으로 지역제한 입찰 방식으로 바꿨다.
또 이를 알리기 위해 현수막과 각 읍면동 이통장회의를 통해 홍보까지 했다.
하지만 이를 본 한 외지 민원인이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의 관련 조항에 어긋난다며 경상북도와 행정안전부에 민원을 제기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영천시 농기계임대사업소 관계자에 따르면 입찰공고를 준비하던 시기에 관련 사실을 안 업자로 추정되는 사람이 “왜 영천시민으로 제한을 두느냐”며 항의성 전화를 했고, 이어 경상북도와 행정안전부 관련부서에 민원을 제기했다는 것.
민원을 접수한 행안부 담당자는 영천시에 유선상으로 ‘영천시민으로 제한하는 것이 관련법에 어긋난다며 제한규정을 풀 것’을 요구했고, 영천시는 곧바로 행안부의 지침에 따라 일단 제한규정을 풀었다.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 제 76조 제2항을 보면 “물품을 매각할 때는 일반입찰에 부쳐야 한다. 다만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우에는 경매나 수의계약으로 매각할 수 있다”고 돼있다.
또 같은 법 제78조 3항에는 “2회 이상 일반입찰로 매각되지 않은 불용품은 법 제76조 제2항 단서에 따라 경매나 수의계약으로 매각할 수 있다”면서 처분 단가가 500만원 이하이며 처분 총액이 1천만원 이하인 불용농기계를 주민등록상 해당 지자체에 거주하는 농업인에게 매각하는 경우를 들고 있다.
영천시 농기계임대사업소는 전화를 받고 곧바로 행안부에 ‘불용농기계 매각방법에 관한 질의서’를 보냈지만 경상북도를 통한 단계를 밟을 것만 요구받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단서조항이 있다는 것은 법을 유연하게 해석하는 것으로 지역 농민들에게 좀더 많은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지역제한을 두었는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농기계임대사업소는 공매 진행을 통해 지역농가에 경영부담이 조금이라도 덜어지길 바라고 있다”며 “지역민에게 경매 품목이 한정적이지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경매를 활성화 하고 우리 농민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고민하고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지역의 한 농민은 “영천시가 가지고 있는 노후 농기계는 영천시의 농민에게 우선 매각하는게 제일 좋은 방법일텐데 일반 입찰방식은 문제가 있어 지역사람으로서 아쉽다”며 “지금 가격이 500만원 이상이면 노후 농기계를 영천시민에게 한해 경매할 수 없다는데, 현장의 농민들이 꼭 필요로 하고 가지고 싶은 기계를 구매하고 싶을 때 부담적게 구입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이 이루어졌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이어 “온비드에 올리는 방법은 고령의 농민들에게는 그림의 떡이나 마찬가지”라며 “지역 농민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주려면 특혜시비가 어느 정도 있어도 상품을 눈으로 보고 수의계약 하는게 가장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노후 농기계는 현재 호당리 농기계임대사업소에 5종 90대가 전시되어 있고 오는 16일 개찰한다.
한편 영천시는 이번 공매가 마감된 후 낙찰자를 파악해 지역 거주자와 타지역 거주자 비율을 산출하고, 개별 매각의 실효성도 함께 검토해 경북도와 행안부에 제도 개선을 건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