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고 보니 그도 두 아들 아빠, 나도 두 아들 아빠이다. 그래서 두 아이들 키울 때 교육(학원) 문제를 놓고 아내와 만만찮은 신경전을 벌인 경험담을 요모조모 들려주었다. 어제 [글밥] 손님이자 같은 아파트 이웃이기도 한 김종수 신협중앙회 감독본부 예금자보호팀장과 회포를 풀었다.  나는 신협 원고자문위원으로, 그는 홍보팀장으로 인연을 맺었는데 이웃 주민으로 소주를 한잔한 건 어제가 처음이었다. 그는 [글밥]을 항시 정독한다고 했다. 근래에 쓴 사교육 이야기는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 않았던 모양이다.  인생 선배의 조언 귀담아 잘 들었다. 아이들 교육을 위해 아비로서 따로 준비할 몇 가지가 떠올랐다. 과거지사를 주고받던 중 자기소개서 비법, 10년 전 언론사 상식시험의 ‘상식’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이 대목에서 글 잘 쓰는 노하우를 공유했다. 그는 “비법 공개”라며 대학생 3학년, 2학년 두 아들에게 잘 전하겠다고 했다. 나는 언론사 시험 1차 관문(한겨레, 영남일보, TV조선, 동아일보)에서 단 한 번도 떨어져 본 일이 없다.  남다른 자기소개서 요령은 바로 ‘편지체’였다. 나는 자기소개서에 내 잘났다는 이야기를 써 본 일이 없다.  내 학력(대구가톨릭대 졸)이나 기타 스펙(텝스 730, 중앙일보 인턴기자 2개월)이 변변찮았기 때문이다.  대신 나는 상대를 비정한 편지를 썼다. ‘편지’는 사실 무난한 형식이다. 그러나 지원자 1000명 중 가장 무난하고 쉽게 읽히는 편지형식을 자기소개서에 가져대는 이는 손에 꼽을 정도일 것이다. 언론사의 경우 심사자는 기자일 확률이 높다. 기자는 감각적으로 ‘차이’와 ‘다름’에 눈길을 준다.(회사의 인사담당자도 마찬가지일 것. 인간의 인식체계는 비범한 것을 쫓는다.) 세상에 잘난 놈과 잘났다고 주장하는 놈은 부지기수다. 그러나 면접자나 심사자 입장에서 볼 때, 그건 저잣거리 거렁뱅이마냥 구걸하는 방식에 지나지 않는다. 한마디로 매력 없다.  대학생 3학년 때 경험 삼아 본 한겨레 응시 때 자기소개서는 기억이 남지 않는데, 영남일보에 지원할 때는 ‘아버지의 신문’과 ‘어머니의 신문’을 야누스의 두 얼굴에 비교해 극명하게 써냈다. 아버지의 신문은 권위와 지식인의 상징이지만, 하루 지나 어머니에게 넘어간 신문은 배추나 감싸고 고추나 말리는 깔개 용에 지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풀어낸 것이다. 영남일보를 퇴사하고 아버지의 권유로 동아일보와 TV조선에 응시한 적이 있는데, 가을 무렵 하늘에 뜬 달을 보고 ‘달에게 편지’를 써서 1차 관문을 너끈히 넘어섰다.  동아일보에 면접을 보러 갔더니, 하종대 사회부장과 부국장이란 분이 면접자로 나왔는데, 점잖게 생긴 부국장이 “문체가 아주 특별나다. 글을 어쩜 이렇게 잘 쓰시냐. 한편 고전을 읽은 것 같다”고 했다.  나는 이 최종면접에서 낙방했다. 별 준비를 안 한 데다 동아일보는커녕 신문을 안 본 지 수년이 흘러 면접자가 낸 시사 질문 그 어떤 것도 답을 하지 못했다. 당시 신문에 대한 내 피로도는 상당했다. 거들떠보기도 싫었던 것이 신문이었다. 아무튼 그 당시 자기소개서 제목은 넉 자 한자였는데 ‘추야일사(秋夜一思)’ 같은 식이었다. 그걸 동아일보에도 넣고, TV조선에도 넣었는데 무난히 관문을 통과했다. 글은 쓰는 사람 말고, 읽는 사람을 상정해야 한다. 글은 근본적으로 자기만의 색깔 있는 글을 써야 한다. 그 색깔이 감각적이면 좋은 글이라고 인정된다. 글에는 기본적으로 다른 생각, 다른 관점이 담겨 있어야 한다. 특히 그 글이 심사의 대상이 된다면 더더군다나 그렇다. 평이한 글은 바쁜 면접자의 눈에 들어올 리 만무하다.  다른 생각, 다른 관점을 뒷받침하는 게 디테일이다. 글은 섬세하고, 깊게 써야 옳다. 그래야 독자의 중추를 자극하고 감동을 줄 수 있다. 디테일 앞에 ‘악마적’이 곧잘 수식하는 것은 그만큼 유혹이 강하다는 뜻이다. 디테일은 유혹이다. -다음 호에 계속 /심보통 2023.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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