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호에 이어)
“음, 그렇게 하자. 내 잠시 보구를 업신 여기는 마음이 있었는데 그 마음이 미안하구나.”
이렇게 말한 후 좌장은 집으로 돌아와 집안 식구들 뿐만 아니라 동네 사람들 모두가 절짓는 일을 도와주도록 일렀습니다.
“평소 절하나 짓는게 소원이라고 말하더니 잘됐군.”
마을 사람들은 너나할 것 없이 착한 보구를 도와 주러 갔습니다. 그런데 좌장집 머슴 중 가장 기운이 센 큰 머슴만 빠져있었습니다. 평소 심술궂어 주인에게 꾸지람을 많이 들으나 기운이 센 덕에 내쫓기는 신세를 면한 그는 아침이면 늦잠을 자는 게으름뱅이었습니다. 그날도 주인어른에게 빨리 절짓는데 부역갈 것을 채근받자 배가 아프다고 핑계를 대고 있었습니다.
“흥, 같은 머슴으로부터 누구는 절 짓고 누구는 부역 가다니...”
큰 머슴은 샘이 나서 더욱 늑장을 부리면서도 좌장의 눈이 무서워 할 수 없이 지게를 지고는 어슬렁어슬렁 불사현장으로 갔습니다.
사람들은 모두 열심히 일하느라 큰머슴이 오는 줄도 몰랐습니다. 아무도 쳐다보지 않자 큰 머슴은 지게에 짐을 지고 몇걸음 옮기다 말고는 심술이 나서 칡덩쿨 속에 짐을 쳐박고는 벌렁 누워 하늘에 떠가는 구름을 보며 신세한탄을 했습니다.
마침 마을 사람들을 대접하려고 주막에 가서 술 한 통을 사서 지고 오던 보구가 먼발치서 이 광경을 보았습니다.
시치미를 떼고 큰머슴이 누운 숲가에 와서 노래를 불렀습니다.
“오늘 이 부역 해주는 사람 소원성취한다니 소원을 말해보소.
장가 못든 사람은 장가를 들고
시집 못한 사람은 시집을 가고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고대광실 높은 집 네 귀퉁이 풍경달고
아들을 낳으면 귀동자를 낳고
딸을 낳거들랑 옥동자를 낳으시라.
까마귀야 까마귀야 헤에이 헤에이
나무아미타불관세음보살”
이 노래소리를 듣고 큰머슴은 귀가 번쩍 뜨였습니다.
“뭐 장가도 들고 고대광실 높은 집에서 아들 딸 낳고 잘 산다고?”
큰 머슴은 벌떡 일어나 지게를 지고는 보구를 따라 일터로 가며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가자 가자 부역자
보구대사 절을 짓네
헤에이 부역자
절을 지으러 가자
까마귀야 까마귀야
갈까마귀야 너도 가자
보구대사 절을 짓네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큰 머슴은 보구에게 “대사님! 대사님!” 하며 신명이 나서 인사했습니다. 사람들은 큰 머슴을 보고는 “이제 철이 났군” 하며 까르르 웃었습니다.
보구 혼자 지으면 몇 달이 걸릴지 모를 절이 순식간에 완공됐습니다.
회향날, 좌장을 비롯 동리사람들은 모두 마음 속으로 한가지 씩 부처님께 소원을 빌었습니다. 그랬더니 그 소원이 모두 다 이루어졌습니다. 물론 착한 사람이 된 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