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 傷貧(상빈) 가난을 마음 아파하다
世間貧富總不均(세간빈부총불균) 세상에 가난과 부유함이 모두 고르지 않은지를
欲向天衢1)問天神(욕향천구문천신) 저 공중 쳐다보며 천신에게 묻고 싶다.
富者本無三世富(부자본무삼세부) 부자는 본래 삼 대 부유함이 없고
貧人不必百年貧(빈인불필백년빈) 가난뱅이도 꼭 백 년이나 가난한 것은 아니라네.
勢盡賢妻還似遠2)(세진현처환사원) 권세가 다하면 어진 아내도 도리어 멀어지는 것 같고
金多踈客反爲親(금다소객반위친) 돈 많고 방탕한 나그네와 되려 친해지게 된다네.
暗把時人3)頻點檢(암파시인빈점검) 암암리에 요즘 사람들을 자주 살펴보니
愛人人是保家人(애인인시보가인) 사람들을 사랑하는 사람이 집안사람도 편안케 하더라.
58. 科後次杏農館4)諸益韻(과후차행농관제익운)
과거시험 후 행농관에서 여러 벗들의 시에 차운하다.
巖亭閒臥萬念多(암정한와만념다) 바위 가 정자에 한가로이 누워 온갖 생각 많은데
十載經營一高歌(십재경영일고가) 십 년을 경영하여 한번 크게 노래했다네.
落落歸雲凝水岸(낙락귀운응수안) 드문드문 떠가는 구름은 물가 언덕에 머물고
依依5)老樹蔭山家(의의노수음산가) 휘휘 늘어진 오래 묵은 나무는 산속 집에 그늘 지우네.
尋春古院烟初歇(심춘고원연초헐) 옛 절에 봄을 찾아가니 안개는 막 걷히고
喚酒西隣6)日已斜(환주서린일이사) 서쪽 이웃 제사에 술을 부르나 날이 이미 기울었네.
此去商山7)知不遠(차거상산지불원) 여기서 상산 가기가 멀지 않음을 알겠으니
今宵應發榜頭花8)(금소응발방두화) 오늘 밤에는 방두화가 피었으리라.
<산남의진유사(山南義陣遺史)26p> 동엄 정환직 선생 詩
☞ 각주 1. 천구(天衢): 걸릴 것 없는 공중이라는 뜻. “저 하늘 거리이니 형통하리로다.[何天之衢亨]” 《주역(周易) 대축 상구효(大畜 上九爻)》. 2.환사원(還似遠): 도리어 멀어지는 것과 같다. 3.시인(時人): 그 당시의 사람들 4.알 수 없음. 호로 쓰는 분이 있으나 연대가 맞지 않다. 杏農遺稿(행농유고. 1926년 刊)가 있으나 연관성을 찾지 못하겠다. 혹 농사를 권장하던 동네 벼슬이나 집을 말하는 것은 아닌지? 동봉은 삼국(三國) 시대 오(吳)나라 사람으로 일찍이 여산(廬山)에 은거하면서 의술(醫術)에 정통하여 수많은 사람들의 질병을 치료해 주었는데, 그는 질병을 치료해 주고도 돈을 받지 않고 다만 그들로 하여금 자신의 정원에 살구나무를 심게 하여 살구나무가 무려 10만 그루에 달했던바, 그는 또 그 행림(杏林) 속에 조그마한 창고 하나를 지어 놓고, 그 살구를 사고자 하는 사람이 있으면 곡식 한 그릇을 그 창고에 갖다 두고 대신 살구 한 그릇을 가져가도록 하여 그것으로 생활했다고 한다. 《神仙傳 董奉》 5.의의(依依): 나뭇가지가 휘휘 늘어진 모양, 드리워진 모양. 6.서린(西隣): 서쪽의 인근 마을이라는 뜻으로, “동쪽 인근 마을에서 거창하게 소 잡는 것보다는 서쪽 인근 마을에서 조촐하게 제사를 지내고 복을 나눠 받는 것이 훨씬 낫다[東隣殺牛 不如西隣之祭 實受其福]”라는 뜻을 취한 것이다. 《주역(周易) 기제괘(旣濟卦) 구오효(九五爻)》 7.상산(商山): 섬서성(陝西省) 상현(商縣) 동쪽에 있는 산이다. 상산사호(商山四皓)가 이곳에 은거하였다. 진 시황(秦始皇) 때 난리를 피해 섬서성(陝西省) 상산(商山)에 은거한 네 사람으로, 동원공(東園公), 기리계(綺里季), 하황공(夏黃公), 녹리 선생(里先生)을 가리킨다. 모두 수염과 눈썹이 흰 노인이었기 때문에 사호라고 불렀는데, 상산사호(商山四皓)라고도 한다. 《史記 留侯世家》 8.방두화(榜頭花): 과거에서 장원 급제한 사람의 머리에 꽂은 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