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선거철이 아닌데도, 주요 교차로나 거리에 정치 현수막이 부쩍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내년 국회의원 선거를 1년쯤 앞두고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양대 정당이 현수막 정치를 벌이고 있다. 이런 현수막은 전에도 있었지만 거의 불법 취급을 받으면서 게시된지 2~3일만에 철거가 됐다. 그러나 자신들을 위한 셀프 법을 만들어 지난해 말 옥외광고물법 및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합법적으로 게시할 수 있다. 현수막은 게시 주체만 명확하다면 개수 제한 없이 15일 동안 게시할 수 있게 됐다.
국회 안에서 싸우는 것도 모자란 정당들이 현수막으로 재미를 좀 봤는지 전국적으로 정치 현수막 난립 문제가 이어지는 모양이다. 현수막은 주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는 용도로 활용돼야 하는데 지역 이슈는 없다. 또 갈수록 임팩트 있는 문구가 필요했을까. 자극적인 문구로 상대방을 비방하며 소모적 정쟁뿐이다. 현수막을 게시하는 본래 취지에 맞게 지역 현안이나 지역민이 소통해야 할 내용은 없다. 예를들면 영천 안에서 핫이슈인 대구 군부대 이전 문제라든가, 인구감소에 해당 정당들이 어떻게 역할을 하겠다거나, 어려움이 여전한 농축산인이나 소상공인을 위한 문제를 푸는 정책적인 대안을 좀 제시하면 좋으련만. 지금까지 정치 이슈들이 생길때마다 현수막이 내걸린 것으로 보이는데 내년 4월 총선에 대비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나라나 지역이나 온통 패가 나뉘어 상대방을 무작정 공격하며 여론이 쪼개지는 형국이다. 주민들은 편갈라진 중앙정치를 보는 것도 지겨운데 지역 정치의 갈등을 지켜보는게 신물이 날것 같다고 하소연이다.
이제 중앙 정치의 축소판 같다는 지역에 무슨 일이 있는지 한번 보자. 압도적 지지를 받는 정당의 시의원들은 다수를 앞세워 매운맛을 벼르고, 기반 약한 무소속의 단체장은 민생 챙기기라며 줄다리기가 팽팽하다. 이런 지루한 견제와 갈등의 줄기를 따라 가보면 작년 연말쯤부터다. 첫 신호탄을 쏘아올린 일이 시민체육대회 예산 삭감이다. 그날 이후 의회가 열릴 때마다 사업 예산안이나 조례 제.개정에서 사사건건 갈등을 보이더니, 현재 첨예한 대립각을 세우는 것이 문화예술회관 건립 난제다. 한쪽에서는 3고 시대에 막대한 예산으론 시기상조라며 대안을 제시한다는 논리다. 다른 한쪽은 시민이 원한다며 강행 의지다. 이런 정면충돌이 없다. 그런 와중에 정체불명의 현수막이 내걸려 한쪽을 자극하고 있다. 대화와 소통은 아예 없다. 골만 깊어지고 고집불통들 소모적인 대결로 치닿으며 주민은 눈에 없고 정략만 있다. 이 꼴을 지켜보는 주민들 분노 게이지만 올라간다.
강대강의 대치는 왜 벌어지고 있는가. 누구에게 더 책임이 있을까. 양측에게 묻는다. 당연히 상대를 탓하며 상대방에게 책임이 더 많다고 주장한다. 상대의 입장은 생각없이 그냥 뭉개며 반대부터 하고 본다. 내 말 들어라, 안그러면 죽는다는 식이다. 일종의 군기잡기나 길들이기 양상이다. 지켜보는 시민들 참 답답하고 안타깝다. 지역의 미래를 함께 고민하며 지혜를 모아야 하는 판국에 정쟁을 일삼는다. 원팀이 되어 똘똘 뭉쳐도 다른 지자체와 경쟁해 한발짝 나갈까말까 하는 판국에 반대를 위한 반대, 서로 어깃장이나 놓고 발목만 잡아대고 있다. 서로가 진짜 마음으로 민생을 챙기고 시민을 생각한다면 오기나 사적 감정은 모두 내려놓아야 한다.
이런 소모적 힘겨루기때 선출 정치인에게만 개인 생활이나 지역의 운명을 맡기지 않고 적극적인 참여로 주민이 스스로 결정하자는 것이 지방자치다. 그런데 지역의 현실을 보면 먹고 살기 바쁘다는 핑계로 적극적인 정치 참여는 없고 역량부족만 여실히 드러내며 지리멸렬이다.
이 답답하고 뾰족한 대치는 언제까지 이어질까. 사실상 출구도 없다. 걱정이 켜켜이 쌓여 이젠 두렵다. 협치없는 지역의 정치현실 앞에 어려움에 놓인 주민들 피해가 최소화 되기만 바랄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