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천시문화예술회관’ 건립을 대표로 영천시와 의회의 힘겨루기가 거칠다. 문화예술회관 문제만 놓고보면 영천시가 지난해 8월 ‘건립 타당성 및 기본계획 수립 용역’에 착수해 필요성을 설명할 때만해도 좋았다. 이런 과정에 의회가 제동을 건 것은 왜일까. 권기한 의원이 지난 2월 영천시의회 임시회 시정질문을 통해 한 것처럼 “적자 운영이 뻔해 시기상조”라고 했다. 여기에다 의회 차원의 ‘1천200억원 시비 투입 문화예술회관 건립 타당한가’란 제목의 보도자료를 통해 사업 추진에 대해 사실상 반대한다는 입장도 표시했다.
하지만 영천시는 경북도내 10개 시 가운데 우리시만 문예회관이 없는 도시가 될거라며 시민들의 문화생활 만족도 향상과 수익사업이 아닌 공익사업 측면에서 꼭 필요한 사업이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그러자 곧바로 시내 곳곳에 ‘우리는 문화예술회관을 원한다’는 내용의 출처 불명의 현수막 수십장이 도배를 했다.
권 의원은 3월말 열린 제229회 임시회에서 또다시 영천시 재정에 부담이 없는 경상북도 교육청 직속 기관인 ‘문화교육복지센터’(가칭) 건립을 우선 검토할 것을 권유했다.
그런데도 영천시는 제2차 부지선정위원회마저 개최를 강행해 부지선정도 끝냈다. 이번에는 ‘영천에도 문화예술회관이 생긴다’는 환영의 현수막이 문화예술단체 이름으로 시내 곳곳에 걸렸다. 가만히 보면 대화와 소통은 없고, 서로가 서로를 자극하는 일들에만 몰두한다.
우리는 늘 두 기관이 대화와 타협을 통해 원만한 정책 공조를 하기 원한다. 그러나 막무가내식 마이웨이만 고집하는 모습을 보면서 불안함에 혀를 찬다. 의회에도 찬성 입장을 보이는 의원들이 있긴 하다. 무소속을 포함해 국민의힘 소속 몇 의원은 “공익을 위한 사업에 경제적 논리만 부각하면 시민들은 평생 고품격 공연을 접할 수 없다”며 “미래세대를 위해서라도 제대로 된 문화예술회관을 건립해야 한다”고 시의 뜻에 동조한다.
문화예술회관 문제는 이런 것을 믿고 일방적으로 추진하려는 영천시가 자초한 측면이 크다. 우선 1천200억원이라는 엄청난 재정이 투입되는 사업을 두고 충분한 논의와 조율없이 할려는 경향이 짙다. 또 일부 반대 수위가 높은 의원도 설득해야 하지만 ‘아니면 말고’식의 대처가 무책임하다.
지금 우리 모습은 서로의 독선과 아집으로 갈갈이 찢어진 모습이다. 협치없는 영천 정치권의 민낯인데 참 부끄럽다. 더한 걱정은 이런 불통과 대립이 주도권 잡기로 비치고, 지난 임시회에서 봤듯이 나머지 다른 법안 처리와 사업 추진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는데 있다. 이런 교착상태가 극단으로 치닫고, 서로 아무런 대화나 협상이 없는 상황이 되풀이된다면 시정은 마비되고 말 것이다. 이 감정싸움이 깊어지면 고래싸움에 새우 등 터지듯 결국 피해를 입는 쪽은 시민들이다. 양측의 정책 공조가 절실하다. 우리는 우선 모든 것을 내려놓고 진지한 대화의 장을 열기를 바란다. 상대의 의견에도 귀를 기울여 공통분모를 만들고 합의점을 도출해 막힌 길을 열어주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