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언제 죽을지도 모르면서 당장 눈앞에 즐거운 일이 있거나 맛보고 싶은 쾌락이 있으면 그것에 마음쏠리는 사람이 많습니다. 또한 무엇인가 갖고 싶은 욕심이 생기면 어떤 인생을 사는 사람이 되어야 하는가 하는 생각은 어느새 잊고 그 욕심을 채우려는 사람이 많습니다. 이런 인생을 사는 사람을 어리석은 사람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비유경>에 이런 비유가 있습니다. 옛날에 한 사나이가 죄를 짓고 사형장에 끌려가게 되었습니다. 그곳은 사납게 길들어진 코끼리가 코로 사람을 때려 쓰러뜨리고 발로 밟아 죽이는 곳이었습니다. 사나이는 코끼리가 자신을 죽이려고 달려들자 날쌔게 사형장 담을 뛰어넘어서 “걸음아 나 살려라” 하고 들판으로 달아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코끼리도 우리를 부수고 뛰어나와 도망가는 사나이를 잡으려고 뒤쫓기 시작했습니다. 그야말로 코끼리와 사나이는 벌판에서 달리기 경주를 벌이게된 것입니다. 그러나 사람의 힘으로 코끼리의 힘을 이길 수는 없습니다. 사나이는 점점 지쳐가는데 코끼리는 계속 뒤쫓아오자 곧 위험에 직면하게 되었습니다. 그는 일촉일발의 순간에 우물을 하나 발견하였는데 더 이상 도망갈 수 없음을 느낀 사나이는 그 우물 속으로 들어가 그곳에 얽혀있는 등넝쿨을 잡고 매달렸습니다. 허허벌판에 우물이 있게 된 것은 예전에 주민들이 살고 있었기 때문인데 어느날 화적떼가 쳐들어와 불을 지르고 노략질을 하며 부녀자를 겁탈하는 만행을 저지른 일이 있었습니다. 그후에 살아남은 사람마저 이사를 가버려 마을은 폐허가 되었습니다. 단지 우물만 남아 사람이 살던 곳이라는 흔적을 보여주고 있을 뿐입니다. 사나이는 우물의 돌벽 사이로 뿌리를 내려 커 온 등나무 줄기를 붙잡고 있었는데 그 등나무는 우물 밖으로 가지가 뻗쳐 올라가 있었고 사람이 매달려도 끊어지지 않는 억센 넝쿨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는 그 등넝쿨을 붙잡고 매달려 생명을 구하게 된 것입니다. 코끼리도 우물에 닿았습니다. 코끼리가 우물을 내려다보니 쫓고 있던 사나이가 우물안에 있어 내려가서 잡을 수가 없었습니다. 성이 난 코끼리는 우물주변을 빙빙돌며 울부짖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사나이는 코끼리의 그러한 모습을 보고 겨우 숨을 돌릴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안도의 한숨을 쉬고 우물 안의 사방을 살펴보니 돌틈에서 네 마리의 독사가 혀를 낼름거리며 독기를 뿜어내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우물 아래를 내려다보니 물 속에는 독룡이 입을 벌리고 사나이가 떨어지기만 하면 바로 잡아먹을 기세였습니다. 그뿐만이 아니었습니다. 나무 위쪽에는 흰 쥐와 검은 쥐가 서로 번갈아가며 등넝쿨을 갉아먹고 있는 것이 보였습니다. 사나이는 코끼리로부터의 위험은 당장 그 고비를 넘겼지만 결코 안전한 곳으로 몸을 피신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두 마리의 쥐가 등넝쿨을 갉아먹는 것을 멈추지 않으면 머지않아 자신이 붙들고 있는 넝쿨이 끊어지면서 물 속으로 추락하게 될 판이었습니다. 사나이는 다시 위로 올라가고 싶지만 우물 위에서는 약이 잔뜩 오른 코끼리가 버티고 있으니 올라갈 수도 없고, 몸을 조금만 잘못 움직일 경우 돌구멍사이로 머리를 내밀고 독기를 뿜어내는 네 마리의 독사 중에 한 마리의 독사에게라도 물리면 살아남지 못할 것이 분명했습니다. 이런 상태를 두고 사면초가(四面楚歌)라고 하지요. 사나이는 사방으로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곳에서 잠시동안 간신이 목숨을 부지하고 있는 형편이었습니다. 그런데 어디선가 물 한 방울이 이마 위로 떨어지는 것이었습니다. 그 물방울을 입으로 받아 마셔보니 아주 달콤했습니다. 그것은 등나무에 있는 벌집에서 넝쿨이 흔들릴 때마다 꿀방울이 넘쳐 떨어지는 것이었습니다. 그는 그 꿀방울을 한 두 방울 받아 마시는 동안 그만 그 맛에 도취되고 말았습니다. 즉 한방울씩 떨어지는 꿀맛에 빠져 사나운 코끼리도 독사도 독룡도 모두 잊고 자신의 목숨이 경각에 달려 있다는 사실조차도 잊게 된 것이지요.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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