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부터 교통의 중심지라 불리는 영천은 수많은 문화유산이 산재해 있는 도시다. 그 중에서도 영천역사의 중요한 문화유산으로 역사적 가치를 지닌 완산동 쇠느리 일원의 고분군이 우리의 관심부족과 방치로 인해 훼손이 심각한 상황에 처해 있어 발굴조사와 함께 공원화 추진 등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청제비 국보승격과 청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추진위원회가 지난 21일 개최한 학술발표회에서 영남대학교 정인성 교수는 자신이 학부 3학년때 만났던 이 고분이 당시 유물 발굴을 하다가 예산부족으로 멈추면서 되메웠고, 이후 40여년 체계적 관리없이 방치해 도굴과 훼손을 자처했다며 관심을 촉구했다.
완산동 고분군은 삼국시대, 특히 그 중에서도 3세기 후반에서 6세기 후반까지 영천지역의 다양한 사회구조를 보여주는 중요한 자료로 지금까지 알려진 영천 지역의 다른 분묘 유적과 유사한 점도 있지만, 묘역의 형성이나 출토유물은 큰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도 완산동 고분군은 신라의 돌무지덧널무덤(積石木槨墓)과 영천 현지의 돌덧널무덤(石槨墓)과 함께 조영된 무덤으로 신라와 동일한 무덤 양식이 존재하는 것으로 보아 경주에서 인정받은 영천의 지배 집단인 골벌국의 무덤으로 비정하고 있다.
이와 아울러 정 교수는 골벌국 왕성에 대한 자료도 찾아 여러 문헌의 기록상 영천군치에서 동남쪽으로 5리(약 2Km)를 만족하는 완산동 독립구릉이 천혜의 자연 성곽으로 이루어진 골벌국의 왕성지이며 내부에 골벌국 시기의 주거지가 밀집돼 조성돼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주변에 그 시기에 형성된 대형 목곽묘 등이 집중 조성돼 있지만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한채 방치되고 심하게 훼손된 상태여서 대책이 시급하다고 말한다.
또 향후 조사에 따라 골벌국 국왕인 아음부(阿音夫)와 그 후손의 무덤으로 추정할 수 있는 좋은 문화유산이라며, 사료에는 신라 국왕 이외에 금관가야의 김수로왕과 함께 나라 이름과 국왕의 이름이 등장하는 진기한 예로 주목된다고도 했다.
우리는 지금 시립박물관 건립을 앞두고 있고 그 안에 전시할 유물 부족으로 걱정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정 교수의 말처럼 고분군 안에서 고대 유물이 쏟아지고 조금만 신경 쓴다면 그동안의 걱정을 한꺼번에 사라지게 하는 쾌거일 수도 있다. 따라서 완산동 고분군에 대한 정확한 실태 조사와 정비, 발굴에 대한 담론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개진돼야 하고, 고분군과 골벌국의 연관성에 대한 다각도의 연구와 활용이 필요해 보인다.
우리는 늘 문화재 빈곤을 아쉬워하며 살아왔다. 아직은 모든 것이 추정 단계이지만 학술발표의 내용처럼 우리지역 고대국가인 골벌국의 명확한 실체가 파악되어 고고학적 가치가 높다면 그럴 때 우리가 무엇부터 시작해야 하며, 순서를 어떻게 정할 것인지에 관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본다.
이제부터라도 시민사회가 공유하는 영천의 정체성을 찾는데 한발 다가설 고분군에 모두의 관심과 협조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