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경상북도독립운동기념관을 찾았다. 연혁을 보니 2002년 안동독립운동기념사업회가 발기되고 나서 2007년 안동독립운동기념관이 개관되었으며, 이 안동독립기념관이 2017년 경상북도독립운동기념관으로 거듭났다. 그런 탓인지 경상북도 독립운동기념관에는 산남의진이 없다. 설립목적은 “경북 독립운동사에 관한 자료를 수집‧보존, 조사‧연구, 전시, 교육함으로써 민족의 자주독립을 지켜온 독립 운동가들의 나라사랑 정신을 계승하고 민족문화의 정체성 확립 및 올바른 국가관을 정립하는데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이곳 건물의 명칭은 의병장들의 이름으로 정한 곳이 많다. 신돌석, 이강년, 왕산(허위), 박열, 신흥무관학교의 이름 은 있어도 산남의진은 없다. 정환직, 정용기, 최세윤의 이름도 없다. 이것이 현실이다.
재삼 주장해본다면 산남의진은 1905년 을사늑약에 항거한 영남의 대표적 항일의병 진영이다. 그 활동지역이 경북의 영천, 포항, 청송, 경주, 영덕, 영해, 청도, 의성 등지이다.
정용기 대장이 영천 자양에서 거의(擧義)하여 서울진격의 목표를 세웠으나 일본군 제14연대의 진압작전으로 좌절되고 연이어 정용기, 정환직 부자의 2대 대장이 전사하고 만다. 최세윤 대장이 뒤를 이었고, 그마저 전사했어도 보현산(영천), 북동대산(포항), 주왕산(청송), 동대산(경주), 팔공산(경산,군위,신녕), 운문산(청도) 등 경북 일대에서 한일합병에 이르기까지 일본군에 항전하였다.
정용기-정환직-최세윤으로 이어지는 세 분의 대장과 우재룡, 이세기 등 수많은 의병장과 3,000여에 이르는 의병들이 활약하여 건국훈장을 받은 분만 2023년 3월 기준으로 131분임에도 그 역사적 사실에 비해 제대로 알려지지 않고 잊혀져가고 있는 현실이다.
특히 주목해야 할 부분은 활동지역과 참진 의사의 면면이 영남 전역에 걸쳐 있음에도 영천의 의진으로 잘못 이해되고 있는 부분이다. 이제는 경상북도에서 나서야 한다.
도지사, 도의회 의원들도 알아야 한다. 또한 백일장․사생대회 등을 통해 후손들에게 나라사랑의 정신을 선양하려는 노력과 학술대회 및 문헌발간을 통한 산남의진 재조명 사업에 경상북도의 관심과 지원이 절실히 필요하다.
산남의진기념사업회에 몸을 담고 있으면서 해마다 의사들의 넋을 기리는 추모행사를 준비하면서 고민되는 것이 날짜다.
세 분 대장 외에도 각 지역을 대표하는 부장들이 너무도 많다. 그들이 활약상을 보면, 만약 정용기 대장이 산남의진의 기치를 세웠을 때 그에 호응하지 않고 독립적으로 활약했다면 신돌석 같은 유명한 의병장이 될 수도 있었을 분들이다.
그러니 누구를 특별히 기리는 날로 날짜를 정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6월1일 의병의 날을 전후해서 추모의 날을 정하는 것을 기준으로 삼았다. 그런데 올해는 다시 가을로 추모식을 연기하려 한다. 이유는 영천시의 행사에서 벗어나 경상북도의 추모제전으로 확대하고자 하는 노력의 시간이 필요해서이다. 마침 경상북도독립운동기념관에서도 산남의진의 가치를 인정하고 힘을 보태리라는 의지를 보여주었다. 많은 분들이 힘을 보태려하는 탓에 용기를 얻는다.
1907년 음력 9월1일은 창의대장 정용기를 비롯한 중군장 이한구, 참모장 손영각, 좌영장 권규섭 등 40여명이 전사하는 입암전투가 벌어졌던 날이다.
그해의 양력은 10월7일이었다. 올해 2023년의 음력 9월1일은 양력으로 10월 15일이다. 그래서 올해의 추모식은 두 날 중의 하루로 중의(衆意)를 모아보려 한다. 오직 의사들을 추모하고 산남의진의 정신을 더욱 선양하려하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