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엄중한 사실은 외면한 채, 무지인 채로 ‘묻지마 공부’에 달려들고 있다. 저 죽을지 모르고 불구덩이로 달려드는 꼴이다. 근데 이러면 부모인 저만 죽나 자녀도 같이 죽는다. 결국 비극이다. 거개가 대학까지 나온 1970년대생 부모들이 이렇게나 무지할 수가 있는가. 나는 그것이 무척이나 놀랍다. 다섯 살 라온이가 20년 후 먹고사는 세상은 무척 어렵다. 부모 세대보다 못사는 첫 세대가 된다. 제아무리 용빼는 재주가 있다고 한들 번 돈의 절반 이상은 세금과 노인 부양비로 내야 한다. 그때가 되면 공부 잘해야만 될 수 있었던 의사, 변호사 이딴 건 그냥 안드로메다 이야기가 된다. 초고령사회, 인구절벽(유년층인구 그래프가 뚝 떨어지는 시점. 우리나라는 2020년 시작됐다)은 대한민국 발전의 아킬레스건이다. 이 위기는 공부가 최고였던 사회에서 돈이 최고인 사회가 된 탐심(貪心)으로 가득한 대한민국에서는 뛰어넘을 수 없다.  내가 보기에 이 위기를 뛰어넘을 수 있는 길은 두 가지뿐이다.  국가적 차원에서 100만 명을 먹여 살릴 수 있는 천재 1인이 대한민국에 탄생하는 것이다.  개인적 차원에서는 고속성장을 보이는 나라로 가 일자리를 얻어 그 나라에서 가정을 이루고 사는 것이다.  내가 라온이 바론이 세상을 아프리카에서 열어줄 수도 있다는 것은 그런 뜻이다.  해방 이후 세대별 특징을 보면 베이비붐 세대가 그중 나라 덕을 많이 봤다. 그 다음 전쟁을 직접 겪은 어머니 세대가 두 번째 덕을 봤다. 그 다음 X세대라 지칭되는 우리 세대(1970년대생)가 세 번째로 나라 덕을 봤다. ‘나라 덕’이란 것에 개인별 지역별 편차 정도를 감안해도 그렇다.  베이비붐 세대는 이제 퇴직 세대가 됐지만,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초고속성장 덕에 부와 명예 권력을 그중 잘 누린 세대다. 베이비붐 이전 세대는 새마을운동을 이끌며 죽을 동 살 동 나라 재건에 힘쓴 공으로 간난(艱難)에서 벗어나는 ‘호사’를 누렸을 뿐이다. 그들에게 굶주림을 벗어나는 것만큼 큰 영광은 없었다.  사회 진출을 목전에 앞두고 외환위기 직격탄을 맞아 인생의 쓴맛을 일찍 맛본 X세대(부모가 된 1970년대생)는 3년 전부터 천정부지로 치솟기 시작한 아파트 매입 시기를 지난해 마지막으로 놓쳤다면 ‘벼락거지’ 신세를 면치 못하게 됐다.  한 것 없이 가만히 있는데도 졸지에 거지가 됐다는 뜻의 벼락거지란 신조어 속엔 두 가지 뜻이 흐른다.  제집으로서 아파트를 생전에는 가지지 못할 사람이란 뜻과 현재 소유한 아파트에서 더 넓고 좋은 아파트로 옮겨갈 수 없게 되었다는 뜻.  이는 다름 아닌 빈부의 고착화 곧 계층이동의 단절을 뜻한다.  대한민국은 광복 후 76년간 구조적으로, 환경적으로 두 번에 걸친 부의 편차가 생겨났다.  1차 부의 편차는 베이비붐 세대가 축적한 부에 따른 것이고, 그 성과는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두드러지게 나타나기 시작, 코로나19 사태로 완연히 드러났다.  이제 시작에 불과한 2차 부의 편차는 X세대가 사회 요동으로 부여잡은 아파트에 따른 것이다. 전국 아파트 값은 최근 3년 사이 두 배 이상 뛰었고, 이 말인즉슨 성실함을 근간으로 하는 월급으로, 또 나라에서 보증하는 대출로는 아파트를 살 수 있는 기회를 거의 모두 잃게 됐다는 뜻이다.  아파트는 전 세계 가격과 비교했을 때 아직도 오를 여지가 높아 현재 10억짜리 아파트를 보유했다면 10년 내로 20억짜리 재산이 된다는 뜻이다. 이런 상황이니 직장인들과 2030세대가 주식과 가상화폐에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다는 신조어)과 빚투(빚을 내서 투자한다는 신조어)로 투자하는 행태를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베이비붐 이전 세대가 오로지 공부로 부 명예 권력 사다리에 올랐다면, 베이비붐 세대는 공부와 돈을 적절히 활용해 사다리로 올랐다. X세대는 아파트로 벼락거지 신세를 면하게 됐다.  이 말은 바꾸어 말하면 베이비붐 이전 세대 중 공부를 못한 다수는 그냥 그런 삶을 살았고, 베이비붐 세대 중 공부와 돈을 적절히 활용 못한 다수는 또 그냥 그런 삶을 살았다는 말이다.  /심보통 20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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