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 聞閒用上韻懷草史(문한용상운회초사)
시를 듣고 초사가 생각나서
山聾水啞月明時(산롱수아월명시)
散步從容1)不覺遲(산보종용불각지)
襟懷草野2)難求玉(금회초야난구옥)
世事仙翁滿布碁(세사선옹만포기)
如錦霜楓粧洞口3)(여금상풍장동구)
暮江夕霧染山眉(모강석무염산미)
傍人莫謂無心作(방인막위무심작)
草史來筵一笑期(초사래연일소기)
산은 귀먹고 물소리도 말 없는 달 밝은 때
조용히 산보하다 늦는 줄도 몰랐네.
가슴 속에 초야를 품었으니 옥(玉)을 구하긴 어려워
세상일은 선옹(仙翁)의 바둑판에 채워두었네.
비단 같은 서리 맞은 단풍이 동구(洞口)를 꾸미고
저물녘 강에 저녁 안개 산 중턱을 물들이네.
이웃들아 내 마음이 지어냄이 없다 말아라!
초사(草史) 와서 자리 함께하여 한바탕 웃기를 기다리네.
75. 又 또
菊史4)常逢草史時(국사상봉초사시)
5)不覺語遲遲(위이불각어지지)
生同俠藪長論(생동협수장론인)
才劣文枰6)未學碁(재열문평미학기)
依昔雄心遊紫陌7)(의석웅심유자맥)
如今放跡靑眉8)(여금방적주청미)
莫使男兒先挫氣(막사남아선좌기)
百年猶有豈無期(백년유유기무기)
국사(菊史)가 초사(草史)를 만날 때마다
굼실굼실 이야기는 끝이 없네.
협객의 숲에서 함께 살며 늘 검[釰]을 논하였으나
바둑판에는 재주가 없어 바둑을 배우진 못했다네.
옛 그대로 웅심(雄心)을 품고 번화한 거리에서 놀더니
오늘에야 발걸음을 놓아 푸른 눈썹과 짝하였구나.
사나이가 먼저 기운을 꺾지는 말아야지
백년을 오히려 어찌 기약함이 없을 수 있겠는가.
<산남의진유사(山南義陣遺史)29p> 동엄 정환직 선생 詩